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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개월여 장례 못 치른 내 딸... 진실 밝혀지면 보낼 것"

[스팟인터뷰]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환씨 "제2의 이예람 없어야"

등록 2022.04.17 11:13수정 2022.04.1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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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 395회 본회의 (임시회)에서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가결되자 방청석에서 눈물 흘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많은 사람이 도와준 덕분이다. 정말 어쩔 줄 모르겠다.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 절이라도 하고 싶은 기분이다."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환씨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밝았다. 딸이 왜 죽었는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며,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이 중사의 장례식장에서 300일 넘게 혼자 지내던 이씨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으로 한층 부드러워진 목소리를 전했다. 

앞서 15일 국회는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아래 특검법)'을 재석 234인 만장일치 찬성으로 가결했다. 군이 특검 수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특검의 수사 대상은 2019~2020년 이 중사 관련 성추행·성폭력 사건과 그와 연관된 공군내 성폭력 2차 피해, 국방부 등의 사건 은폐·무마·회유 등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관련 불법행위 등이다. 이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새로 인지된 사건도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

전날 한숨도 자지 못한 채 국회 방청석에서 통과를 지켜봤다는 이씨는 "혹시 특검법이 통과되지 못하면 어쩌나 무섭고 두려워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라며 "(특검법이) 통과되고 나니 예람이 얼굴만 떠올랐다. 이번에야말로 우리 예람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겠다 싶어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라고 말했다(관련기사 : 손 떨린 이예람 중사 아버지 "박지현 위원장 눈물 덕분에..." http://omn.kr/1ydn9).

"제2의 이예람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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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군 20전투비행단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 관련 군 내 성폭력 및 2차 피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임명 등에 관한 법륭안이 통과되었다. 방청석의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모씨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박병석 국회의장을 보며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밤새 예람이의 영정만 보며 침묵 속에 대화했다. 이제 시작이라고. 부실했던 초동 수사를 얼마나 엉터리로 했는지 모른다. 나는 그동안 수사하는 검사, 가해자의 변호사, 피고인 등을 상대로 내내 싸워야했다. 그게 참 힘들었다. 재수사도, 보강수사도 잘 되지 않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았다."

'부실한 초동 수사'를 말하던 이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는 "지금까지 군대는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보다 수사를 방해하고 서로 입을 맞추며 예람이의 죽음을 이대로 덮으려고만 했다"라면서 "이런 행태들이 결국 우리 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 부사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이튿날 바로 보고했으나 동료와 선임 등으로부터 회유와 압박 등 2차 피해를 당한 끝에 같은 해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해 10월 7일, 이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총 25명을 형사입건해 이 중 15명을 기소했다. 

이씨가 불만을 드러낸 초동수사 담당자(공군 20비행단 군사경찰·군감사·군검찰의 지휘·감독 책임자인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 법무실 지휘부 등)들은 일제히 '증거 불충분하여 혐의 없다'며 불기소 처리돼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이씨는 특검을 요구해왔다. 

특검이 구성돼 수사를 진행하게 된 것을 두고 이씨는 "예람이 사건은 정치적인 사안이 아니다. 군대 내의 카르텔 등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면 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연신 "'또 다른 죽음'은 없어야 한다"는 말도 강조했다. 

"우리 젊은 아기들, 군인들이 성폭행, 괴롭힘 등으로 더는 죽으면 안 된다. 예람이 사건을 통해 군대 내부의 문제점들이 밝혀지면, 어떤 법·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백서든 뭐든 애초에 잘못 출발한 초동수사를 포함해 수사 과정 전반을 기록해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죽음이 없을 수 있다. 군인을 꿈꾼 아이들, 국가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아이들이 도대체 무슨 죄가 있나."

그동안 이 중사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일반 시민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에게 "언제든 내 자식, 친구도 (이 중사와)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는 이씨는 "예람이의 군번줄을 목에 차고 매만지며 주위 사람들의 말을 떠올린다. 제2의 이예람은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진실 밝혀지는 날, 장례 치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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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사망 사건 조사를 위한 특검법 합의처리가 예정된 4일 오후 이 중사의 부친이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이 중사 추모소 영정 앞에서 통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화 중 그는 몇 번이나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의 이름을 언급했다. 박 위원장이 지난 11일 늦은 밤, 비서만 대동한 채 비공식적으로 장례식장을 찾아왔다는 것. 이씨는 "예람이와 비슷한 게 참 많은 사람 같았다. 카리스마도 느껴졌다"라면서 "밤늦게 장례식장에 찾아와서 한 시간여 이야기를 나누고 갔는데, 참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알고 보니 박 위원장이 우리 예람이보다 두 살 많았다. 내가 (박 위원장을 만나고) 예람이에게 '지현 언니가 왔다갔다. 너랑 참 잘 통할 거 같은 사람이었다. 예람이도 언니 얼굴 보았지. 참 너랑 닮았다. 예람이의 이야기를 잘 전달했으니 곧 좋은 소식(특검법 통과)가 있겠지'라고 편지를 썼다."

이어 그는 5월 9일 취임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언급했다. 이씨는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을 위한 정의와 공정을 약속한 사람이다. 그 말을 믿는다. 새로 임명될 장관에게도 기대가 크다"라면서 "민주당과 함께 곧 여당이 될 국민의힘도 끝까지 관심을 쏟아주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이 중사의 사진첩을 뒤적이며 사진 속 이 중사를 쓰다듬으며 시간을 보낸다는 이씨는 "냉동고에 있는 차가운 내 딸을 나도 이제 보내주고 싶다"라면서 "특검을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자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되는 날, 그날 예람이의 장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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