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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장관 많이"... 대통령의 출동 신호, 효과는 '글쎄'

[정치인을 위한 대중소통전략 ②] 대통령님, 홍보와 PR은 완전히 다른 겁니다

등록 2022.09.06 06:21수정 2022.11.0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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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1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는 말을 복기해 본다. 국정 지지율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는 시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요약하자면 '언론에서 장관들만 보이고 대통령은 안 보인다는 얘기가 나와도 좋다. 스타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라는 주문이었다.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이 차츰 눈에 보일 만큼 하향 곡선을 타던 바로 그 시점, 오죽 답답했을 대통령은 핵심 참모와 장관들이 모인 회의에서 주요 정책들에 대한 알리기, 즉 '홍보'를 강조하며 발언한 것이다.

강력한 당부가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그 다음날부터 대통령실의 수석과 장관들은 이전과는 달리 언론에 적극적으로 출동하기 시작했다. 이름도 가물하던 시민사회수석은 갑자기 다수의 라디오 프로에 빈번하게 등장했으며, 당시 홍보수석은 처음으로 기자실을 찾았다면서 언론에 얼굴을 트기 시작했다.

비서실장은 '저 누군지 모르시죠'라는 멘트와 함께 기자들과 마주 앉아 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대중 앞에 나서는 일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질병관리청장도 직접 브리퍼로 등장하는 횟수를 늘린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미 역사속으로 사라진 전 교육부장관 또한, 만 5세 입학 추진에 대해 다수의 장소에 나타나 의도와 의미를 애써 해명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시선을 몰고 다니던 법무부장관은 기자들과의 티타임 부활을 알리는 한편, 청와대 대변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백브리핑 시간까지 연장하며 언론과 대중을 향한 노출을 늘렸다.

그날 이후, 취임 약 120일이 경과한 최근까지도 수석과 대변인, 장관들이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려는 노력은 여전한 기조로 보인다. 다양한 구설에도 굳건한 다른 수석들과는 달리, 유독 홍보 파트에 새로운 선수를 등판시킨 점만 봐도 향후 홍보에 더욱 힘을 줄 것이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나름 홍보 성과는 있었지만... 그렇다면 홍보 효과는? 지지율을 보라


대통령이 '출동'을 외친 그 시점 이후 빅데이터를 통한 추이를 살펴보면, '스타'까지는 몰라도 분명 물리적 수치들에서 변화는 뚜렷하다. 국정의 개별 스피커들이 누구인지, 핵심 참모들의 목소리와 주장은 무엇인지에 대해 나름의 '홍보' 성과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는 뜻이다. 주요 수석들을 중심으로 장관들까지 데이터에 잡히는 분량은 상당한 기울기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같은 결과는 현 정부의 국정 관련 실제적인 홍보 '효과 (Effectiveness)'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을까? 물론 우리는 질적인 결과를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며, 미디어 노출(Exposure)에 집중했던 홍보 노력이 일부의 경우 차라리 부정적 효과로 갈무리 됐음도 수치와 사례를 통해 인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 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정 지지율은 여전히 27%대에 머물고 있다.

홍보를 오로지 노출, 즉 '얼마나 많이 알렸는가?'라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성과지표)로만 판단한다면 그간의 노력에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관련 인사들이 언급된 '양'이 일단 빅데이터 상에서 크게 늘었으니 말이다. 지지율의 등락에는 홍보 말고도 수많은 변수들이 개입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지만, 이 같은 현상에 대한 하나의 가정적 설명으로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나라 대부분의 정치인 그리고 공적 인사들이 갖는 '홍보'에 대해 착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홍보와, 홍보의 영문 표현인 PR(Public Relations) 사이에는 사실 놀랍도록 커다란 차이가 존재한다. 이는 결국 홍보만 피상적으로 알 뿐, 정작 PR에 대해서는 모르는 결과로 이어진다. 홍보의 한자를 보면, 넓을 홍(弘)에 알릴 보(報), 즉 '넓게 알린다'는 수준에 멈춰 있다.

어이없는 번역 때문인지, 정치인들을 포함한 다수는 홍보의 궁극적 목표이자 핵심을 오로지 무엇인가를 가능한 다수에게 알리는 것이라 오해하기 일쑤다. 결정적 오류이며, 모든 패착의 출발이다. 대통령의 스타 장관 주문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자신의 부고 말고는 뭐든 언론에 언급되면 좋다고 믿는 여야 정치인들도 비슷해 보인다.

각급 공공기관의 홍보를 담당하는 인사들이 가진 홍보의 정의도 유사해 보이고 말이다. 무조건 많이 알려지면, 그것이 곧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순진하고 비과학적인 바람일 뿐이다. 사실 홍보가 가져야 하는 핵심은 영어 표현의 PR에서 뒷 단어인 'Relations'에 있다.

Relations는 알리기만으로는 절대로 해결되지 않는 최종적 결과의 차원이며, 실제적이고 장기적인 효과를 뜻하는 개념이다. 우리가 하는 일을 다수가 알게 만드는 작업은 딱 기본이고, 궁극적 지향은 목표 공중과의 호의적 관계를 어떻게 장기적으로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홍보와 PR의 결정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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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왼쪽부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홍보와 PR의 결정적 차이는 다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 번째는, 효과에 대한 명확한 설정과 획득 방법의 구체화 여부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그저 넓게 알리는 '홍보'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대중과의 관계성을 창조하기 위한 중간 단계에 불과하다. 가장 오래된 대중 소통 모델 중 하나인 AIDMA는 구체적 단계로서 Attention-Interest-Desire-Memory-Action을 제안하고 있다. 동네방네 알렸다고 해서 (Attention-Interest)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하면 대중이 마음을 돌려 호의적 태도를 보이기 시작할 것인지 (Memory-Action) 단계별 전략을 세우는 작업이 홍보의 핵심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PR은 '넓게 알리는'단순 행위가 아니기에 특정 시기에만 노력을 투입하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님 또한 인식해야 한다. 일반 기업들과는 달리, 정당과 정치인들은 필요할 때만 홍보 혹은 PR 기능을 강화하고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홍보'가 갖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인지, 평소에도 빈틈없이 챙겨야 하는 노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선거나 전당대회가 다가오면, 혹은 뭔가 수세에 몰려 위기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부랴부랴 '소통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홍보기능을 늘려야 한다'면서 일반적인 진단을 반복할 뿐이다.

만약 홍보의 진짜 목적인 '긍정적 관계 형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면, 그저 많이 노출시키면 해결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아마추어적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중과의 살가운 관계는 결코 단순한 노력과 일회성 노출만으로 이뤄낼 수는 없다. 사람끼리의 관계만 생각해도 아주 쉽게 알 수 있다.

대중과 '찐'으로 친해지고 싶은가? 정치인들은 지극히 전략적이지만 진솔하며, 극도로 합리적이지만 필사적으로 노력해야만 한다. 대중의 마음은 쉬이 열리지 않는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유현재씨는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커뮤니케이션학 박사)입니다.
#정치 #소통 #대통령 #홍보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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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수용자 중심 저널리즘과 미디어 활용에 대해 강의 중. 정치인들을 포함, 공적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과연 대중과의 소통을 얼마나 원활하게 하고 있는지 ‘소통감수성 ’이란 개념을 통해 설명 및 비판하고 있음. 세바시에 출연, “소통 감수성이란 무엇인가?”“미디어 시대, 우리가 건강하지 못한 이유”등을 주제로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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