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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도 우려했건만, 납득 어려운 환경부의 해명

'녹조 에어로졸 인체 영향 크지 않다'는 환경부 해명에 대한 반론

등록 2022.09.27 16:37수정 2022.09.27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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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낙동강에서 뜬 2022년 산 녹조라떼 그런데 녹조곤죽으로 불러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환경부가 지난 21일, 환경단체의 공기 중 유해 남세균 독소 검출 결과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 "연구용역을 통해 검토 중"이라면서도 "인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의 이번 해명은 국내외 연구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부실 해명으로 판단한다. 우리는 환경부가 과연 국민건강과 안전 책무를 다하고자 하는 국가 부처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사업 추진에 앞장선 환경부는 '백해무익' 집단이라 평가받았다. 4대강사업에 따른 환경재난이 심각한 사회재난으로 확산하면서 국민건강과 안전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심각성을 외면하는 환경부는 다시 백해무익 부처로 회귀하고 있다.

지난 21일 환경단체와 학술단체, 50여 명의 국회의원은 낙동강 공기 중에 유해 남세균(녹조, 시아노박테리아)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2017년 미국 뉴햄프셔주 강에서 검출된 것보다 최대 500배 높다는 사실을 밝혔다.

미세먼지와 비슷한 크기의 유해 남세균이 에어로졸(액체 미립질)로 확산한다는 사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유해 남세균 내에는 알츠하이머, 루게릭병 등 뇌 질환을 유발하는 BMAA(베타 메틸아미노 L 알라닌, beta-Methylamino-L-aladine)와 발암물질이자 간 독성, 생식 독성을 지닌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시안화칼륨)의 최대 200배 독성을 지녔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또 유해 남세균이 포함된 에어로졸은 최대 1.5km까지 확산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미터) 단위 유해 남세균이 생성하는 독소(시아노톡신)는 피코미터(1조 분의 1미터)이기 때문에 유해 남세균보다 더 멀리 날아간다. 미국에서 10마일(약 16km)까지 확산했다고 추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환경부는 설명자료에서 "에어로졸에 대한 해외 연구가 많지는 않으며, 관련 연구에서 에어로졸 검출 및 바람에 따른 이동에 대해 검토하였으나, 인체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검토됨"이라고 밝혔다. 환경부는 뉴질랜드 사례를 들면서 "일일 허용 흡입 농도를 4.58 ng/㎥으로 검토, 연구지역 측정된 농도 최대 0.0018 ng/㎥ 수준으로 인체 위험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우선 이 내용은 환경부가 용역을 발주한 '녹조 선진화 방안 연구' 중간 결과와도 맞지 않는 해명이다. 녹조 선진화 방안 연구진은 총 11편 에어로졸 독소 관련 해외 연구 중 6편은 위해성이 있고, 4편은 위해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위해성이 낮다고 분석한 연구 중에는 유해 남세균이 아닌 일반 남세균, 다시 말해 독소를 만들지 않는 남세균을 분석한 논문이 있다.

다른 논문은 물속 유해 남세균 농도가 10ppb인 상황에서 분석했다. 지난해 금강의 마이크로시스틴은 최대 7000ppb가 검출됐고, 올해 낙동강에선 최대 1만6000ppb 넘게 검출됐다. 미국 연방 환경보호청(USEPA) 물놀이 기준(8 ppb)의 800배, 2000배가 넘는 수준이다.

환경부가 제시한 뉴질랜드 사례는 2011년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 관련 초창기 논문이다. 이후 위해성이 증명된 논문이 계속 이어졌다. 그럼에도 환경부는 인체 영향이 크지 않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의 인체 건강 영향을 왜곡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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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 50%가 마시는 수돗물의 원수를 취수하는 대구 매곡취수장 앞 낙동강에 녹조가 가득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해외 연구 결과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이 콧속, 기도, 폐에서 발견됐다. 콧속에 정착한 유해 남세균은 바로 사멸하지 않고 계속 독소를 생성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유해 남세균에 따른 급성 독성은 미국, 호주 등에서 이미 실증적으로 검증됐다.

