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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희귀 도롱뇽 서식처 파괴 현장 본 해외 전문가 '충격'

아마엘 볼체 교수, 시의회 간담회 자리 "희망적" 현장 본 후엔 "복원 가능성 없어 보여"

등록 2022.12.10 18:28수정 2022.12.10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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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연보전연맹 종보존위원회 양서류전문가그룹 부의장인 아마엘 볼체 교수(중국 난징임업대)가 10일 양산시 동면 사송리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 사공혜선

 
멸종위기종 '고리도롱뇽'과 신종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의 서식처가 파괴되고 있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은 경남 양산 사송지구에서 대규모 개발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장을 둘러본 해외 양서파충류학 전문가가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 국적으로, 국제자연보전연맹 종보존위원회 양서류전문가그룹 부의장인 아마엘 볼체 교수(중국 난징임업대)는 10일 양산시 동면 사송리를 둘러보고 "충격적이다"고 말했다.

특히 주택개발지구 안에 조성된 외송천을 살펴본 아마엘 볼체 교수는 "도롱뇽이 서식할 수 있을 정도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현재 하천에 조성되어 있는 돌을 다 거둬내야 한다"고 말했다.

도롱뇽 서식지 파괴 현장으로 지목된 곳은 부산과 경계인 양산 동면 사송리 주택개발지구다. 이곳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몇 해 전부터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인근 천성산‧금정산 일대에 서식하는 고리도롱뇽과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 매년 알을 낳기 위해 양산 사송리 일대, 특히 경암숲으로 내려왔다. 공사가 진행되면서 도롱뇽 이동 경로가 파괴되었고 여러 차례 사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에 양산‧부산지역 환경‧시민단체는 '사송 고리도롱뇽 서식처보존 시민대책위'(아래 시민대책위)를 구성해 활동해 오고 있다.

이곳에서 발견된 도롱뇽은 2종으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된 '고리도롱뇽'과, 한국꼬리치레도롱뇽과 DNA가 달라 신종으로 등록된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다.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이 신종으로 등록될 수 있도록 연구를 한 전문가 그룹의 리더가 아마엘 볼체 교수다.


볼체 교수는 하루 전날 양산을 방문해, 양산시의회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는 시민대책위 관계자를 비롯해 양산시의회 이종희 의장과 최복춘 의원, 양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양산사업단 관계자 등 야생생물 보호와 관련된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시민대책위는 "양산의 도롱뇽을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아마엘 볼체 교수의 뜻에 따라 양산시(의회)와 면담을 추진해 성사되었다고 했다. 

시민대책위에서는 주기재‧홍석환 교수(부산대), 강호열 시민대책위 대표, 김합수 경남양서류네트워크 활동가,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박재우 운영위원과 사공혜선 활동가가 참여했다.

시민대책위는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1시간 반 가량 진행되었다. 이제까지의 단편적인 논의들로 인해 쌓여가던 오해를 풀고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마주 보고 차분히 대화하기'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 자리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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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꼬리치레도롱뇽 ⓒ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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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도롱뇽. ⓒ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이 자리에서 아마엘 볼체 교수는 "고리도롱뇽과 양산꼬리치레도롱뇽 모두에 대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제한적이고, 서식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며 "생물다양성 가치로서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살아갈 미래 인류의 권리라는 측면에서도 도롱뇽의 보호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한 종이 사라지는 것은 단순히 학계에 보고될 어떤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한국 내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과도 직결되는 일이다"며 "한국은 국제적으로 많은 협약을 맺었으며 이에 대하여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책임을 종 보호 협약에서도 보여주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양산시 수질관리과 관계자는 "고리도롱뇽 뿐만 아니라 모든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하고 있다"면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호는 환경부 소관이기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는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나 홍석환 교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보호 책무는 1차적으로 환경부에 있으나 사송 택지개발지구는 사업 시행 구역이므로 환경부가 양산시에 이관할 내용"이라며 "양산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않다"고 했다.

이에 양산시 수질관리과 관계자는 "(사업) 부지 내 서식처뿐만 아니라 부지 외 서식처의 보호에 대해서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요청하였다"라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양산사업단 관계자는 "(사업)지구 외 서식처의 경우 사유지이다보니 함부로 서식처를 조성할 수 없고, 지구 밖 부지 매입은 근거가 미약하여 어렵다"고 했다.

주기재 교수는 "수질관리과처럼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다는 전향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홍석환 교수는 "택지 개발 여파로 경암숲 내 소하천의 건천화 등 (개발)부지 외부 서식처의 악영향이 확인되고 있다"고 했다.

대체 서식지와 관련해 양산시 관계자는 "경관 녹지 내에 조성 가능한 시설물은 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홍석환 교수와 강호열 대표는 "고리도롱뇽의 서식처는 다름 아닌 습지이며 이는 경관 녹지에 조성할 수 있는 연못에 준한다"며 "현재 계획된 대체서식처의 위치는 오염원 유입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소로 선정하여 고리도롱뇽의 서식 가능성을 높였다. 경관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는 "경관 녹지 내 습지 조성에 대하여 충분히 검토하였으며 가능하다고 본다"며 "양산시에서 관리부서만 정리되면 된다. 타 지자체에서 경관녹지와 완충녹지에 멸종위기 양서류 서식처를 조성한 사례가 있다. 자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앞으로도 원활한 논의를 위하여 관계 기관 실무진이 자주 모이기로 했다"며 "추가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음에는 양산시 건설 관련 부서,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도 동석하여 실무선에서 추가적인 논의를 하자는 데 참석자들이 동의했다"고 전했다.

이종희 의장은 "양산꼬리치레도롱뇽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분포조사를 위한 용역을 내년 3-4월에 발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틀 동안 아마엘 볼체 교수와 함께한 사공혜선 활동가는 "첫날 간담회에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했지만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논의되어 희망적이었고, 앞으로 긍정적으로 잘 풀려 나갈 것처럼 보였다"며 "그런데 현장을 보고 나서 아마엘 볼체 교수는 외송천은 복원 가능성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훼손되었다는 의견을 밝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했다.

사공혜선 활동가는 "양산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진작에 시민대책위의 지적을 받아들여 여러 대책을 세웠어야 했다"며 "절개사면의 지하수 유실을 막아 경암숲으로 내려가는 계곡을 살리는 것만이 양산꼬리치레도롱뇽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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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연보전연맹 종보존위원회 양서류전문가그룹 부의장인 아마엘 볼체 교수(중국 난징임업대)는 12월 9일 양산시의회 회의실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 사공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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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연보전연맹 종보존위원회 양서류전문가그룹 부의장인 아마엘 볼체 교수(중국 난징임업대)가 10일 양산시 동면 사송리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 사공혜선

#고리도롱뇽 #양산꼬리치레도롱뇽 #아마엘 볼체 교수 #양산 사송지구 #한국토지주택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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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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