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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장관 후보의 딸이 쓴 영문 논문 내용, 사실과 달랐다

'분쟁 이후의 교육과 보건의료의 개선방안'에 관한 논문을 읽고

등록 2022.05.10 09:48수정 2022.05.1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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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정치학과 최승환 교수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후보자 딸의 논문에 관한 글을 <오마이뉴스>에 보내와 그대로 싣습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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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준비한 자료를 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요즘 한국 정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의 딸이 쓴 논문들이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스펙 쌓기냐 아니냐를 놓고 여야 간에 한창 공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공방 중에서 논문들의 가치와 내용에 관한 논의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학자인 내게는 이상하게 보인다.

마침 한동훈 후보의 딸이 쓴 영문 논문들이 나의 연구영역과 유사해 한 번 읽어 보려고 네 편을 저널 웹사이트에서 직접 내려받아 인쇄했다. 첫 번째 논문인 '분쟁 이후의 교육과 보건의료의 개선방안'을 읽고 나서, 나머지 논문들을 읽는 것은 괜한 시간 낭비가 될 것 같아 그만두었다.

내가 읽은 논문은 <인문, 예술 및 문학에 대한 아시아 저널>(Asian Journal of Humanity, Art and Literature)에 실린 것으로 제목, 초록, 전문, 본문, 결론, 그리고 참고 논문들로 이루어져 있어 논문의 기본적인 요소들은 다 갖추고 있으며 분량은 9쪽이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이 정도의 영문 논문을 쓸 수 있는 역량이 있다는 것에 잠시 기뻤다. 내가 가르치고 있는 일리노이주립대학교에 다니는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집안에서는 처음으로 대학진학을 해서인지, 논문 쓰기가 한 후보의 딸보다 낫지 못하다.

각설하고, 한 후보의 딸이 쓴 '분쟁 이후의 교육과 보건의료의 개선방안'은 전문학술논문집에 실린 것이니, 단순히 고등학생의 리포트나 에세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다. 해당 저널 웹사이트의 소개란에 따르면 '아시아 비즈니스 컨소시엄'에서 만든 논문집으로 외부 심사위원들의 평가로 출간 여부를 결정하는 학술지로 되어 있다.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한 연구 윤리를 따르지 않은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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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31일 자로 <인문, 예술 및 문학에 대한 아시아 저널>에 실린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 딸의 '분쟁 이후의 교육과 보건의료의 개선방안' 영문 논문. ⓒ AJHAL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나는 한동훈 후보의 딸이 쓴 논문이 어떻게 출간까지 되었는지 수긍할 수가 없었다.

첫째, 해당 저널 웹사이트에 따르면 "논문은 반드시 새로운 연구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한 후보의 딸이 쓴 논문은 20개의 기존 논문을 여기저기 짜깁기 한 것으로 독창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 어떻게 출간 결정이 난 것인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특히 88쪽부터 89쪽에 있는 교육시스템에 관한 서술은, 4개의 기존 논문에 있는 내용과 별로 차이가 없는데도 말이다.

둘째, 논문이라는 것은 사실에 의존해 쓰여야 하는데, 한 후보의 딸이 쓴 논문은 사실과 정반대로 서술되어 있다. 예를 들면 87쪽에서 "알바니아인들이 더 이상 숨어서 자녀들을 교육시킬 필요가 없다"고 서술되어 있는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른 내용이다.

한 후보의 딸이 참고한 푸포치(Pupovci, 2013)가 쓴 논문의 552쪽에 따르면 "알바니아인들이 중심이 되어 만든 학교는 공개적으로 운용되었다"고 명시되어 있다. 아마도 알바니아인들에 대한 교육이 세르비안계인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에 의해 차별과 탄압을 받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하고 싶어서, 사실과 정반대로 서술한 것으로 보인다.

법질서와 정의를 관장하는 최고 수장인 법무부 장관으로 한 후보가 임용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에게는, 그 딸의 연구가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논문이라는 것은 일관성 있게 작성되여야 하는데 한 후보의 딸이 쓴 논문은 앞과 뒤가 전혀 상통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논문의 주요 내용은 '분쟁 이후의 교육과 보건의료의 개선방안'에 관한 것인데, 92쪽에 있는 결론을 보면 교육에 관한 내용은 전혀 없다가, 교육이란 단어 하나가 마지막 부분에 갑자기 들어가 있는 것이 아주 이상하게 보인다. 교육과 관련된 개선 방향이라는 면에서 보면, 본문과 결론은 전혀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고등학교 1학년인 천재 학생이 쓴 영문 논문들이 내가 하는 연구와 비슷한 주제로 출판되었다고 세상이 떠들썩하기에, 관심을 가지고 한 번 읽어 보려다가 연구자로서 가장 중요한 연구 윤리를 따르지 않은 첫 번째 논문에 많은 실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진 자들의 자식 교육에 관한 사랑은 여나 야나 별반 차이가 없는 무법천지 같은데, '왜 누구는 법무부 장관을 해도 괜찮고, 누구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덧붙이는 글 <한겨레>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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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환 교수는 미국 시카고 일리노이주립대학교 정치학과에서 국제 관계와 한국 정치를 가르치고 있다. 육군 장교 출신으로 <신흥 안보 문제: 미국 지하드, 테러리즘, 남북전쟁, 그리고 인권>을 비롯한 몇 권의 책을 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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