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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의 끝은 살인이라는 끔찍한 말 안 나오도록..."

스토킹처벌법 제정 1년 토론회, '사각지대' 없앨 개선 방안 모색

등록 2022.04.20 18:53수정 2022.04.2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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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스토킹처벌법 제정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열렸다. ⓒ 한국여성의전화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된 지 1년, 시행된 지는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스토킹 범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법적 규제가 없었던 만큼 의미 있는 결실이었다. 하지만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부재,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미비 등의 한계가 지적되기도 했다.

한국 여성의전화와 국회 여성아동인권포럼은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스토킹처벌법 제정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를 열고,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 달라진 점과 더불어 법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없앨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김다슬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정책팀장은 "스토킹처벌법이 제정된 2021년 4월 전후로 스토킹을 처벌하기 위해 신고 시점을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로 (미루기 위해) 고민하는 사례가 반복해서 발견된다"라며 "2020년 기준 하루 평균 약 12.3명이었던 스토킹 신고 건수가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10월 이후에는 전국에서 하루 평균 100여 건 이상으로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스토킹을 신고하면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는 이야기다. 또한 경찰이 스토킹을 '심각한 문제', '도움이 필요한' 일로 여기는 모습도 나타났다.

하지만 여성의전화가 인터뷰한 피해자 중에는, 경찰이 '피해자의 말을 믿어도 될지 모르겠다'는 식의 반응을 하며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사건을 경범죄로 처리할지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리할지 묻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스토킹에 대한 수사기관의 이해가 여전히 낮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김 정책팀장은 지적했다.

이어 "스토킹 범죄의 구성요건이 '지속성과 반복성'이므로 피해자들은 이를 입증하기가 어려웠으며, 폭력을 '신체에 대한 침해'로 여기는 사회에서 '따라다니기', '접근하기'로 설명되는 스토킹을 증명하기도 쉽지 않았다"라며 "긴급임시조치·잠정조치 역시 스토킹처벌법에 포함되어있지만, 피해자 중에는 기간 종료를 기다려 다시 가해자가 연락해와서 제도의 한계를 실감한 사람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 정책팀장은 "▲ 스토킹 정의 확대 ▲ 접근금지 등 피해자 보호 제도 강화 ▲ 직계존속 고소 특례 추가 ▲ 스토킹피해자보호법 제정 등을 개선 방안으로 제시했다.


피해자 보호하는데 '사각지대' 많아... 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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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 제정 1년, 평가와 과제' 토론회에서 서혜진 변호사가 토론문을 발표하고 있다. ⓒ 한국여성의전화


서혜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더라이트하우스 법률사무소 대표)는 "스토킹 피해자를 법률 지원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한계에 부딪히는 때는, 피해자가 겪는 피해가 피해자의 동의 없는 지속적 괴롭힘 행위에 해당함에도, 법률적으로는 스토킹 행위에 포섭되지 않을 때"라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스토킹 행위자가 피해자를 괴롭히기 위해 동거인이나 가족이 아닌 친구나 직장동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할 때, 또는 스토킹처벌법에서 정한 다섯 가지 행위 유형에 포함되지 않을 경우다.

서 변호사는 "스토킹의 정의 규정에 보충적 규정을 둔다든가, 스토킹 행위의 '상대방' 범위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등의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하고 '김병찬 스토킹 살인 사건'의 예를 들었다.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 하다가 스토킹 신고를 당한 것에 보복의 감정을 가지고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병찬 사건의 피해자는 스토킹 피해로 김병찬을 수차례 신고하고 법원으로부터 잠정조치 명령까지 받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목숨을 잃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상의 피해자 보호조치라고 칭해지는 것들이 현실에서는 피해자 보호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피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주고 행위자의 접근을 입증케 하는 것이 아닌, 반복되는 스토킹 행위자에 스마트워치를 주고 피해자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하도록 스토킹 행위자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처벌법상 각종 조치의 실효성 강화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스토킹의 끝은 살인이라는 끔찍한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도록, 피해 신고를 한 이후에는 누구나 균질하게 공권력의 보호를 받아 안전할 수 있어야 하는 당연한 원칙이 지켜질 수 있는 법률이 되기를 희망하며 토론을 마칩니다."


신성연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피해지원팀 활동가는 '사이버스토킹'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실을 지적했다. 현재 사이버스토킹의 쟁점은 '도달' 여부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가 스토킹처벌법에서 규정한' 스토킹'의 정의다.

따라서 인터넷 게시판에 신상을 유포하거나 소셜미디어에 피해자의 사진과 모욕적인 글을 게시하는 행위, 피해자 주위에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경우는 등은 직접 닿는 메시지가 아니므로 도달 여부에 관한 다툼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문제다.

또한 '도달'이라는 정의는 사이버스토킹의 기본이 되는 '온라인 감시', 신상과 일상과 사진을 수집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성 활동가는 "현행 법이 사이버스토킹을 포괄하는 규정을 보완하려는 시도부터가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전지혜 경찰청 생활안전국 스토킹정책계장은 "수사단계에서의 현실적 어려움을 설명하며 "스토킹처벌법상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가 현행 경찰-검찰-법원 3단계에서 경찰-법원으로 간소화해서 피해자 보호 조치에 시간적 공백을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행법에서는 긴급응급조치에 따른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에서 형사처벌 조항이 없음을 지적했다. 전 정책계장은 가해자가 접근금지를 위반해도 과태료만을 부과하다 보니 '돈 내면 그만 아니냐'는 태도를 보이며 피해자에게 추가 피해를 입히는 경우가 있다며 '긴급응급조치 불이행죄' 신설을 요구했다.
#스토킹처벌법 #스토킹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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