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이런 선례가 남아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서대문 주민의 목소리 5

등록 2022.11.15 11:03수정 2022.11.17 15:21
0
원고료로 응원
지난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현재도 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반대하는 서대문 주민들이 모여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하는 서대문구 사람들>을 꾸리고 서명운동을 진행했습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이유, 대통령 선거 당시 쏟아진 발언들에 대한 의견 등을 자세히 듣고자 10여 명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기사로 소개합니다. - 기자 말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대문구로 이사 온 지는 얼마 안 됐어요. 자취하고 있고 취업 준비하고 있어요. 박서연(가명)이라고 합니다." 

-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 서명에 참여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처음 서명 받으신 거 봤을 때는 그냥 지나갔거든요. 그런데 또 마주친 거예요. 고생하시는데 나라도 힘 보태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여가부 폐지가 정치권에서 거론될 때는 저런 게 설마 사람들에게 어필이 되겠어 싶었거든요. 여가부가 부처 중에 그렇게 큰 것도 아니고 비리가 크거나 그런 데가 아니잖아요. 그런데 여가부 폐지 분위기가 진짜 만들어지더라고요. 좀 놀라웠어요."

-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를 올린 게 화제가 되었잖아요.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저는 여성가족부 폐지가 인터넷상에서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 말하는 주제라고 생각했거든요.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이라거나 방향이라거나 이런 토론이 아니라 그냥 비난, 욕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그중에서도 일부라고 봤는데. 그런 걸 대선까지 들고 나온다는 게, 그 정도의 중요성이 있는 문제인가 의문이 들었어요." 


- '구조적 성차별은 없고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다'는 발언도 있었죠. 이 발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집에서 지원해서 (사법고시) 9수까지 할 수 있었던 분이 하실 말은 아니지 않나 싶었어요. 너무 우물 안 개구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우리나라는 아무리 그래도 잘 사는 사람보다는 중간 계층 이하가 훨씬 많잖아요. 그냥 현실을 모르시는 분이 하는 소리다 하고 넘겼어요." 

- 이준석 전 대표도 대선 시기에 비슷한 류의 발언을 했는데요. '여성들이 근거 없는 피해의식이 있다'는 말도 했었어요. 

"본인이 뭘 아신다고 그렇게 말하는 걸까요. 저는 한 번도 제가 받은 피해에 대해 과장한 적이 없어요. 그리고 제 친구들도요. 오히려 대놓고 말하지 않았죠. 제 또래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다 보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성추행을 당해본 적이 없다는 사람이 절반 이하예요. 그러니까 젊은 여성 절반 이상은 성추행은 한 번 이상은 겪는다는 거예요. 이건 과장이 아니고 현실이거든요. 

본인이 그걸 어떻게 안다는 거예요.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모르는 건가 싶어요. 어떻게 피해의식이 있다는 그런 소리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야지 그거 너무 과장이야 이렇게 말하는 게 어이없는 거죠."

- 여성가족부가 폐지되지 않고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일단 잘못한 게 없는데 굳이 왜 폐지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청소년들 지원도 하는 걸로 아는데 그런 일들을 어디로 넘길 것이며 옮긴다고 해도 그게 잘 될 것인지 장담하지도 못하잖아요. 필요한 지원들을 하고 있는데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거 아닌가 싶어요. 선례가 되면 안 될 것 같아요. 부처를 없애는 게 정치적 이익에 따라 결정되면 다른 부처들도 그렇게 없앨 수도 있는 거잖아요. 내가 사는 나라인데 마땅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 이득에 따라 국가 체계가 휘둘리는 게 싫고 이해가 안 돼요."

- 여성가족부에서 더 추진해야 할 정책은 뭐가 있을까요? 

"주거 문제에 좀 더 신경 써주면 좋겠어요. 반지하는 너무 위험하고 안전한 곳은 집값이 너무 비싸고. 집값 때문에 반지하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간 제 친구는 밤에 누가 쳐다보고 있다거나 하는 일도 몇 번 있었다고 하고요. 치안이 그럭저럭 괜찮은 동네는 비싼데 그게 안 되면 위험한 곳에 그냥 불안해하면서 사는 거예요."

-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성차별, 성폭력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데이트 폭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해요. 데이트 폭력 처벌이 잘 안 되잖아요. 그게 강화됐으면 좋겠어요. 연인 사이라고 폭력이 허용되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헤어지자고 하거나 신고를 하면 '꽃뱀'이라고 몰아가잖아요. 사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 무고죄 강화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 같아요. 폭력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 하고 억울하다는 것만 남아서 피해자를 공격하는 거요. 피해자를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가는 게 쉬운 사회예요."
#여성가족부폐지반대 #여가부 #성평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서울 서대문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아이 어휘력이 떨어져요"... 예상치 못한 교사의 말
  2. 2 그가 입을 열까 불안? 황당한 윤석열표 장성 인사
  3. 3 한국인들만 모르는, 외국인들에게 소름 돋는 '어메이징 코리아'
  4. 4 7세 아들이 김밥 앞에서 코 막은 사연
  5. 5 참전용사 선창에 후배해병들 화답 "윤석열 거부권? 사생결단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