동백꽃이 눈물처럼 떨어집니다

아파트 뜰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서 생각하는 것들

등록 2022.04.18 09:31수정 2022.04.1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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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 정원에는 동백나무가 여러 그루가 있다. 3월이 오면서부터 동백나무는 온통 빨강 분홍꽃으로 화려한 단장을 한다. 꽃을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동백꽃은 겨울꽃이라 알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10월부터 한 송이씩 피기 시작하여 3월에 절정에 이른다. 4월까지 꽃을 피우면서 화려한 자태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봄은 참 우리에게 생명의 신비와 희망을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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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아파트 정원에 피어있는 동백꽃 ⓒ 이숙자


봄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봄은 즐겨야 하는 일들이 많아  축제하듯 기쁜 마음으로 산다. 봄이 오면 내 삶이 더없이 풍요롭다. 겨울 동안 살면서 우울했던 마음을 봄이 오면 위로 받는다.


동백은 꽃으로 보는 것도 예쁘지만 나무 열매는 불포화 지방산이 있어 화장품, 공업용 기름으로 이용되었으며 옛 여인들은 동백기름으로 머리에 발라 쪽을 짓곤했다. 시어머님도 언제나 동백기름을 머리에 바르고 쪽을 지셨던 기억이 난다. 동백기름은 시어머님에게 없어선 안 되는 최애 필수품이었다. 지금은 동백기름 파는 곳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또한 동백꽃 봉오리는 피기 전에 따서 말렸다가 지혈제로 사용했다고 한다.

동백꽃은 꽃이 질 때 꽃송이가 통째로 떨어진다. 그 이유는 꽃자루가 없이 꽃부리가 아래쪽에 붙어있기 때문이라 한다. 동백꽃의 전설도 가슴 아프다.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는 집에 찾아온 도둑들에게 금품을 빼앗기고 몸까지 빼앗기게 되는 상황에서 순결을 지키기 위해 남편이 고기잡이 나간 바다를 바라보이는 절벽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그 자리에서 동백꽃이 피어났다'는 슬픈 전설이 있는 꽃이다. 

나는 동백꽃이 피면 그 고운 꽃 빛깔에 마음이 환해지기도 하지만 떨어진 꽃을 보면 형용할 수 없는 애달픈 마음에 가슴이 아려온다.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는 처연함을 느낀다. 동백꽃은 두 번 핀다는 말이 있다. 나무에서 한번 피고 땅에 떨어져서도 또 한 번 핀다. 땅에 떨어져 있지만 시들지 않고 생생한 꽃은 마치 나무에 매달린 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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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진 동백꽃 마치 나무에 달린 꽃처럼 싱싱한 꽃이 떨어져 있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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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정원에 떨어진 동백 꽃 동백꽃이 떨어져 아름답다. ⓒ 이숙자

 
동백꽃 전설처럼 한이 많아 시들기도 전에 꽃이 떨어지는지... 나는 매일 떨어진 꽃을 보면서 "꽃이 진다고 너를 잊을 손가?"라는 말을 되뇐다. 동백꽃을 보면 나무에 피어 있는 꽃보다 떨어진 꽃이 더 아름답다. 오늘도 나는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서 생각한다. 산다는 것은 반복의 연속이다. 도돌이표처럼 일상을 살다 보니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꽃들이 피어나고 동백꽃도 피었다.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 간다. 

요즈음 사는 일이 모두 힘든다. 그렇다고 매번 힘든다고 절망하고 살 수만은 없다. 매년 피고 지는 꽃이지만 꽃은 서두르는 일이 없다. 오로지 자기만의 피고 지는 때를 알아서 피고 진다. 사는 일이 어렵고 힘들다 생각하지 말자. 무슨 일이든지 천천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살아가다 보면 좋은 일도 있으리라 믿는다. 

매년 봄이 되면은 피고 지는 꽃들을 보면서 나는 배운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걸어가 보자. 삶이란 돌고 도는 수레 바퀴와 같은 것. 이 봄 떨어진 동백꽃을 보면서 나는 선운사에 가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선운사 _송창식 노래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바람 불어 설운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 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 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예요
선운사에 가신 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이 지는 그곳 말이에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동백꽃 #떨어진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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