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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님, 물 300톤 없이 '흠뻑쇼' 하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내일의 기후] 식수 아니라 빗물을 쓰는 흠뻑쇼, 이게 '과학적으로' 가능합니다

등록 2022.06.30 12:12수정 2022.06.3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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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싸이가 지난 2017년 8월 4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2017 싸이 흠뻑쇼 'SUMMER SWAG'에서 열띤 공연을 펼치고 있다. 흠뻑쇼는 2022년에도 열렸다. ⓒ 연합뉴스

 
내용을 잘 모르는 분들도 제목 정도는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싸이의 흠뻑쇼' 논란, 이야기는 최악의 봄 가뭄 무렵에 시작됐다. 3월, 4월, 5월까지... 영농철은 시작됐지만 비가 안 와도 너무 안 왔다. 5월 강수량 역대 최저 그리고 봄 기온은 가장 높았다. 농촌에서는 갓 심은 마늘이 말라 죽는다며 경운기로 물을 실어 나르기까지 했다. 

이 와중에 월드스타 싸이가 '흠뻑쇼'를 재개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흠뻑쇼는 공연 도중 수만 관객을 향해 물을 뿌리는 게 특징인 싸이의 여름 콘서트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이 행사가 3년만에 재개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콘서트 한 번에 300톤 가까운 물이 뿌려진다는 것. 평상시에는 전혀 문제되지 않았지만 때가 때인 만큼, 한 배우는 트위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

워터밤 콘서트는 관객과 아티스트가 팀을 이뤄 물싸움을 하는 음악 행사다. 물을 많이 쓰는 콘서트들이 여기저기서 다시 시작되는데 그 대명사로 싸이의 흠뻑쇼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논란 이후, 심각한 가뭄과 기후위기를 고려해 물을 과소비하는 콘서트를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자제론'이 이어졌다. 반대 의견으로 물 300톤 갖고는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실용론'이 등장했다.

여기에 스트레스를 날리는 것도 좋지만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자는 '책임론'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 반박으로 흠뻑쇼를 비판하는 건 도덕적 외피를 두르며 자신의 정의로움을 어필하려는 '선민의식과 엘리트 의식의 산물'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렇게 후끈 달아올랐던 흠뻑쇼 논란은 장맛비가 내리면서 식어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문제가 해소될까?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가뭄은 갈수록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후 과학자들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그렇고, 당장 APEC 기후센터가 내놓은 올해 장마철 이후 동아시아 기후 전망이 그러하다.

"2022년 10월~12월에는 중국 남동부에서 한반도에 이르는 지역에 걸쳐 평년보다 적은 강수가 나타날 확률이 다소 클 것으로 예상됨." (2022년 6월 15일 발표)

한반도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끝없는 기후 변화 속에 비슷한 논란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번 논란을 말싸움 정도로 넘길 게 아니라 그 속에 숨어있는 공연 소비자들의 마음을 꿰뚫어보고 창의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놀면서 환경까지 챙긴 콜드플레이의 공연 

기후만 취재해서 그런지 내 눈에는 이번 논란이 공연 분야에도 '가치 소비'가 도입되려는 바람직한 징조로 보인다. 공연의 품질이나 가격과는 상관 없이, 놀 때 놀더라도 환경이나 사회적 현실도 좀 반영해 달라는 '가치' 실현의 요구 말이다.

이는 '땅콩 갑질' 하나로 대형 항공사가 거의 문닫을 위기에 처하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한 우유회사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가치 소비'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한다. 대기업 회장들은 이런 요즘 소비자들의 변화조짐에 화들짝 놀라 'ESG'라고 하는 '환경 사회 투명경영'방식을 너도나도 도입하고 있다. 오죽하면 세간에 '요즘 빛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게 ESG 전문가의 숫자'라는 말까지 나올까.

그러나 공연 분야는 가치 소비를 실현하기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야 중 하나다. 공연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다큐멘터리를 보거나 사회운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늘 만큼은 세상 일 다 내려놓고 제대로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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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12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드플레이 월드투어 콘서트(Music of the Sphere)에서 관객들이 '에너지 센터'에서 춤을 추고 있다. 콜드플레이는 친환경적인 투어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 이와 같은 시설을 설치, 관객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 AP=연합뉴스

 
놀아보자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망과 가치 실현이라는 이성적 욕구를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하나의 지속가능한 공연상품으로 만들어낼 것인가. 영국의 록밴드 '콜드플레이'는 해답을 찾기 위해 우선 연구자들을 찾았다.

대학 연구자들에게 의뢰해 자신들의 공연 투어에 관한 탄소 발자국을 계산한 뒤 탄소배출 50% 절감 계획을 짰다. 그리고는 여기에 상상력을 입혀 공연장 바닥에 관객들이 발을 구르며 뛰면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를 설치하는 등 관객들과 함께 실천하는 저탄소 공연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들처럼 거창하게 '지속가능 투어'라는 제목을 달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자칫 탄소 중립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게는 '그린워싱'(녹색분칠)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고 통상적인 소비자에게는 '본말전도'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에, 작고 소박한 실천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우리의 월드 스타 싸이는 이렇게 접근해보면 어떨까.

