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상형은 '신발끈 잘 묶는 사람'입니다

등록 2023.01.19 15:28수정 2023.01.1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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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끈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은 날 신발끈이 풀려버렸다. 운동화 한짝의 신발끈이 풀린 모습 ⓒ 김한울


최근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이민정은 결혼 전부터 생각했던 이상형을 말했다. 배우 이민정의 이상형은 '병뚜껑 잘 따는 사람'이었고, 우연치 않은 기회로 지금의 배우자인 이병헌의 놀라운 병따기 솜씨를 보게 돼 다행히도 이상형에 부합되었다는 일화를 듣게 되었다.


너무 우스워서 배우자 말고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나의 이상형은 '신발끈 잘 묶는 사람'이다. 신발끈 묶기는 어릴 적에도 부모님이 하시는 것을 보고 따라 시도해 보았지만,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일명 똥손으로 합리화하며 어른이 되었다(온라인에서 유행된 똥손의 비슷한 의미로는 흙손이나 앞발 등이 있으며, 반대의 의미는 금손이다).

신발끈이 미래의 배우자와 같은 선상에 놓을 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앞날을 함께할 사람으로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행복을 꿈꾸길 바랐다. 아마 배우 이민정도 유사한 의미로 말했으리라 생각된다.

신발끈을 못 매는 어른이 있다?

그런데 한 유튜브 채널에서 영상을 접하고 이것이 비단 손재주의 문제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영상에서 출연자는 임용 이후 공군 학사로 군대를 다녀온 경험을 이야기하며 대학까지 공부를 꽤나 해왔던 전문직이 군화의 신발끈을 못 매는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는 내용이다.

중학생 시절에 가장 난감했던 과목은 '기술과 가정' 중에서도 '가정'이었다. 십자수, 뜨개질은 물론 성냥으로 초에 불 붙이기 등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이지만 이렇게 발전이 없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신발끈 역시 어릴 적에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지만, 20대 이후 여성의 신발 종류에는 구두부터 단화, 부츠, 슬랙스 등 아주 다양했기에 특별히 걱정되지는 않았다. 운동화가 꼭 필요하다면 신발끈이 아닌 벨크로 테이프라는 유형도 있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렇지만 군대를 일정 기간 거쳐야만 하는 대한민국의 남자라면 이야기가 다를 것이다. 군인에게 군화란 전투 시 중요한 기본 피복이고, 전투복 가운데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위이기에 신발끈은 어쩌면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일 수 있을 것이다.

자녀를 양육하며 도움을 요청하기 전까지는 기다려주고, 실패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생각하게끔 만드는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은 어렵다. 성인이 되어 건강하게 자립할 아이들을 떠올리며 매일 실패를 밑거름 삼아 마음을 재정비한다. 같은 유전자니 꽤나 오래 걸리겠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외칠 날을 상상해본다. '새로운 능력이 +1 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취약성 #수치심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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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며 일상을 보내고, 주로 세 아이의 육아를 하는 30대 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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