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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갈아엎은 포클레인 막은 당진농민들이 사전공모?"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 오는 8월 8일 1심 선고 예정

등록 2022.06.27 15:05수정 2022.06.2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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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논에 들어가 장비를 막고 있는 A씨의 모습 ⓒ 이재환

 
지난해 7월 12일 충남 당진시 우강면 삽교호 인근에서는 한국전력이 논에서 자라고 있는 벼를 포클레인을 동원해 갈아엎는 일이 벌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농민들은 포클레인을 막아섰는데 그들은 이후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15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은 약식명령을 통해 포클레인을 막고 나선 농민 5명에게 100만 원 벌금형을 내렸다. 농민 5명 중 3명은 약식명령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이유는 약식명령서에 '사전 공모'라고 적시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한전 측의 도발에 우발적으로 대응한 것 뿐"이라며 "사전 공모는 없었다"고 항소 이유를 밝혔다. 

27일 대전지방법원서산지원 108호 형사법정에서는 이들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 이번이 3번째 심리이며 1심 선고는 오는 8월 8일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날 주민들은 "사전 공모는 가능하지 않다"며 수사기관이 제기한 '사전 공모'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이봉기씨는 "소들섬 야생생물 보호구역 지정을 촉구하며 평화롭게 집회가 진행됐다"며 "나는 당시 주민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집회가 모두 끝나고 소수의 주민들이 현장에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클레인이 이삭이 들기 시작한 벼를 갈아엎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보고 주민 A씨가 먼저 뛰어 들어가 포클레인을 막아서며 항의했다. 그 다음 여자 주민 2명이 A씨를 따라 뛰어 들어갔다. 사전 공모는 사실이 아니다. 만약 사전 공모를 했다면 주민들이 많이 참여했던 오전 집회 때 포클레인을 저지했을 것이다. 현장에서 우발적으로 일어난 일이다"라고 말했다.

A씨도 사전 공모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나는 72세이다. 평생 음주운전이나 범법행위도 안하고 산 사람이다"라며 "농민들을 자극이라도 하듯이 포클레인으로 이제 막 이삭이 생기기 시작한 벼를 깔아뭉갰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당시 나는 포클레인 기사에게 벼가 수확된 이후에나 공사를 하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했다"며 "농민으로서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당시 A씨와 함께 포클레인을 막아섰던 유이계씨도 이날 최후 진술을 통해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삽교호 소들섬과 그 주변만큼이라도 송전철탑이 지중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라며 "그 날 내가 한 행동이 부끄럽거나 잘못됐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전력 측은 해당 사건에 대해 "법과 절차에 따라서 진행한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한전 #소들섬 #당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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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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