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에 시달리는 대만 검찰... 결국 이런 일까지

[동아시아 과로사통신] 대만 사법부의 과로 2

등록 2022.09.16 09:58수정 2022.09.1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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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기사에서 판사 등 대만 사법부의 과로 현황을 소개했다(http://omn.kr/20bc2). 한국의 법관과 검찰들 역시 과로에 시달린다. 2020년 사법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법관 업무부담 및 그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홍보람)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참여한 678명의 법관 중 48%가 주 평균 근무 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한다고 응답했고, 주 3회 이상 야근한다는 답변은 52%에 달했다. 평균 근무 시간이 길수록, 주말 근무 및 야근 빈도가 높을수록, 건강상 악영향을 받고 번-아웃 확률도 더 높으며, 직무만족도 및 몰입도 역시 낮아졌다.

이번 기사는 대만 '검찰'의 과로를 다룬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2018년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진 검사가 국가유공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행정법원 판결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 검사는 상당한 과로를 했던 것이 분명해 보인다. 2018년 2월부터 7월까지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 검사로 일하며, 718 건의 사건을 수행하며 매달 8만 9천여 쪽, 총 53만 9천여 쪽의 증거기록을 읽어야 했다고 보도됐다. - 기자 말


검찰 기관의 인력 부족으로 인한 과로

대만의 검찰 역시 상당한 인력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다. 사법개혁 재단은 2022년 5월 '사법 부담 경감 및 사법 질적 향상'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에 따르면 대만지방 법원 검사의 월평균 신규 조사 건수는 36건으로 일본의(평균 9건) 4배다. 집행사건과 기타 사건(검안사건 등)을 더하면, 대만 검사의 매월 신규 접수 건수는 155건에 달한다.

'법무부 통계 연보'에 따르면 2020년 검찰에 새로 접수된 사건은 총 217만 건으로, 사건 1건당 종결까지 평균 소요일수는 53.49일이다. 2015년에는 신규 접수 건수 201만건, 1건당 종결까지 평균 소요일수 50.62일이었다. 2015년에 비해 2020년 총 사건 수는 약 7.8%(16만 건) 증가했다. 그러나 검사 인력 상황을 비교하면 2015년 검사 인원은 1161명, 2020년 검사 인원은 총 1178명으로 지난 5년간 17명, 1.46% 증가에 그쳤다. 검사 인력의 증가는 사건의 증가 폭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다.

대만법무부는 또한 2020년 입법원(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에 '대만 검찰 기관의 인력 할당 및 업무량'에 관한 특별 보고서를 제출했다. 특별 보고서에 따르면 검사뿐 아니라 전반적인 검찰 기관 내 인력 보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검찰 기관은 인력 면에서 서기관 평균 인력 증가율 1.03%를 제외하고 검찰, 검찰 사무관, 보호 관찰관, 법원 경찰 모두 증가율이 1%를 넘지 못했다. 심지어 기록관 인력은 –0.49%로 오히려 감소했다. 그러나 사건 양은 매년 1.27% 증가하였다. 심지어 검찰 기관의 보조 인력은 법정 정원에도 미달한다.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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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1명당 보조 인력 편제 비율 ⓒ ‘대만 검찰 기관의 인력 할당 및 업무량’에

 
과로하는 사법제도는 사법의 질을 떨어뜨린다

법원과 검찰에 사건이 많은 것은 판사와 검사의 과로뿐만 아니라 서기관, 판사보조, 법원 경찰 등 모두 함께 과로하게 만들고 사법의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2010년에는 천(陳) 판사가 판결 선고 당일에 판결문을 완성하지 못해서 겨우 판결주문만 먼저 쓰고, 판결 사유에는 전혀 무관한 다른 사건을 가져다 베끼는 일이 발생했다. 재판정보 시스템에 해당 사건을 지연사건으로 표시하지 않도록 한 뒤 초과근로를 하면서 서둘러 판결을 내리도록 한 것이다. 이 내용을 서기관에게 설명하지 않아서, 서기관은 두 당사자에게 잘못된 판결서를 발송하기에 이르렀다.


판사와 검사가 사건 지연으로 인해 처벌을 받는 것도 드물지 않다. 2021년에는 한 검사가 사건 수사를 마치지 못했는데, 지방검찰청에는 3개월에 최소 1건의 사건 수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법원 기록을 위조해 규정 위반 심사를 피한 일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후 언론은 해당 검찰의 페이스북 게시물에서 당사자가 여러 차례 과다한 사건 수로 인한 스트레스를 표출하였고 사건 종결에 매달리느라 어머니의 임종을 놓친 사실, 심각한 야근 실태 등을 보도했다.

이처럼 현재 대만 사법부와 검찰의 과로 실태는 국민의 적절한 법 권리를 보장할 수 없는 수준으로, 인원 보충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대만 노동안전보건단체 OSHLink에서 일하는 황이링 님이 작성하였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아시아 과로사 감시팀 장향미 님이 번역하였습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9월호에도 실립니다.

#과로사 #동아시아 #대만_과로 #검찰_과로 #사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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