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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 의미없다"는 태풍 힌남노 빠르게 북상, 휴업·대피령

5일 '매우강' 규모로 제주도·남해안으로 근접 중... "상륙 대비해야"

등록 2022.09.05 10:53수정 2022.09.0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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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의 위성사진. ⓒ windy.com

 
4일 밤 KBS 뉴스 스튜디오에 나온 유희동 기상청장은 태풍의 예상 진로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이번 태풍 같은 규모와 세기에 있어선 지금 태풍의 경로가 동쪽이냐 서쪽이냐 하는 논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 워낙 크고 강력하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도 수시 브리핑 마지막에 우리나라에 큰 피해를 준 태풍을 잇달아 열거하며 '안전 대비'를 당부했다. 태풍의 강도를 우려한 그는 "지금 보여주는 숫자 하나하나에 많은 사람의 슬픔과 회한이 담겨있다.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해달라. 부디 안전한 곳에 머물길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5일 부터 한반도 직접 영향, 6일 빠져나가

강력한 태풍이 빠르게 한반도로 접근하고 있다. 11호 태풍 '힌남노'는 5일 오전 9시 기준 서귀포 남남서쪽 약 410㎞ 해상까지 북상했다. 시속 24㎞ 속도로 이동하며 중심기압 930hPa, 최대풍속 50㎧(시속 180㎞) , '매우 강'의 위력을 유지 중이다. 현재의 위치에서 북위 30도를 넘어서면 방향을 틀어 우리나라를 향해 북동진할 전망이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이날 오후 9시 서귀포 남쪽 100㎞ 해상까지 근접한 뒤 6일 새벽 남해안으로 상륙, 부산 북북동쪽 80㎞ 부근을 거쳐 한반도를 빠져나갈 것으로 예측했다. 이 시기 중심기압은 각각 940hPa·945hPa, 이대로 내륙을 통과한다면 역대급 태풍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일본 기상청(JMA), 중국 기상청(CMA) 등 각국의 기상 관련 기관도 대한해협으로 가는 시나리오가 아닌 한반도 상륙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이다. 일본의 경우 6일 새벽 중심기압 945hPa의 세력으로 남해안에 접근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간접영향권에 든 제주도엔 비바람이 들이닥치고 있다. 기상청의 분석자료를 보면 이날 오전 5시 22분 기준 제주 한라산 삼각봉의 순간풍속은 34.5㎧(시속 124㎞)로 나타났다. 윗세오름은 4일부터 현재까지 281.0㎜의 비가 내렸다. 서부지역인 대정읍에도 시간당 50㎜ 이상의 비가 쏟아져 주택, 상가 등이 침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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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 중인 5일 오전 제주도 서귀포 해안에 파도가 치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이날 오전 8시 제주도 육상 전역과 제주도 앞바다에 태풍경보를 발효했다. ⓒ 연합뉴스

 
기상청은 5~6일 전국 100~300㎜, 한라산과 지리산 부근은 그 이상의 비가 올 수 있다고 예보했다. 또 제주, 전남남해안, 경남해안, 울릉도·독도에는 최대순간풍속 40~60㎧(시속 145~215㎞)의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내다봤다. 태풍 강도 분류를 보면 60㎧의 바람은 사람과 바위가 날아가고, 콘크리트가 균열하는 등 큰 영향을 줄 정도다. 


이에 따른 폭풍해일도 예상된다. 기상청은 "태풍의 영향에 더해 만조 시간대에는 해수면이 더 높아져 해안가 저지대를 중심으로 침수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제주도와 해상, 전남 거문도·초도, 남해 먼바다에는 태풍경보가, 부산·울산·경남, 전남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됐다. 인천 강화도와 전남 진도·완도·해남, 강원도 화천·철원, 경기도 파주·연천·김포 등에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졌다.

이러한 기상청의 분석에 바짝 긴장한 정부는 대비 태세를 한껏 끌어올렸다. 행정안전부는 하루 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대응 수위를 사상 처음으로 1단계에서 3단계로 곧바로 격상했다. 위기경보 수준은 '심각'으로 높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사태를 엄중하게 봤다. 지난 수도권 집중호우 대응 논란을 의식한 듯 그는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자신도) 비상대기하겠다"라고 적극적인 대응을 시사했다.

직접 영향권이 될 지역의 해안가엔 대피령이, 학교에선 등교 중단 조치가 이어졌다. 부산·경남 지역 어선 대부분은 안전지대로 이동했고,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등 잦은 태풍 피해를 본 곳은 대피 권고가 이루어졌다. 제주도·울산시·부산시·경남도·전남도 교육청은 온라인 수업이나 휴업 전환 등에 나섰다.

한편, 2000년대 이후 태풍 가운데 힌남노와 유사한 규모였던 루사, 매미 등은 한반도에 큰 피해를 줬다. 2002년 15호 태풍 루사가 우리나라 중앙부를 관통하면서 209명이 사망했다. 2003년 부산 등을 거쳐 간 14호 태풍 매미로 119명이 목숨을 잃었다. 두 태풍으로 인한 이재민만 각각 6만여 명, 재산피해액은 4조~5조 원에 달한다. 
#힌남노 #한반도 #태풍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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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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