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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보안대원이 쏘아올린 공... 법원 '기간제' 없앤다

보안관리·조사사무·속기사 임기제 채용 폐지... 노조 "악용 사례 있어, 폐지 시기 못 박아야"

등록 2022.11.29 18:13수정 2022.11.2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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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평등 정의'가 새겨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 권우성

 
대법원이 보안관리대원, 속기사, 가사조사관 등을 3~10년 단위의 기간제처럼 고용해왔던 임기제 채용 방식을 폐지한다. 민간의 기간제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어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나왔던 문제다. 다만 폐지 시점을 정하진 않아 내부에선 시기를 못 박아달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대법원은 법원 내 보안관리·조사사무·속기 직렬(직무 종류)의 임기제 공무원에 대해 "채용절차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고 우수인재의 지원을 유도하기 위해 임기제 채용 절차를 점진적으로 폐지한다"며 "일반직공무원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지난 25일 밝혔다. 이들 직군은 통상 3~5년 단위의 임기제 공무원으로 먼저 채용된 뒤 일반직 공무원으로 다시 채용돼 왔는데, 이를 일반직 공무원 채용으로 단일화한다는 계획이다.
 
임기제 공무원은 전문기술이 요구되거나 특별한 임용관리가 필요한 자리에 공공기관이 채용할 수 있는 '고용 기간이 정해진' 공무원이다. 공무원임용령 등에 따르면 최대 5년까지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데, 근무 기간이 5년을 초과했음에도 "성과가 탁월한 경우에는" 다시 최대 5년 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공공기관 현장에선 임기제 공무원이 민간의 기간제 비정규직처럼 운용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고도의 전문기술이 필요하지 않거나 상시·지속적인 업무에도 임기제 채용이 남용돼왔다는 점에서다. 5년마다 채용 전형을 거쳐 재입사하며 10~20년 동안 근무한 사례는 언론보도나 공무원노조의 문제제기로 꾸준히 공론화됐었다. 근무 기간이 해마다 연장되는 탓에 임기제 공무원들이 육아휴직을 제대로 쓰지 않는 등 관리자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하는 폐해도 발생해왔다.
 
법원에선 보안관리대원·가사조사관·속기사 등이 대표적인 임기제 공무원이었다. 다만 대부분이 임기 만료 후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는 관례가 형성돼 있어 고용 불안이 논란으로 번진 적은 올해 전까지 없었다. 통상 보안관리대원은 10년, 가사조사관은 3년을 일하면 소정의 심사를 거쳐 각각 9급 및 7급 일반직으로 전환됐다.

대법원에 따르면 가사조사관의 전환율은 98%(2008년~2021년), 보안관리대원은 97.5%(2016년~2022년)다. 각 고등법원이 별도로 채용하는 속기사는 법원 사정에 따라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 동안 근무 후 경쟁채용을 통해 일반직으로 임용됐다.

노조 "임기제 폐지 결정은 의미 있지만... 시점 빨리 확정해야"
대법 "직렬간 균형, 기재부 협의 등 고려해 추후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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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등이 대법원 앞에서 비정규직(임기제) 보안관리대원의 일방 사직 처리를 부당해고라고 규탄하며 법원행정처에 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SNS

 
그러다가 올해 초 고용 불안 문제가 불거졌다. 임기제였던 한 보안관리대원이 2년 근무 후 기간 연장이 되지 않으면서 부당해고 논란이 일었다. 법원은 170여 명의 임기제 보안대원 중 이 대원에게만 기간 만료를 통보했고 사유는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황건하 공무원노조 법원본부 교선국장은 "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고 사유도 불명확하고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며 "임기제가 아니었다면 해고는 불가능하다. 법원이 비정규직 고용을 개선하지 않은 게 근본 원인인 이유"라고 밝혔다.
 
실제로 노조는 임기제 채용 폐지를 두고 법원행정처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해왔다. 공무원노조 법원본부는 2018년 법원행정처와 교섭을 통해 임기제 공무원의 채용 구조를 개선한다는 내용을 단체협약에 넣었고, 2021년 교섭에선 한 발 더 나아가 임기제 채용을 폐지해나간다고 명시했다.

협약을 맺었음에도 보안관리대원이 일방적으로 기간 만료 통보를 받자 노조는 강력 반발했다. 그러자 임기제 채용 폐지와 개선을 논의하는 대법원 TF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게 노조 입장이다. 황 교선국장은 "임기제 폐지는 의미있는 결정이나 정작 피해 당사자는 구제하지 못한 소 잃고 외양간 고친 상황"이라면서 "또 폐지만 결정했지 시점은 정하지 않았다. 법원이 시기를 빨리 확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근무기간 만료로 당연 퇴직된 임기제 보안관리대원의 논란으로 폐지 결정을 한 게 아니"라며 "임기제 공무원 채용이 신분안정과 우수한 인재선발에 장애요소로 작용한다는 점, 그리고 채용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강조되는 시대상황을 반영해 마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폐지시점과 관련해선 "직렬간의 균형, 형평성, 기획재정부와의 정원협의 등을 종합 고려해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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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영 기자입니다. 제보 young@ohmynews.com / 카카오톡 rockyrkd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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