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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분향소 찾았다 황급히 떠난 한덕수 향해 "섬뜩하다"

10.29 유가족협의회 입장문 내고 "제대로 된 조문을 하라" 질타

등록 2022.12.19 18:18수정 2022.12.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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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0월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이태원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한덕수 국무총리가 19일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으나, 유가족들의 질문에 답변도 하지 않은 채 5분 만에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이에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보여주기식 조문'이 아니라 '제대로 된 조문'을 하라"고 질타했다.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직후 외신기자간담회에서 농담을 하고, 참사에서 살아남은 고등학생이 세상을 등진 데 대해 "좀 더 굳건하고 치료를 받겠다는 생각이 강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물의를 빚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유족들과의 아무런 협의 없이 분향소를 찾았다가 곧장 자리를 떠 빈축을 사는 모양새다. 

협의회에 따르면, 한 총리는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유가족들은 현장에서 "분향소에 온 이유가 무엇이냐" "대통령의 공식 사과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한 총리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헌화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협의회는 '희생자 103명 유가족 일동'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한 총리는 유가족 협의회에 어떠한 통지도 없이 찾아와 보여주기식으로 조문을 하려 했다"라며 "한 총리에게 현장에 있던 유가족들이 사과할 것을 요구했지만 한 총리는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 총리는 희생자를 '사망자'로 고칠 것, 근조리본을 거꾸로 달 것 등 책임회피를 위한 용어 변경을 지시한 자"라며 "외신기자회견에서는 경찰 인력을 더 투입했었더라도 사고는 일어났을 것이라는 취지로 책임회피식 발언을 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태원 참사를 수습하기 위해 구성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조기에 종료시켰다"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어떤 사과나 인사 없이... 조문 모습만 보여주려 했던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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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 사진 속 우리 아이들 추울까봐' 마음으로 전하는 온기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부근 이태원 입구에 마련된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모셔진 영정사진에 핫팩이 놓여 있다. ⓒ 권우성

 
협의회는 "한 총리는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할 엄연한 '가해자'"라며 "장례식에 조문을 할 때 상주에게 인사하고 위로의 마음을 전하는 것은 당연한 관습이자 예절이다. 한 총리는 유가족들에게 어떤 사과나 인사 없이 분향소에서 조문하는 모습만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유가족들에게 예를 갖추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적어도 공식적인 일정으로 분향소를 방문하는 것이 순서에 맞다"라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현장에 있엇던 유가족들의 사과 요구에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은 채 급하게 자리를 뜬 한덕수 국무총리의 모습에 더욱 큰좌절감을 느낀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한겨레>에 따르면, 헌화도 하지 않은 한 총리는 돌아서는 길에 분향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보수단체 회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한 총리는 '분향소에서 유가족들 이야기를 들어봤냐'는 질문에 "가족들 이야기는 다 듣고 있다"라고만 답한 뒤 차를 타고 떠났다.

이에 대해 협의회는 "분향소를 모욕하고 있는 단체들과 악수를 하는 모습은 섬뜩하기까지 하다"라며 "단 한 차례도 유가족들을 대면하지 않은 국무총리가 '가족들 이야기는 다 듣고 있다'라고 당당히 말하는 것도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협의회는 "유가족들을 한 차례 더 무시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조문은 조문이라기 보다 또 다른 가해에 가깝다"라며 "한 총리가 진정으로 진심어린 조문을 하고자 한다면, 공식적으로, 유가족들 앞에서, 제대로 된 조문을 하기를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한덕수 #이태원 분향소 #희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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