"식수가 아니라 빗물로 쏩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빗물을 사람한테 쏜다고? 어떤 느낌이 스쳐 지나가는가? 산성비, 오염물질, 그리고 세균... 그런데 하나 같이 요즘 빗물 저장 기술로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들이다. 

'빗물 흠뻑쇼', 이게 가능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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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호우특보가 발효되는 등 간밤에 많은 비가 내리면서 출근길 도심 곳곳 도로가 통제되고 있는 3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빗물 박사로 알려진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에 따르면, 빗물은 땅에 떨어져 지표면에 닿는 순간 산성이 아닌 중성이나 약알칼리성으로 바뀐다고 한다. 대기 중에 떠 있는 빗물은 '전하균형'을 맞추기 위해 산성을 띄지만 땅에 떨어지는 순간 지표면의 칼슘과 마그네슘 등 양이온과 결합해 중성이나 약한 알칼리성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공과 대학 지하에 빗물 저장소를 설치한 뒤 빗물을 받아 식수로 마셔오기도 했다.

오염물질과 세균? 2018년에 발표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빗물 수질분석 보고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4층 건물 옥상과 산성비 측정망 6지점에서 빗물을 받아 빗물 중 이온물질, 미량 금속원소, 일반세균 등 모두 25~38항목을 분석했더니 비가 막 내리기 시작할 때 받은 초기 빗물의 경우 대기 오염 정도에 비례해 빗물 내 오염 물질의 농도도 증가했지만, 비가 계속 내릴수록 대부분의 항목들이 초기 빗물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초기 빗물만 쓰지 않으면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다.

"강우가 지속됨에 따라 대부분 항목이 초기 빗물에 비해 약 50% 농도가 저감되는 경향을 보여 초기 빗물을 배제하면 빗물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도시지역 빗물의 수질 특성 및 이용 가능성 연구)

다만 일반 세균과 총 대장균 군 등 미생물의 경우 수돗물과 마찬가지로 소독 등 추가적인 처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이미 빗물을 저장해 다양한 목적의 생활용수로 활용하고 있는 지자체나 스타트업 등과 논의하면 능히 극복가능한 문제일 것이다.

수원시의 경우 지난 2014년부터 '그린빗물 인프라 조성사업'을 통해 월드컵 경기장이나 공원 등에 대규모 빗물 저장시설을 설치하고 미세먼지 경보나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받아놓은 빗물을 도로에 뿌려 온도를 낮추고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쓰고 있다. 이미 빗물로 흠뻑, 적절할 때 적시고 있는 셈이다.

월드스타 싸이가 빗물을 활용한다면 우리나라 물관리에 있어 상당히 큰 이정표를 제시하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세계 평균에 비해 1.4배 많지만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 체감하는 것이지만, 대부분의 강수량이 요즘같은 여름철에 집중된다.

국토의 많은 부분이 경사진 산간으로 구성돼 빗물이 그대로 바다로 흘러간다. 이렇게 흘러가는 빗물의 5~10%만 활용해도 겨울가뭄을 해소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빗물 저금통'의 역할이 큰 것이다. 빗물을 모으는 집수 기술부터 모은 빗물을 집에서 화장실이나 조경 용수로 쓰거나 땅속에 침투·저류시켜 지하수를 확보하는 기술 등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물 재이용 촉진법'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아직도 '빗물' 하면 산성비나 오염물질을 떠올리며 활발한 활용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기도 하다. 그런 빗물에 대한 오해를 검증된 과학으로 풀고 안전하게 활용한다면 정부나 지자체도 할 수 없는 백만불 짜리 캠페인이 되지 않을까.

기후위기가 심해지는 만큼 월드스타들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가까운 곳에서 재배된 로컬푸드를 먹어 먹거리 이동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줄여보자는 캠페인도 내가 찍어 올리면 '이상한 아재의 뻔한 잔소리'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스타가 찍어 올리면 웬지 멋져 보이는 게 사람 심리기 때문이다.

그런 '기후 인플루언서'의 역할을 디카프리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장에서 찾았고, 박진영의 JYP는 한국형 RE100(재생에너지100%) 기업 인증에서 찾았다. 싸이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뜻밖에도 흠뻑쇼 논란 그 자체에 답이 있을 것 같다. 늘 관객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월드스타 싸이의 유쾌한 성실함을 응원한다.

[참고자료]
- 조혜윤 등 '도시지역 빗물의 수질 특성 및 이용 가능성 연구'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소보 제54호, 2018년 54:252~271)
- 콜드플레이의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 누리집 https://sustainability.coldplay.com/
- APEC 기후센터의 동아시아 계절예측 기후전망 (2022년 07월 ~ 2022년 12월)
https://www.apcc21.org/ser/eastasia/outlook.do?lang=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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