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없었어 ... 행복해야 할 젊음이 사라졌다"

김유철 시인, 이태원 압사 참사 희생자 추모시

등록 2022.11.04 11:47수정 2022.11.0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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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압사참사 희생자 추모공간에 '국가는 국민을 지키지 않았다'는 문구가 적힌 리본이 놓여 있다. ⓒ 권우성

 
"행복해야할 젊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린 희망의 불씨를 꺼트린 것이다."


젊은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용산 이태원 압사 참사로 인해 온 국민들이 비통해 하고 있는 가운데, 김유철 시인이 추모시를 썼다.

김 시인은 "행복해야 할 젊음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추모시를 <오마이뉴스>에 보내왔다.

한국작가회의 소속인 김유철 시인은 경남교육청 교육정책협의회 위원장과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를 지냈고, 삶예술연구소 대표로 있으며, 시집 <산이 바다에 떠 있듯이> 등이 있다.

다음은 추모시 전문이다.

행복해야 할 젊음이 사라졌다

김유철


그날 저녁도 그랬지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179로 들어설 때
행복은 곁에 있었고 마음은 즐거웠지
마스크 없는 금요일이었어
축제처럼 여겨지던 그날
3년 만에 골목에서 골목으로 웃음은 넘쳤어

무엇이 잘못된거야
도대체 무엇이 막혀서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
우린 젊었을 뿐이라고 소리치고
우린 기뻤을 뿐이라고 아우성치고
우린 사랑했을 뿐이라고 발버둥치는 동안

또 국가는 없었어
112도
119도
목포 앞바다 세월호 메아리처럼
또 국가는 없었어

우리의 손은 허공을 부둥켜 잡았고
우리의 발은 무릎을 꿇었으며
우리의 가슴은 막히고 터졌어

막을 수 있었잖아
뻔히 예상한 일이잖아
젊음이란 이름이 그날 어디로 향하는지
너희가 신봉하는 도사들에게 물어보지 않아도
너희가 풍수지리로 찾아든 용산이기에
더 사람들을 잘 보호할 수 있는 거리였잖아

있어야 할 국가가 사라진 날
10대가 바다에서 죽고
20대가 땅바닥에서 죽고
그래 다음은 무엇이냐
도사들아, 개봉박두냐

행복해야할 젊음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린 희망의 불씨를 꺼트린 것이다
#이태원 참사 #김유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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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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