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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참사, 애경과 옥시 불매운동이 해결책"

지난 3일 1774번째 죽음 알려져... 최예용 소장 "지금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 죽어 나가"

등록 2022.05.06 17:57수정 2022.05.0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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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옥시와 애경 범국민불매운동 선포식이 지난 4월 25일 오후 피해조정위원회가 입주한 서울 종로 교보빌딩앞에서 피해자유족과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사회적책임은 충분히 느끼고 있다. 하지만 애경과 옥시 이외에 일곱 개 기업이 연관돼 있다. 개별 기업의 책임 범위와 이해관계가 있다. 배분비율의 합리성을 따져야 한다." -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

"종국적 해결과 합리적 조정기준, 공정한 기업 간 분담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조정위원회 안을) 수용하지 않았다. ... 법적구속력이 있는 합의서 등 세 가지 기본 요건이 충족되면 본사에 재정적 부담을 요청할 수 있다." - 박동석 옥시레킷벤저스 한국대표


지난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한 두 회사 대표들을 향해 여야 의원들의 강한 질책이 쏟아졌다. 두 사람은 8시간 넘게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책임감은 느끼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책임을 지겠단 말은 하지 않았다. 애경과 옥시 대표가 강조한 종국성이란 사적 조정위원회 조정안을 끝으로 기업에 추가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는 점을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4월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위원장으로 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는 옥시와 애경 등 가해 기업에 피해보상금 총액을 이번에 확정지어 한 번에 지급하자는 조건으로 "피해자 7000여 명에게 최대 9240억 원을 지급하라"는 안을 내놨다. 그러나 두 기업은 조정위 안을 합리성과 종국성 등을 운운하며 거부했다. 조정위가 내놓은 안은 강제성이 없다.

옥시와 애경 대표가 국회에서 핑계를 대며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 말한 다음날(3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안은주씨가 만 11년의 투병 끝에 생을 달리했다. 향년 54세.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의 죽음으로서는 1774번째다.

안씨는 국가대표 여자 배구선수 출신으로 지난 2011년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을 사용하다 쓰러져 '원인 미상의 폐 질환' 진단을 받았다. 2015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폐 이식 수술을 받았으나 상태가 나빠졌고 이후 합병증도 생겼다. 2018년부터 다시 입원생활을 시작했지만 끝내 세상과 작별하게 됐다. 생전에 그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의 긴급지원대상으로 선정됐지만 옥시로부터는 끝내 제대로 된 사과나 보상을 받지 못하고 떠났다. 하지만 신장 기능 이상으로 인한 투석과 하반신 마비와 욕창, 시력 및 청력 저하 등 병원비로 안씨의 남은 가족들은 5억 원 이상 빚을 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청와대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초청해 위로하고 문제 해결을 약속했을 때 그는 병원에 있어서 가지 못했다. 대신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제가 죽어 자식에게 어떻게 이런 빚을 안기고는 도저히 억울해서 두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습니다. 왜 저는 우리나라에서 판 제품을 사 쓰고 아이에게 빚만 남겨야 합니까. 아이들이 보호받아야 할 정부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화학독성 물질로 인한 빚 대물림 속에서 고통받고 살아야 합니까." 

"애경과 옥시에 대한 불매운동이 해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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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옥시와 애경 범국민불매운동 선포식이 25일 오후 피해조정위원회가 입주한 서울 종로 교보빌딩앞에서 피해자유족과 서울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참석자들은 ‘피해지원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6개월간의 피해자, 기업 양측의 의견을 수용한 피해조정안이 2022년 3월 겨우 나왔는데 9개 기업중 7개 기업은 동의했는데 전체 기업부담의 60%가 넘는 책임을 져야할 옥시와 애경이 조정안을 발로 차버렸다’며 전국 50여개 지역, 143개 환경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옥시불매, 애경불매 전국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 권우성

 
오랜 시간 피해자들과 함께 싸워 온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당장 이 순간에도 피해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면서 "부족하지만 '조정안'이라도 옥시와 애경이 받아들여 일부 피해자들에게 지원이 됐다면 (사태 해결에) 반발짝이라도 나아갈 수 있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결국 옥시와 애경을 움직이게끔 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최 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여러 재판에서 기업들의 책임을 묻는 유죄가 나오거나 국회에서 새롭게 청문회를 열고 기업들의 문제점과 피해자들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부각해야 한다"면서 "안은주씨 사망사건 등을 보며 분노한 국민들이 2016년도 애경과 옥시 불매운동 때처럼 다시 한 번 꾸준하게 불매운동을 해주는 것이 가해 기업들을 움직이게 하는 큰 힘"이라고 설명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2011년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천 명의 피해자들이 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싸워오고 있다. 앞서 2021년 1월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법원은 업무상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이마트 관계자 등 총 13명에게 "피해인정에 엄격한 증명력을 요구하는 형사사건에서는 (혐의를) 그대로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독성물질인 CMIT·MIT가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판결의 결정적 이유가 됐다. 현재는 서울고법에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안은주 #가습기살균제 #옥시 #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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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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