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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촌에 에어컨 달아주자? 집주인이 집세 올려"

[숙박업소에 사는 사람들⑨]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 "매입임대주택, 공공주택이 최선"

등록 2022.08.26 11:21수정 2022.08.2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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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인뉴스


앞서 황세인(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숙박업소에 거주하는 주거취약계층의 대안으로 모텔과 여관을 개조한 서비스지원주택을 제시했다.
(관련기사: "숙박업소 안 떠나려는 사람들... 등떠미는 게 능사 아냐" http://omn.kr/20ex4)

그는 서비스지원주택이 정부가 지원하는 공공주택을 통한 주거상향의 전 단계라고 규정했다. 전 서비스지원주택에 머물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주택으로 이주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자는 취지다.

장민철 대구쪽방상담소장의 생각도 비슷했다. 장 소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방법은 '준공영제 주택'이다.

노후화된 숙박시설을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 냉·난방 등 환경을 개선해주고 임대료 인상 제한 등 기준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공공주택의 공급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중간단계로 시행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겨울보다 여름나기가 더 힘든 쪽방촌

장 소장이 활동하는 대구쪽방상담소는 8월 현재 667명의 쪽방 거주자를 지원관리한다. 이 단체는 현장 방문을 통해 거주자들의 건강 상태와 애로를 청취하고 해결방안을 찾는 일을 한다. 또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기부받은 물품을 나눠주는 활동도 하고 있다.

대구시는 우리나라 도시 중 여름 폭염이 가장 심한 곳 중 한 곳이다. '아프리카'에 빗대 '대프리카'라는 말도 나오는데, '대프리카' 대구의 쪽방촌 주민들도 여름이 힘들 긴 매한가지다.  


냉·난방이 안 되는 숙박업소 거주자들은 겨울 추위보다 여름 더위가 더 견디기 힘들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대구시·대구쪽방상담소는 대구시의 예산으로  숙박업소 거주자들에게 여름 폭염기간에 냉방이 되는 모텔에 입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담당했다. 

장 소장에 따르면 이 사업에 지원된 예산은 2000만 원이다. 한 사람에게 숙박업소 거주비로 월 40만 원이 책정됐다. 아이디어는 호평을 받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장 소장은 "50만~60만 원을 줘도 방을 못 구한다"며라 "처음에는 한층, 한 동 전체를 구해 보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결국 한 호씩 한 호씩 구하거나 쪽방 주민들이 본인 사는 인근에 구하면 집주인과 우리가 계약해서 방값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혹서기 모텔비 지원 사업은 어떤 과정에서 나오게 됐을까. 장 소장에 따르면 1차 분기점은 2018년이다. 당시 정부가 '폭염'을 재난으로 공식 인정하자 재난기금으로 폭염에 따른 물품이나 비품의 재난예산 지원이 가능해졌다.

2차 분기점은 코로나 대유행이다. 코로나가 유행하면서 대구시는 여름철 운영하던 '무더위 쉼터 폭염대피소' 운영을 공식중단했다. 장 소장은 "우리가 지원관리하는 이들이 667명인데 95% 이상이 여관·여인숙에 거주한다. 이곳의 대다수가 냉난방이 안 된다"면서 "쪽방촌 주민들은 한창 더울 때 방 안에 있는 게 더 위험하다. 가까운 관공서나 은행·무더위쉼터에 가서 쉬고 저녁에 선선해지면 집에서 쉬는데 폭염대피소 운영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갈 곳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이들이 거주하는 숙박업소에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장 소장은 "대구시와 냉방기를 지원 할 방안을 찾았다"라며 "막상 시작해보니 숙박업소가 낡아 에어컨을 설치할 물리적 환경이 안 된다거나 전기용량 자체가 작아서 혹은 전선이 노후돼서 에어컨을 못 트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컨을 설치한 후에) 집주인이나 관리인들이 전기료를 인상했다"면서 "틀 수 있는 집들도 주인들이 3만~5만 원 상당의 전기세를 추가로 달라고 했다. 세입자 주민 입장에서는 평균소득의 50만~70만 원 되는데, 그중에서 5만원 뚝 떼서 전기세로 쓰는 건 쉬운 것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에어컨을 구해 드린다고 해도 거부하시는 분들이 계셨다"고 씁쓸해했다.

