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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발생' 사고현장에 흰가루… "액운 쫓는다며 소금 뿌려"

밀양 한국카본 폭발사고 관련 노조 주장... 사측 "모르겠다"… 양산노동지청 중대재해 조사

등록 2022.12.26 15:30수정 2022.12.2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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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부북면 사포공단에 있는 한국카본 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하자 사측은 기계와 나무 주변에 소금을 뿌렸다. ⓒ 화학섬유식품노조


"보안 통제선으로 둘러쳐진 공장 안 / 제일 먼저 뿌려진 하얀 소금 가루 / 잡귀 잡신 액운 물리친다며 / 출입문마다 뿌려 놓은 하얀 소금 가루 (중략) 병원으로 실려 간 5명의 노동자는 / 하얀 소금 가루보다 못한 신세 / 회사 안녕을 지켜주는 건 하얀 소금 가루라고 믿는 그들에게 / 일하다 다친 노동자는 / 통제하고 보안을 지켜야 하는 비밀스런 존재 / 하얀 소금 뿌려가며 물리쳐야 할 액운"
 

김영미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부산경남지부 조직국장이 한국카본 폭발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하며 쓴 시의 일부다.

지난 15일 오전 경남 밀양 소재 한국카본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로 31세 노동자가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24일 숨을 거뒀다. 당시 폭발사고로 노동자 5명이 중상, 1명이 경상을 입었는데, 중상자 중 1명이 사망했고 다른 1명은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31세 노동자는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한국카본은 단열재 원료인 탄소섬유를 생산해오고 있다. (관련기사: 한국카본 폭발사고 중상 30대 노동자, 열흘만에 끝내 사망 http://omn.kr/223sm)

이런 가운데 노동자들이 가입해 있는 화학섬유식품노조는 26일 경남도청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카본이 폭발사고 발생 뒤 '액운을 쫓는다'며 기계와 공장 부근에 소금부터 뿌렸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조가 공개한 사진을 보면 공장 나무와 기계 주변에 굵은소금으로 보이는 하얀 가루가 흩뿌려져 있다. 

한국카본 측 관계자는 소금을 뿌린 것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중대재해 조사 나선 노동부... "사업주 구속 수사해야"

한편, 양산고용노동지청은 한국카본 공장의 해당 공정에 작업중지 명령을 내리고 중대재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노동계는 '사업주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성훈 화학섬유식품노조 한국카본지회장은 "폭발사고 뒤 사측은 애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했지만, 중상자 가운데 1명이 사망했다"라며 "사측은 사고 조사에 노조 참여를 거부하고 있는데 조사가 제대로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인의 이모부는 유족 대표 발언에서 "조카는 입사 6개월 만에 사고를 당했다. 가족들은 치료 과정에서 회복되기를 바랐지만 끝내 성탄절 전날 사망 소식을 접하고 아픔에 잠겨 있다"면서 "사측은 아직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유족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사측은 사고 원인 조사에 제대로 협조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며,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사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화학섬유식품노조도 회견문에서 "한국카본 폭발 사고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업주를 구속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밀양시는 폭발사고가 발생한 건축물이 불법적인 건축물인지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위법 사실 때문인지 한국카본 사측은 사고 원인 조사 및 재발 방지 대책을 함께 세우기 위해서 '산보위'를 개최해 합의했지만 회의가 끝나자 기존 합의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고는 이윤에 혈안이 돼 안전보건관리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작동하지 않아 발생했다"면서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사망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한국 카본 사업주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고 중대 재해 예방 조치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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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 화학섬유식품노동조합 부산경남지부는 12월 26일 경남도청 정문에서 '한국카본 폭발사고 사망'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 윤성효

#한국카본 #폭발사고 #민주노총 경남본부 #화학섬유식품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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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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