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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세운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추모비

10일 제막식 열어... 16년 전 아픔 잊히는 게 안타까워 시민 모금 진행

등록 2023.02.10 17:27수정 2023.02.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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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비 시민들이 세운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추모비 ⓒ 정병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참사 16주기를 맞아 여수시민단체연대회와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들이 10일 오전 11시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 모여 추모비 제막식 및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16주기 공동추모를 위해 모인 시민단체들은 공동 발표문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16년 전 10명의 존엄한 삶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그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갔다"고 회고하였다. 이어 화재참사가 난 지 긴 세월이 흘렀지만 "비슷한 만행은 오늘도 끝없이 이어진다"며 "반인권적 강제 단속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하였다.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화재참사추모비건립추진위원회(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남동부 기독교교회 협의회/ 아래 '추모비건립추진위')는 지난 2022년 6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시민 모금 운동을 펼쳐 300여만 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추모비를 제작하였다.

이들은 지난 1월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여수시 화장동 314)에 시민 추모비를 설치하고 이날 오전 제막식을 하였다. 추모비건립추진위는 "법무부 시설인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 사건과 외국인보호소의 열악한 인권 현실이 잊히는 게 안타까워 이 추모비를 건립하기로 뜻을 모으고 시민 모금으로 추모비를 건립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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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화하는 시민들 추모비 앞에 헌화하고 추념하는 시민들 ⓒ 정병진

 
제막식에는 여수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회원들과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직원 등 50여 명이 참석해 추모비 앞에서 헌화하고 고인들을 추념하였다.

이날 정한수 목사(전남동부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는 추모 기도에서 "우리도 외국에 나가면 외국이고 존엄하게 대우받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이 땅에 온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똑같이 잘 대해줘야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어 "끊임없이 제기되는 외국인보호소의 인권 문제가 다시는 불거지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유성환 대표(이주와인권교육네트워크)는 연대 발언에서 "우리 일상에서 자주 발생하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은 연대를 통해 법과 제도가 잘 마련 때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어 "연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편을 가르지 않는 일인데, 오늘 이 자리에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소장님과 직원들이 함께 참여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에서도 참사가 발생했는데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민들이 잘 감시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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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 정병진

 
김대권 대표(화성외국인보호소 방문모임 마중)는 "여수외국인보호소화재참사는 계속되고 있다"는 제목의 16주기 공동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 성명서에서는 2007년 2월 11일 발생한 여수보호소 화재 참사에 대해 회고하면서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을 훌쩍 넘었지만, 외국인보호소의 현실은 지독하게도 그대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2021년 4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새우꺾기' 고문과 지난 2월 1일부터 진행 중인 "한겨울 칼바람보다 매섭고 난폭한 강제 단속"을 언급하며 "반인권적 강제 단속 중단"과 "외국인보호소의 철창을 걷어내라"고 촉구하였다.

한편 지난 2007년 2월 11일 새벽 여수출입국관리사무소가 운영하던 외국인보호소에서 화재가 발생해 보호외국인 55명 중 10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부상을 입은 참사가 발생하였다. 사망자는 중국인 9명(중국동포 2명 포함)과 우즈벡인 1명이었다. 법무부 구금시설에서 이처럼 대형 참사가 발생한 주요 원인은 숙직 직원들이 잠을 자느라 발빠른 대응을 못했고, 스프링클러 미설치, 유독가스를 내뿜는 우레탄 매트 사용 등이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보호외국인들에 대한 인권 의식 결여였다. 당시 여수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은 보호외국인들이 탈출할까 두려워 철창문을 신속히 열어주지 않았고, 결국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강제퇴거 명령받은 외국인들을 최대 200명 남짓 본국 송환까지 구금 수용하는 보호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금도 보호외국인 1백여 명 생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여수출입국외국인사무소 #여수외국인보호소 #추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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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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