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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마셔"→"맥주 조금" 10분 만에 말 바꾼 대통령 비서실장

[운영위] 폭우 술자리 논란에 김대기 "비가 이렇게 올지 몰라, 오래 전 약속 어떻게 안가나"

등록 2022.08.23 22:50수정 2022.08.2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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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스크를 만지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도권에서 큰 폭우 피해가 발생한 지난 8일 술자리 논란에 대해 "이렇게까지 비가 내릴 줄 사실 상상을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음주 여부에 대해선 "술을 먹지 않았다"고 했다가 "식사하며 맥주를 조금 마셨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김 실장은 2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대통령실 기자단과 오래전 약속이라 식사를 했다"며 "8~9일 (이틀 간) 최대 300mm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됐는데 (8일) 하루에 380mm가 내렸다. 전혀 예측 못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답변 직전 이 의원은 "저녁 식사자리 시간이 오후 7시쯤 시작해 8시 30분 마무리된 것으로 보도됐다"라며 그 시간 무렵에 폭우로 인해 일가족 3명이 사는 신림동 반지하 주택은 이미 침수가 시작됐고 8시 37분경 거주자가 구조를 요청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장님께서 저녁자리에서 화기애애하게 술잔을 기울이고 있을 때 일가족 3명은 어두컴컴한 반지하에서 순식간에 차오르는 물을 보며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라며 "느끼는 바 없나"라고 질의했다.

이에 김 실장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재해가 났는데 어떻게 화기애애하게 술을 먹겠나"라며 "술을 먹지도 않았고 중국집에서 식사하고 한시간 반 있었다. 8시 30분에 나와 관사에 가서 사태를 계속 지켜봤고 대통령과 국정상황실장과 계속 연락했다"라고 답했다.

김대기 "전화로 다 대처"... 전용기 "비대면 재난대응?"

하지만 "술을 먹지도 않았다"는 김 실장의 말은 곧장 이어진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 바뀌었다. 앞서 이 의원 질의로부터 약 10분이 지난 때였다. 


전용기 의원 : 약주하셨죠?
김대기 실장 : 맥주 조금 마셨습니다. 식사하면서.


전 의원은 "비가 올 것을 뻔히 알고 있었는데 (김 실장은) 약주를 하셨고 대통령은 다른 아파트가 잠기는 걸 보고도 퇴근했다"라며 "비서실장이 바로 대통령실에 들어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술 드시고 (관사에) 들어간 걸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김 실장은 반복해 "(폭우를) 예상할 수 없었다"라고 말했고, 전 의원은 "재난을 어떻게 예상하나"라고 반박했다. 전 의원이 질타가 이어지자 김 실장은 "약주가 아니고 식사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전화로 다 (재난 대처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실장 : 전혀 예상하지 않은...
전 의원 : 어떻게 재난이 예상대로 옵니까. 예상하면 다 막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김 실장 : 결과만 두고 말씀하시면 저희가 아무것도 못합니다.
전 의원 : 과정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권력과 권한이 있는 자리는 결과를 보고 이야기합니다.

김 실장 : (대통령실) 출입기자와 오래 전에 약속한 건데 어떻게 (식사를) 안 하겠습니까.
전 의원 : 약주하신 거 좋아요 (괜찮습니다).

김 실장 : 약주가 아니고 식사했습니다.
전 의원 : 식사하시고. 맥주, 좋습니다 (괜찮습니다).

김 실장 : 자꾸 그렇게 나쁘게만 말씀을 하시니까!
전 의원 : 간단히 (약주) 하시고 8시 30분에 들어가신 거 인정합니다. 근데 강남 침수가 몇 시에 됐습니까.

김 실장 : 8시 38분에 강남역 침수 시작 신고가 접수됐고 저는 8시 30분에 끝냈습니다.
전 의원 : 끝내고 왜 관사로 가십니까. 대통령이 못나오면 비서실장이라도 대통령실에 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죠.

김 실장 : 용산(대통령실)엔 국정상황실장이 있었고 서울재난대책본부엔 총리가 있었고 세종엔 행정안전부 장관이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대통령실에) 있었음 좋았죠. 근데 그날 비가 이렇게 올지 몰랐고.
전 의원 : 국민들은 대통령께서 어떻게 역할을 하시는지 그것만 보고 있습니다. 그게 안 됐으면 비서실장께선 식사 후 다시 (대통령실에) 들어가셔서 공백을 막았어야죠. (대통령이) 아크로비스타에서 어떻게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합니까.

김 실장 : 요새는, 코로나 때도 그렇지만 다 비대면 아닌가. 전화로 다 할 수 있고...
전 의원 : 재난대응을 비대면으로 한다고 말씀하시면 우린 실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후 김 실장은 운영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홍근 원내대표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확실히 그날 술 별로 안 드셨나"라며 "제가 (술자리가) 8시 50분까지라고 제보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실장은 "신문에 8시 30분이라고 나왔다"라며 "7시에 시작해 9시 이전에 끝났다"라고 답했다. 다시 박 원내대표가 "신문에 났다고 8시 30분을 이야기하더니 지금 9시라고 말을 바꿨다"라고 지적하자 김 실장은 "저는 8시 30분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가 '폭탄주 음주 여부'를 묻자 김 실장은 "폭탄주를 돌렸다는 사람이 있으면 그분을 저한테 데려와 달라"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기상청이 폭우 전날(7일)부터 예보·특보를 대통령실에 수차례 전달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퇴근하고 김 실장은 음주를 동반한 저녁식사 자리에 참여하느라 대통령실을 비웠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 [단독] 윤 대통령 퇴근한 폭우 첫날, 비서실장도 '부재 중' http://omn.kr/20bb5)

당시 취재과정에서 김 실장은 "기자 몇 분과 음식점에서 식사하고 일찍 나왔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이정문 #전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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