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철 시인, 하청 노동자 농성에 "이대로 살 순 없잖아"

대우조선해양 1도크 농성 관련 시 발표 ... 18일 정의구현사제단 미사 때 낭송

등록 2022.07.17 14:15수정 2022.07.1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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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철 시인(한국작가회의)이 대우조선해양 거제옥포조선소 1도크 선박 안에서 농성하고 있는 하청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시 "이대로 살 순 없잖아"를 썼다. 김 시인은 18일 오후 옥포조선소 서문 앞에서 천주교전국정의구현사제단이 여는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미사"에서 이 시를 낭송한다. 다음은 시 전문이다.

이대로 살 순 없잖아

김유철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은 생지옥이었다
80시간 120시간 150시간
소금 땀과 골병과 죽음은 같은 말이라고
거제 앞바다 갈매기는 내내 울었다
집요하고 교활한 노동 강도는
더 파고 들어갈 곳 없는 막장의 끝이었다

임금을 원상 회복하라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하라는 요구는
말이 아니라 노동자의 온몸이 진저리치며 떠는 소리다

하청의 하청으로 시작한 노동의 길은
제대로 된 노동자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노동자의 정당한 요구를 내지 못한 채
자식 입에 밥 떨어질까
어머니 병원 약값 못 낼까
살기위해 걸어간 하청 노동의 길은
태풍 속 바다에 잠긴 검은 바닥이었다

한 번 줄어든 임금
쪼그라든 밥줄
목 졸린 생명줄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하청업자는 하청업자대로
원청업자는 원청업자대로
산업은행은 산업은행대로
정부관료는 정부관료대로
보수언론은 보수언론대로
먼 산 바라보거나 때려잡을 궁리거나
남의 뒷다리만 긁고 있으니

손가락 잘리고 몸뚱이 으스러져 바다로 간 윤식이 말한다
형제누이들아 이대로 살 순 없잖아
지금처럼 살 순 없잖아
생지옥 조선소 하청 노동의 판을 뒤엎고
십장생들이 요구하는 대로 살지 않는
아침과 저녁이 있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

임금회복으로 제대로 보상받고
노조활동을 제대로 보장받는
정당한 노동자의 길은 멀지 않으니
함께 살자는 말은 구호가 아니라 비명이며
함께 가자는 말은 요구가 아니라 절규이니
하청과 원청 노동자여 단결하라

배를 만들다 몸과 영혼이 바다로 실려 간 윤식이 거듭 말한다
죽지 말고 새 세상을 맞으리니
노동자의 말과 행동으로
투쟁의 길 앞에 노동해방 열리니
노동자여, 천만 노동자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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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정당한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는 미사” ⓒ 천주교전국정의구현사제단

#대우조선해양 #김유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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