'급세권'이 중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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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보일러가 설치된 숙박업소. 장 소장에 따르면 달방으로 운영하는 대구시내 여인숙 중 여름철 냉방과 겨울철 난방이 안되는 곳이 많다. ⓒ 충북인뉴스

 
대구쪽방상담소가 찾은 다음 방법은 LH공사와 대구도시공사가 보유한 임대주택 중에서 비어있는 집을 찾아 폭염기간 두 달 동안을 임시 대피공간으로 활용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여건이 안 됐다. 장 소장에 따르면 대구도시공사는 법적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 LH는 상담소의 제안을 수용했지만, 쪽방촌이 밀집된 대구도심 안에는 비어있는 임대주택이나 공공주택이 없거나 상황이 되는 곳은 대구도심과 한 시간 정도 떨어져 교통접근성이 낮은 곳이었다.   

장 소장은 "급세권이란 말이 있다"라며 "무료급식소가 있는 지역의 여관이나 여인숙이 월세가 5만 원 정도 비싸다"고 토로했다. 

이어 "외진 곳에 거주하면 무료급식을 통해서 하루에 일정 소득을 아끼는 사람이나 무료 진료소를 이용하는 사람, 가족이 다 해체됐는데 그나마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떠나는 것이다. 쪽방촌 주민들에게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취약계층을 상대로 시행하는 정부정책과 관련해 장 소장은 매입임대주택과 공공주택을 최선의 대안으로 평가했다.

장 소장은 "지금 나와 있는 대책 중 가장 14~15년을 해봐도 가장 좋은 대책은 매입임대주택을 통한 주거취약계층 주거 상향사업"이라고 밝혔다.

매입임대주택이란 정부가 LH공사를 통해 주택을 매입한 뒤, 주거취약계층에게 일정액의 보증금과 월세를 받고 임대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한 부분을 문제로 삼았다. 장 소장은 "서울은 수요자가 너무 많아서 공급 자체를 공급하지 못한다"면서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 매입임대는 거의 제공하지 못하니 서울·경기 같은 경우는 전세임대가 훨씬 많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도 임대주택 자체에 들어갈 수 있는 물량 자체가 5~ 6개월 기다려야 된다"고 말했다.

준공영제 주택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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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철 소장이 대구시 한 숙박업소 쪽방에 거주하는 주민을 만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 충북인뉴스

 
장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준공영제주택 방식이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모텔이나 시설이 괜찮은 여관들을 매입해 리모델링 한 뒤 공공주택화 해서 준공영제로 운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외국에 이렇게 해서 해결해나가는 과거의 선례가 있으니 그걸 차용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소장은 "대구의 경우 동구에 괜찮은 곳은 화장실과 욕실 따로 돼 있고 에어컨 돼 있는 곳이 있다. 월세가 35만 원 정도"라면서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쪽방 주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수리보수와 같은) 손을 대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만 수리하거나 보완하면 외관이나 골조나 괜찮은 곳도 있다. 에어컨을 달려고 망치질해도 외벽이 무너질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지금은 선이 얇게 돼 있지만 조금만 선 굵은 걸로 하고 전기용량만 크게 하면 에어컨 열 대는 충분히 달 수 있는 곳이 있다"며 "이런 곳을 지자체나 정부 예산으로 수리하고 냉·난방을 설치하면 된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집이 좋아지면 주인들이 집세를 올리려고 한다. 이 때문에 공공 예산이 투입되기 힘든 것"이라면서 "이를 컨트롤할 수 있는 계약 조건으로 공공의 주택정책을 예산대로 집행하고 어길 시에는 환수조치를 한다거나 일정 부분 페널티를 매기는 방식으로 준공영제 운영을 해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의 건물이든 민간의 건물이든 이곳에 사는 사람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돌파구가 생긴다. 그러다 예산의 여유가 생기면 지자체가 매입하면 된다"라며 "적절한 가격으로 건물을 매입하고 현재 건물주인·관리인들을 공공주택관리인으로 역채용할 수도 있다. 매입한 건물을 사회적 경제조직에 운영을 맡기는 사회주택도 확산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임대주택과 급한 대로 준공영제 주택 같은 곳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내는 방값에서 조금 더 내면 냉·난방이 갖추어진 곳에서 살 수 있다고 하면 거주자들도 돈 좀 모아서 임대주택 가려는 움직임도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주거권 #숙박업소 #쪽방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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