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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인권 '생리대'를 보편복지로, 경기도야 고맙다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의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정책을 환영하며

등록 2022.07.01 10:23수정 2022.07.0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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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6월 21일 오후 포천 아트밸리 청년랩(lab)에서 열린 경기북부 청년간담회 참석한 뒤 청년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 측 제공

 
경기도지사직 인수위원회가 반가운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6월 26일 '여성 건강 경기 찬스 사업'의 하나로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경기도내 만 11~18세의 모든 여성에게 생리대 구입비용을 지원하는데, 2026년까지 4년간 2666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경기도의 몇몇 시·군에서 시행 중이었지만 내가 살고 있는 성남시는 지원 대상이 아니어서 이번 조치가 뜻밖의 반가운 소식이 됐다. (관련기사 : 김동연 인수위 "도내 모든 여성 청소년에 생리대 지원" http://omn.kr/1zjga )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클릭하는 앱은 포털 앱인데, 그 초록 포털 앱 메인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생리대 후원금 모집 광고다. 딸들 또래의 어린 청소년들이 생리대 때문에 고민하는 것에 깊이 공감했고, 망설임 없이 후원금 모금에 동참하곤 했다. 그러나 그 후원이 지속적인 지원이 되지 못하고 단기성 기부에 불과한 것에 늘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었다. 

몇 년 전, '깔창 생리대' 뉴스를 접하고 무척 놀라고 가슴이 아팠었다. 내가 당연하게 사용하던 것들이 누군가에겐 절실히 필요한 그 무엇이었다는 사실도 그랬지만, 그러한 필요를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는 것에 부끄러움도 일었다. 의식주를 제외하고도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인간적인 권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계기였다.

그래서 이 개인적이고 기본적 인권에 속하는 복지를 보편복지로 끌어올린 경기도의 정책이 무척 반가웠다. 아직 제도가 시행되기 전이지만 부족하게나마 도내 모든 여성 청소년들이 무상으로 생리대를 공급받게 됐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다.

'생리 빈곤' 문제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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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epik

 
사실 말이지만 생리대 가격, 만만치가 않다. 꼭 필요한 공산품이지만 가격대가 비교적 높게 책정돼 있다. 개당 가격이 300~500원 정도인데, 그날의 생리량에 따라 오버나이트, 대형, 중형, 소형 등 여러 종류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평균 일주일 정도 매일 써야 해서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에게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일회용 생리대의 역사는 그리 길지가 않다. 여성을 해방시켰다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접착면이 붙은 일회용 생리대는 1980년대에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생리대가 사용됐지만 저개발국의 빈곤층에게 생리대는 여전히 '너무 비싼 사치품'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매달 사용해야 하는 물건이 아닌가.

국제 구호기구 월드비전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위생용품이 없어 학교에 결석해야 하는 여학생이 전 세계에 6억 명에 이른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여학생 10명 중 1명은 생리대 문제로 학교를 그만둔다는 통계도 있었다.

저개발 국가의 경우만이 아니다. 영국의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도 2019년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결석한 학생이 연간 14만 명에 이르자, 결국 정부가 나서서 모든 학교에 무상으로 생리대를 비치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깔창 생리대' 뉴스가 나온 이후 많은 제도적인 변화가 있었다. 전국의 몇몇 시·도에서 무상으로 생리대를 지원하고 있고, 어떤 기업들은 반값 생리대를 내놓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필수품의 성격이 강한 생리대의 가격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그 길은 요원해 보인다.

여성의 생리는 원하든 원치 않든 피할 수가 없기 때문에 생리대 문제는 여성의 인권과 관련된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러나 저개발 국가뿐만 아니라 소위 선진국이라 일컬어지는 나라에서도 생리 빈곤(period poverty)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경기도가 이번에 여성 청소년 생리대 지원 사업을 보편복지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것이 상당히 다행스럽다. 내놓고 이야기하기 어려웠던 생리대 문제를 이렇게 공론화하게 된 것도 어찌 보면 커다란 변화인 것 같다.

부디 앞으로 앞으로 많은 지자체가 생리대 지원 사업을 보편적인 복지로 받아들여 대한민국의 모든 여성 청소년들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내는 세금이 이렇게 좋은 정책을 만나 의미 있게 쓰인다는 사실에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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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 글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따뜻한 사회가 되는 일에 관심이 많고 따뜻한 소통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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