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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방산업체 쟁의행위 금지, 엄격하게 제한적 판단해야"

금속노조 현대로템지회 관련 사건 6년 만에 선고... 원심 파기 환송

등록 2022.06.10 16:56수정 2022.06.1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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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는 2013년 7월 12일 오후 지역 40여개 지회가 '부분파업'에 참여한 가운데 2013년 산별교섭 진전, 지역공동투쟁 성사 총파업 결의대회를 가졌다. 사진은 현대로템 등 조합원들이 거리행진하는 모습. ⓒ 윤성효

  
방위산업체 종사자들의 쟁의행위를 금지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적용할 때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0일 금속노조법률원(법무법인 여는)에 따르면, 대법원 제3부(재판장 안철상‧김재형‧노정희 대법관, 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금속노조 경남지부 현대로템지회 간부와 관련한 사건에 대해 파기 환송 판결했다.

사건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현대로템지회는 사측인 현대로템과 단체협상이 원활하지 않자 파업에 들어갔다. 현대로템 방위산업 분야에서 근무하던 생산분야 조합원들도 파업에 참여했다. 이들은 조합원 총회와 교육 등을 벌였고, 연장‧휴일노동(특근)을 거부했다.

검찰은 노조의 노동제공 거부를 '쟁의행위'로 보았고, 노조법 위반이라며 기소했다. 노조법(제41조)에는 "방위사업법에 의해 지정된 업체 종사자 중 전력‧용수와 방산물자 생산 업무자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당시 현대로템지회 간부 6명은 노조법 위반에 업무방해, 공동강요, 공동주거침입, 재물손괴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되었다.

1심 재판부는 파업(노조법 위반)을 유죄로 보고 각 벌금 800만~400만 원을 선고했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로 판결했다.

현대로템지회는 "방산업체의 쟁위행위 금지를 규정한 노조법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쟁의행위로 인해 방산 물자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고, 법 위반이라고 보았다.


1심에 대해 검찰과 현대로템지회는 각각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를 이유로 항소했고, 2심은 노조법 위반을 벌금 500만~200만 원으로 감경했다.

쟁점이 된 현대로템지회의 연장‧휴일노동 건부에 대해 1‧2심 재판부는 쟁의행위로 판단했지만, 이는 대법원에서 뒤집어졌다.

대법원은 왜 원심 파기 환송했나

대법원은 연장‧휴일노동 거부의 쟁의행위 해당 여부에 "엄격하게 제한해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연장근로 집단적 거부와 같이 사용자의 업무를 저해함과 동시에 근로자들의 권리행사로서의 성격을 아울러 가지는 행위가 쟁의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관행과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잔업‧특근은 노동자 동의가 필요한 것이므로, 동의하지 않았거나 거부했다고 해서 위법하게 평가할 수 없다.

방산업체가 아닐 경우 쟁의권을 확보한 뒤 잔업‧특근 거부하면 설령 쟁의행위로 보더라도 적법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방산업체는 애초에 쟁의행위 자체가 금지되어 있다 보니, 잔업‧특근 거부가 쟁의행위냐 아니냐에 문제가 되고 있다.

과거 대법원은 관행화된 잔업‧특근을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거부하는 방식의 소위 '준법투쟁'도 쟁의행위에 해당하고, 조합원들이 집단으로 거부하면 쟁의행위가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1‧2심은 유죄 판결했지만, 대법원은 "연장‧휴일노동 거부를 쟁의행위로 보는 것은 엄격히 해석해야 하고, 현대로템지회의 경우도 쟁의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현대로템은 현대로템지회의 사전 동의를 얻고 필요시 근로자의 신청을 받아 연장‧휴일근로를 실시해 왔을 뿐 일정한 날에 연장‧휴일근로를 통상적 혹은 관행적으로 해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방산물자 생산부터 조합원들이 쟁의행위를 하였음을 전제로 피고인들에게 공동정범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판결 중 연장근로, 휴일근로 거부로 인한 노조법 위반 부분을 파기하여야 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창원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현대로템지회를 변론해온 김두현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연장‧휴일근로 거부 방식의 준법투쟁을 쟁의행위로 판단하는 것에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하라고 한 것"이라며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하라는 것은 쉽게 말해면 그렇게 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향후 잔업‧특근거부 등 준법투쟁을 쟁의행위로 평가하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법원 #현대로템 #방위산업체 #노조법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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