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히 라벤토스 카탈루냐 기본소득 시범사업 사무국장
카탈루냐 기본소득 시범사업 사무국 제공
- 카탈루냐 정부가 내년부터 2년 동안 실시할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실시한 기본소득 실험에 비해 과감하고 급진적입니다. 카탈루냐 정부가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카탈루냐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2020년 코로나 팬데믹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팬데믹 기간 이뤄진 격리와 봉쇄가 경제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에 자영업자들, LGTBI 및 페미니스트 그룹, 사회복지사들, 팬데믹으로 정신건강에 타격을 입은 사람 등 시민사회의 여러 그룹이 보편적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2021년 2월 14일 총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당들은 총선 공약에 보편적 기본소득을 명시했습니다. 주로 카탈루냐 독립을 지지하는 좌파 정당으로, 카탈루냐 공화좌파당(ERC), 민중연합후보당(CUP), 카탈루냐 포데모스(ECP) 등입니다. 독립을 지지하는 정당 중에는 ERC가 최다 득표를 했는데, ERC의 페레 아라고네스(Pere Aragonès)가 카탈루냐 정부 대통령이 되려면 타 정당의 지지가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ERC는 CUP와 연정 협약을 맺었고 여기에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실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2021년 6월 22일, 카탈루냐 정부는 기본소득 시범사업 사무국을 대통령실 장관 직속으로 설치했고 제가 사무국장으로 임명됐습니다. 작년 12월 15일에 시범사업 계획을 공식 발표했고 올해 2월부터 시범사업 설계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시범사업 최종안을 짜는 중입니다. 시범사업은 2023년 1월 1일 시작해 2024년 12월 31일까지 진행합니다. 시범사업 정보는 웹사이트(rendabasica.gencat.cat)에서 영어로도 볼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 시행하는 기본소득 정책이나 시범사업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시범사업을 설계하면서 한국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행한 기본소득 실험을 검토했습니다. 실험들은 주로 특정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일정 지역의 인구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은 드물었죠. 카탈루냐 시범사업은 처음부터 지역 주민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시범사업 계획을 자문하는 가이 스탠딩 교수(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공동창립자, 런던대)는 기본소득을 배제 없이 모두에게 지급할 때 지역 공동체에 나타나는 효과를 연구하자고 했죠."
- 스페인과 카탈루냐 경제상황 그리고 기존 복지제도는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기본소득과 같은 새로운 해법이 필요합니까?
"스페인 그리고 카탈루냐는 빈곤과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고, 기본소득이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스페인 경제는 2008년 부채 위기에서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코로나 재난을 겪었습니다. 코로나 기간에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에는 생활물가가 폭등하면서 바르셀로나의 빈곤 인구가 35%나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스페인 정부와 카탈루냐 정부가 시행하는 조치는 매우 불완전합니다. 카탈루냐 정부의 최저소득보장제도(RGC), 스페인 정부의 최소생활보장제도(IMV)는 조건부 소득지원정책입니다. 이 제도들은 조건부 정책이 가진 문제점을 그대로 갖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빈곤층의 13.3%만 IMV 수급권이 있습니다. IMV의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의 86.7%가 빈곤의 사각지대에 있는 거죠."
- 카탈루냐에서 누가 기본소득에 찬성하며 누가 반대합니까? 정당과 사회운동세력의 태도는 어떻습니까?
"2001년에 스페인 기본소득네트워크(Xarxa Renda Bàsica)가 창립했습니다. 2002년 카탈루냐 의회에서 카탈루냐 공화좌파당과 카탈루냐 이니셔티브당의 의원들이 기본소득 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보편적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 여론은 커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카탈루냐 공화좌파당, 민중연합후보당, 카탈루냐 포데모스는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합니다. 카탈루냐 사회당(PSC)의 일부 정치인도 찬성하고요. 보수정당인 인민당(PP), 극우정당 복스(Vox)는 기본소득에 반대합니다. 자유주의 우파정당인 시민당(Cs)는 대체로 반대하는데 일부 당원들은 개별적으로 찬성합니다. 신자유주의 관점에서 찬성하는 거죠.
기본소득을 강하게 반대하는 노동조합도 있지만 전국노동자연합(CGT), 카탈루냐 노조연합(IAC), 카탈루냐 노동총연맹(intersindical-CSC)은 노조의 목표에 기본소득을 포함했습니다. 카탈루냐에서 백여 개 청소년 단체가 모인 전국청소년위원회 카탈루냐지부(CNJC), 다양한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카탈루냐 사회운동단체연합(ECAS)이 기본소득을 지지합니다. 다른 나라처럼 여성, 청년, 불안정노동자들이 더 기본소득을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