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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보면 스타벅스 음료쿠폰 주는 회사의 비밀

기재된 채용 조건과 확연히 다른 현실... 씁쓸한 구직자들

등록 2022.12.23 08:48수정 2022.12.23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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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구직 사이트에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구인 가게에 시일을 두고 두 번째 전화를 걸었다. 사람 구했냐고 물어보면 구했다고 한다. 구했는데 왜 계속 올리는 걸까. 전화를 건 순간, 내 문자메시지함으로 그 회사의 홍보 문구가 전달된다. 문득, 자신의 가게를 홍보하기 위해 구인난을 가장해 올리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회사의 희한한 채용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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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 픽사베이


한 번은 무려 84명을 채용하는 회사에 지원했다. 여기서도 탈락하면 나는 인간도 아니라고 호기를 부렸다. 탈락할 이유도 없고 이 작은 도시에서 미달 사태가 일어나면 어쩌지 하는 쓸데없는 걱정도 했다.

1차 서류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서류전형 탈락 문자를 받았다. 전혀 예상에 없던 상황이라 당황스러웠다. 면접도 아니고 서류 탈락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서류래 봐야 지원서와 자소서가 전부인데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그리고 탈락했으면 그만이지 문자는 왜 보냈을까. 아무리 친절한 멘트로 길게 포장해도 탈락은 상심이 크다.

정말 탈락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보내온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서류 탈락 기준이 무엇인지 물었으나 답변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84명 이상이 지원했다는 건가요?" 다시 물었지만 그 역시 대답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괜한 화풀이를 쏟아내자 담당자는 다음에 다시 지원해 달라는 위로를 건넸다. "탈락이유를 알려줘야 다음에 잘할 수 있잖아요"라고 하자 담당자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아무리 위안과 위로를 받아도 서류 탈락의 충격은 생각보다 오래갔다.

그 여파로 한동안 구인구직 사이트는 얼쩡거리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 마음이 다듬어 졌을 때 다시 접속했다. 그리고 적당한 회사에 연락을 해 면접 일정을 잡았다. 회사는 친절하게도 면접일시와 장소를 문자로 보내왔다. 문자 말미에 특이 사항이 있었다.

"면접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돌아가시는 길에 스타벅스 음료 쿠폰을 보내드리오니 꼭 참여 부탁드리고, 차후에라도 우리 회사를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매우 친절한 회사라고 생각했다. 대기업에서 면접을 보면 면접비를 지급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개인 회사에서 면접 후 음료쿠폰을 주다니 꽤나 복지가 좋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면접 당일 날 잊지 말라고 확인 문자를 다시 한 번 보내왔다. 편견일 수 있으나, 만약 대기업에서 이런 문자를 보내면 과연 대기업이 다르긴 다르네, 라고 했을 텐데 개인 회사에서의 낯선 친절은 의구심만 들게 했다.

며칠 전에도 면접 보러 갔다가 채용공고 내용과 달라 헛걸음만 하고 왔기 때문이다. 이렇듯 구인광고만 보고 갔다가는 낭패하기 쉽다. 구직이 힘든 만큼 구인이 힘든 회사도 있기 마련인데 그런 회사들은 어떡해서든 구직자들을 낚기 위해 채용조건을 실제와 다르게 올린다. 가령 주5일 근무라고 해놓곤 전화해 보면 365일 종일 근무로 둔갑되어 있는 황당한 경우도 봤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혹시 이곳도 이상한 회사는 아닐까, 채용조건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회사 이름이나 업무 내용 등 특이사항은 발견하지 못했다. 전화로 사전 확인했을때도 별다른 얘긴 없었다. 여튼 지금 그런 걸 따질 때는 아니다. 면접이 있으면 일단 가야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한계가 없지만 부정적인 사람은 한 게 없다는 말처럼 나는 뭐든 할 준비가 되어있다. 그렇게 마음 잡고 면접장소로 향했다.

취업자를 두 번 울리는 행위들

면접 보기 전 화장실에서 용모를 다시 한 번 단정히 하고 면접실로 향했다. 자신을 매니저라고 소개한 담당자는 자신들의 회사는 전국 30개 지점이 있는 회사라고 소개했다. 업무내용은 전화 상담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길게 말했지만 결론은 가게 문자명함 서비스를 홍보하는 '콜 영업'이었다.

매니저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샘플을 보여줬는데, 얼마 전 알바 가게에 전화 걸었을 때 자동으로 내게 전송된 그런 종류의 메시지였다. 즉 누군가 가게에 전화를 걸면 전화 건 번호로 자동으로 자신의 가게 홍보 문자를 발송하는 회사인데 내가 할 일은 회사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기본으로 전화를 걸어 홍보할 가게를 계약하는 업무였다.

한 마디로 무작위로 아무 가게나 전화해서 영업하는 콜마케터다. 거기까진 수용할수 있었다. 곧이어 추가 조건이 이어졌다. 2주 안에 2건을 계약해야 하는데 못 하면 자동 해고 된다는 고지를 했다. 역시나 낚였다. 주5일 근무에 월급제라는 채용 공고 조건과 전혀 다른 내용이다. 그럼에도 면접관에게 왜 채용조건을 정확히 기재하지 않았냐고 따져 묻지는 못했다. 

돋보이려 이력서를 부풀려 쓰는 구직자가 있는 거처럼 구인에 자신 없는 회사도 채용조건을 실제와 다르게 기재하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지 않았던가. 주5일 근무, 최저급여를 표시함으로 지극히 평범한 채용공고를 올리니 속을 수밖에 없지만 채용조건을 상세히 기재하지 않아 서로 불필요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여러모로 효율적이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

취업자의 간절함이었을까. 나는 할 수 있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했지만 매니저는 지금 당장 사람을 채용하진 않는다고 했다. 그럼 왜 면접을 보러 오게 했나요?라고 묻자 예비 대기인원을 뽑기 위해서라고 했다. 나는 대기 인원으로 분류됐다.

한파를 뚫고 면접을 보러왔건만 허탈함에 씁쓸했다. 면접장 문을 나서자마자 스타벅스 쿠폰이 도착했다.

"면접에 참여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따뜻한 하루되시라고 작은 선물 보내드릴게요. 앞으로도 힘찬 매일 되시길 응원합니다."

자신들의 회사를 홍보하기 위함이 아니라면 이런 행위는 취업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다. 음료 쿠폰보다 채용공고시 구직자가 인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특이사항은 기록해야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한다.
#면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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