만성 독성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지만, 미국에선 녹조 면적 1% 증가 시 비알콜성 간질환 사망자가 0.3%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또 국내에선 4대강사업 이후 녹조와 비알콜성 간질환 사망자 비율 관련해 유의미한 통계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낙동강 대동선착장에서 검출된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 검출 결과에 대해 미국 전문가는 심각하게 우려할 정도였다.

환경부의 "인체 영향이 크지 않다"라는 주장의 무책임성은 김해시 사례에서도 드러났다. 위에서 발생한 왜곡이 아래에서 더 심각해진 꼴이다.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보면, 지난 23일 경남 김해시는 "우리나라 녹조 독성 기준은 먹는 물에 대한 기준만 존재하고 공기 중 에어로졸 형태의 독성 기준은 현재 없다"라면서 "낙동강 녹조 독소 막연한 불안감 가질 필요 없다"라고 주장했다.

불행히도 환경부와 김해시는 국민건강과 안전보다 자신들의 책임 회피에 급급한 것일까? 먹는 물 외 기준이 없다는 것은 대한민국이 그동안 녹조 독소와 관련해 국민건강과 안전 책임을 외면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중대하거나 복구할 수 없는 피해의 위험이 있는 경우,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환경 손상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미루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바로 '사전주의원칙(Precautionary Principle)'이다.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국제적으로 동의한 사항에 대해 환경부와 김해시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환경부와 김해시는 자신들의 발언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환경부는 "에어로졸 발생으로 인한 수상스키 등 친수 활동 영향 및 인근 지역 영향 가능성 등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용역('22.4~'23.12)을 진행 중이며, 이를 통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단체는 기자회견 자료를 통해 환경부 연구 용역에 참여한 인사가 그동안 녹조 독소의 유해성과 위해성 평가절하에 앞장선 인물이라는 점에서 연구 과정과 결과의 신뢰도가 매우 낮다라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다시 말해 환경부가 강조한 '과학적이고 객관적 검토'가 처음부터 불신받고 있다는 말이다.

이번 환경단체의 녹조 에어로졸 분석에는 대학교수 3명이 참여했고, 해외 연구를 분석해 반영했다. 국가가 국민건강과 안전을 위해 선제적으로 해야 할 일을 민간이 대신했다. 이런 상황이라면 환경부는 문제를 제기한 전문가들과 민간단체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환경부의 태도는 이전 수돗물 녹조 독소 검출 때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수돗물 녹조 문제에 대해선 '무조건 안전한다'라고 했다. 녹조 농작물과 에어로졸 문제에 대해선 용역 결과가 나올 때까지 '무조건 기다려라'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안전하다', '기다려라' 외에 환경부가 안전을 걱정하는 우리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말이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세월호와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는 중대한 사회적 참사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국가 부처인 환경부는 사회적 참사 재발 방지라는 교훈을 외면하고 있다. 지금 당장 우리 국민은 녹조가 창궐한 강에서 물놀이를 하고 강변을 산책하고 있다. 녹조 가득한 물을 공급해 키운 농작물 먹고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또 그 녹조 가득한 물이 내뿜는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이 어린이집, 노인정 등 사회적 약자 시설은 물론 가정집까지 확산하고 있다.

제대로 된 환경부라면 지금 당장 유해 남세균 에어로졸 조사를 해야 한다. 지난 태풍으로 잠시 사라졌던 녹조가 재 창궐하고 있어 낙동강은 다시 조류경보제 관심 단계가 발령 중이다. 녹조 독소는 개별 사안별로 대응하면 안 된다. 강물, 농작물, 수돗물, 에어로졸 모두 국가가 만든 위험이다. 그 위험에 우리 국민이 병들고 있다. 녹조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위험 거버넌스를 실시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특위 부위원장입니다.
#남세균 #에어로졸 #환경부 #녹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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