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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한 시민, 빛바랜 사회혁신... 새로움이 필요한 때

[사회혁신2.0] 시민참여가 보편화된 시대, 새로운 사회혁신 가능성 모색해야

등록 2022.07.07 11:07수정 2022.07.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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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시민의 자리는 변화를 거듭해왔다. 지난 1980년대 '민주화'라는 의제로 뭉쳐 있던 시민사회는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의제를 중심으로 한 전문 시민운동으로 변모했다.

환경, 여성, 생활경제, 소비자 운동, 먹을거리 등 시민의 일상과 가까운 의제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가 전문성을 기반으로 사회의제를 주도해나갔다. 이 시기 시민들은 전문 시민단체에 후원과 지지를 보냄으로써 간접적으로 사회의제에 참여했다. 

시민사회 변화에 따른 혁신요구의 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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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참여를 통해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문제해결형 시민운동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6년 3월 희망제작소가 문을 열었다. ⓒ 희망제작소

 
2000년대는 시민이 운동의 주체로 등장한 시기이다. 당시 인터넷 기반의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시민은 온라인에서 사회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공유하고, 오프라인에서 촛불을 들고 결집하는 역동성을 보여주었다.

주도하는 단체 없이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거리로 나와 연대했으며, 사회변화를 외치고, 흩어지고, 새로운 구성으로 다시 모였다. 깃발을 든 단체는 외면받았고, 현장 곳곳의 시민이 모두가 중심이었다. 시민의 참여욕구는 인터넷 확산이라는 환경과 만나 새로운 형태로 사회변화를 만들어나갔다. 

이후 페이스북과 같은 SNS 사용이 활성화되면서 시민은 1인 활동가로서 다양한 사회의제를 주도하는 주체가 되었다. 자신의 의견을 SNS에 자유롭게 써내려갔으며, '좋아요'나 '공유'를 누르는 손쉬운 참여로 개인의 의견이 사회의제로 전환되기도 한다. 미디어도 개인화되어 영상이나 팟캐스트를 직접 제작하고 업로드하고 있다. 시민사회의 역사에서 시민은 점차 전면에 등장하며 한국 사회의 변화를 주도해나가고 있다. 

희망제작소의 출범, 사회혁신의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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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진영의 독립적 싱크탱크인 '희망제작소'가 2006년 3월27일 공식 출범하며 주최한 국제세미나에서 당시 지은희 덕성여대 총장이 참석자들을 소개하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시민사회의 지형과 환경의 변화 속에서 시민은 수동적인 객체에 머무르지 않고 역동적인 주체로 거듭났다. 다양한 생활 양식만큼이나 수많은 의제의 등장은 누군가 대신해줄 수 없는 고유한 감각을 가진 시민의 탄생을 예고했다. 기존의 문제제기형 시민운동 방식은 시민의 에너지를 담아내기엔 한계가 있었고, 시민의 참여를 통해 함께 대안을 모색하는 문제해결형 시민운동으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희망제작소는 이러한 변화의 기점에서 출범했다. 2006년 '시민참여형 민간 싱크탱크'를 표방하며 문을 연 희망제작소는 시민과 함께 문제의 대안을 모색하면서 기존 엘리트주의 운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시민 아이디어를 정책화하는 사회창안, 사회적경제, 시니어 사회공헌, 청년의제를 중심으로 시민 의견을 모았고, 시민의 관점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그리고 지방정부와 협력해 시민 삶과 가까운 정책을 변화시켜나갔다. 당시에는 시민이 참여한다는 그 사실 자체로 혁신이었고, 그 과정에서 도출한 대안은 한국 사회를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씨앗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소셜벤처, 사회적경제 등 영역에서 사회적 가치를 확산하는 주체들이 성장하고 이들을 지원하는 공공정책이나 임팩트투자와 같은 민간자원도 늘어났다. 과학기술과 교육의 영역에도 사회혁신의 방법론이 적용되었고, 기업도 혁신을 주창했다. 혁신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낼 방안으로 꼽히며 다양한 영역에 접목되었다. 이렇게 사회혁신은 우리에게 점차 친숙한 용어가 되었다. 

그런데 문득 사회혁신이 친숙함을 넘어 다소 빛이 바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사회혁신의 핵심인 '시민참여'가 정책 과정과 결합하면서, 요즘은 여기저기서 '시민 모시기'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시민참여 수준도 높아졌다.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자원을 조사하고, 사업계획서를 짜고, 예산을 편성하며, 사업을 추진하고 평가하는 등 정책 과정 전반을 시민이 주도하는 모양새다. '권한 행사'라는 소중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시민은 다소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해야 할 일이 많다.  

사회혁신을 둘러싼 환경도 달라졌다. 사회혁신에 정치적 논리가 덧씌워지면서 오랜 시간 시민이 쌓아왔던 성과가 한 순간 물거품이 되어버릴 위험성도 있다. 모든 것을 시장화시키는 고도화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익을 우선시하는 흐름도 거세다. 이런 변화 속에서 사회혁신 자체에 대한 의문이 생겨난다. 사회혁신은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사회를 변화시켰을까? 혹시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깊은 뿌리를 내리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빛바랜 혁신... 사회혁신 2.0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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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 창립 기념행사 현장 ⓒ 희망제작소


한국사회에 사회혁신 씨앗을 뿌렸던 희망제작소가 사회혁신의 미래를 모색하고자 한다. 과거 사회혁신은 사회의 무엇을 변화시켰고, 한계는 무엇이었을까? 현재 사회혁신을 둘러싼 환경은 어떤 영향을 주고, 사회혁신 진영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미래 사회혁신은 여전히 유의미한 개념이 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희망제작소는 시민사회, 사회적경제, 지방정부, 청년, IT, 임팩트투자 등 여러 영역에서 사회혁신을 주도해 온 12명의 전문가, 활동가와 깊은 고민을 나누었다. 인터뷰를 통해 각 영역에서 사회혁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돌아보고 희망제작소가 나아갈 방향도 모색했다.

사회혁신을 이해하는 여러 각도의 시선을 통해 우리 주변 여기저기에 산재해 형체가 희미해진 사회혁신에 형체와 온기를 부여하고자 한다. 그리고 사회혁신이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갈등, 소외, 분절의 문제에 대응하는 희망의 불꽃이 되길 염원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 이다현씨는 희망제작소 연구사업본부 팀장입니다. 해당 글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www.makehope.org)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사회혁신 #시민참여 #다시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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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사회혁신을 실천하는 민간독립연구소 희망제작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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