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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공사장 앞 돼지고기 파티... "우린 핍박받고 있다"

사원 건축 반대하는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들... "돼지 머리는 대한민국 토속신앙" 강변

등록 2022.12.15 15:58수정 2022.12.1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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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슬람사원 공사장 앞에서 돼지고기 파티 15일 낮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동 일부 주민들이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에서 사원 건축에 반대하며 돼지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이슬람교는 돼지고기를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 조정훈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대구 북구 대현동 주민들이 돼지머리를 공사장 입구에 갖다놓은 데 이어 바비큐 파티까지 벌였다. 이슬람 문명권은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금기시한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허가반대 비상대책위원회는 15일 오전 경북대학교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슬림 유학생들이 비대위원장을 폭행했다"며 "저들은 평화를 사랑한다면서 자기들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폭행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슬람 사원 공사장 앞에서 돼지고기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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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현장 인근에 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갖다 놓은 것으로 보이는 돼지머리가 놓여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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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인근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15일 오전 경북대 서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슬림들을 비난했다. ⓒ 조정훈

 

이들에 따르면 지난 10월 16일 오후 9시경 서아무개 비대위원장이 주차를 하기 위해 천막을 옆으로 치우려는 순간 무슬림 학생 3명이 다가와 팔을 잡고 밀어부쳤다는 것이다. 이후 경찰이 와서 충돌은 없었지만 무슬림 1명이 30만 원 약식처분을 받았다.

관련해 이슬람사원평화적해결을위한대책위원회는 주민들이 무슬림 학생의 손과 몸을 잡고 흔들며 욕설을 하고 흉기를 소지하는 등 실랑이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지만 주민들의 의견만 받아들여 약식기소됐다며 사실관계를 가리기 위해 정식 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슬람사원 건축 현장 인근에 돼지머리와 족발, 돼지꼬리 등을 갖다 놓은 것도 "주민들이 이슬람사원 건축 반대를 기원하는 돼지머리를 갖다 놓은 것은 대한민국 토속신앙에 근거한 것"이라며 정당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슬람사원 건축주들은 항상 주민들을 향해 '종교 다원성과 문화 다양성을 모르는 무식한 집단'이라고 비난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며 "돼지머리는 폐기물이 아닌 대한민국의 전통 먹거리"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본인들이 싫은 것을 주민들에게 떠넘겨서 되느냐. 우리가 핍박받고 있다"며 "경북대 안에 건립하거나 북구청 안에 건립하거나 대구시청 안에 건립하면 되지 않느냐"고 행정당국에 책임을 돌렸다.
   
기자회견을 마친 주민들은 이슬람사원 공사현장 입구로 몰려가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 이들은 무슬림들에게 보라는 듯 미리 준비한 돼지고기를 먹으며 사원 건축 반대 투쟁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자들을 향해 "기자들도 좀 먹으면서 해라"며 "정확한 뉴스를 내보내 달라. 우리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방송이나 언론사에는 찾아가 항의하겠다"고 협박성 발언을 했다.
  
'대자보' 경북대 학생들 "광기어린 행동 도저히 못 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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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인근 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예고하자 경북대 학생이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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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사원 건축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15일 경북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예고하자 경북대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이고자 했지만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펼쳐서 들어보이고 있다. ⓒ 조정훈

 

한편 기자회견 동안 경북대 사범대 학생들이 교문 앞에 '종교의 자유를 유린하고 조롱하는 대현동 연말큰잔치를 규탄한다'는 대자보를 붙였지만 이내 주민들에 의해 떼어졌다.

학생들은 대자보에 세계인권선언 18조의 내용을 적은 뒤 "일부 대현동 주민들은 경북대학교 학우들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종교 공동체를 탄압하고 그들의 종교를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종교의 자유를 국가의 근간에서부터 보장하기로 약속된 공동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으로서 이웃의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그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자"며 "낯섦과 그로 인한 불안은 대화와 협력으로만 해소될 수 있다. 편견과 혐오를 거두고 대화하자"고 썼다.

하지만 대자보를 붙이려는 학생들을 향해 주민들은 "우리나라에는 종교의 자유가 있지만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는 교회나 절도 안 짓는다"며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한 주민은 떼어낸 대자보를 들고 "뭐 이런 것들이 있느냐"며 "너희가 뭔데 나서느냐? 누가 시켰느냐? 총장한테 가서 따지자"고 고함을 질렀다.

대자보를 붙인 경북대 사범대 1학년 김아무개씨는 <오마이뉴스>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종교의 자유는 '종교를 가질 자유'뿐만 아니라 예배, 의식, 설교 등 자신의 종교를 단독으로 또는 다른 이와 함께 공동으로 표명할 자유 또한 포함한다"며 "이슬람사원을 건축하려는 이슬람 교인들은 이에 의거해 그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대현동 이웃 분들의 낯섦에 의한 불안과 편견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익히 배웠다. 인간의 존엄과 기본적 권리를 존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돼지머리를 걸어놓는 행위나 돼지고기 바비큐 파티를 개최하는 것은 상황 맥락 상 분명하게 비이성적이고 비윤리적인 조롱행위"라며 "오늘 대자보 게재에 나선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대 졸업생 신아무개씨는 "주민들의 비이성을 넘어선 광기 어린 행동과 북구청의 소극적 행정조치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며 "저는 모든 대현동 주민들이 비대위의 비이성적인 행위를 정말 지지하고 있는지 의문을 담아 썼다. 이성이 있는 인간이라면 조롱과 멸시, 혐오 정서가 가득 담긴 그러한 행사를 불편하게 느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슬람사원 #경북대학교 #대자보 #돼지고기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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