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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은행? 키움은행? "경쟁할거란 헛꿈 버려야"

윤 대통령 은행 비판에 술렁이는 IT·증권업계... 금산분리 폐지는 부인

등록 2023.02.19 11:08수정 2023.02.1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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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로 인상했지만,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수신(예·적금) 금리는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6일 서울 시내에 설치되어 있는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2023.2.6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돈잔치', '과점체제의 폐해' 등의 말로 5대 시중은행을 비판하고 나서자 정보기술(IT)·증권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과점 구도를 깨는 방안으로 네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하는 게 아니냐는 예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금융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다", "과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고 발언한 지난 15일 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대한 브리핑에 나선 최상목 경제수석은 "예대금리차 공시 및 대환대출 플랫폼, 예금 비교·추천 플랫폼 등을 통해 기존 금융사 간 경쟁을 강화하는 방안과 금융·IT 간 영업장벽을 낮춰 유효경쟁을 촉진하는 방안 등이 검토 과제로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과 IT간 영업장벽을 낮춘다는 말에 국내 대표적인 IT기업인 네이버나 과거 인터넷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였던 인터파크, 키움증권 등이 은행 진출 유력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아직 말하기 이르다"는 네이버·키움... 인터파크는 "관심 없다"  

네이버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 IT 기업이지만 과거 인터넷은행 허가 쟁탈전에는 뛰어들지 않았다. 대신 2019년 미래에셋대우와 공동으로 '네이버파이낸셜'을 설립해 간편결제 사업과 소상공인 대출 등에 집중했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금융상품판매대리∙중개업자 신분으로 금융당국에 등록돼 있다. 직접 금융업무는 수행할 수 없어도 은행 고유업무인 수신 기능을 제외하면 금융사와의 협업을 통해 대다수 금융업무를 진행할 수 있는 상태다.

그런데 지난해 박상진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돌연 "금융사와 협업해서 혁신 상품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지만 금융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면 받을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업을 하고 있고 자금력도 충분하기에 '네이버은행'이 거론되고 있는데, 네이버 관계자는 16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인터넷은행과 관련) 구체적인 계획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키움증권은 꾸준히 인터넷은행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예비인가까지 냈지만 과거 금융당국의 제동에 발목을 잡혔다. 2015년 당시 지분율 규제로 고심 끝에 예비인가 신청을 포기했던 키움증권은 인터넷전문은행법이 제정된 후 지난 2019년 다시 한번 인터넷은행 진출을 선언했다. SK텔레콤과 11번가 등 초호화 주주사를 구성했지만 '혁신성 부족' 평가를 받고 예비인가에서 탈락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제4의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주겠다는 이야기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상황이라 관심이 있다 없다 이야기 하긴 이른 단계"라며 "지난번 예비인가 과정에서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성'에 대한 지적을 받은 만큼 이번에 지원하게 된다면 사업 내용과 주주사 등을 원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파크는 과거 인터넷은행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어 재도전 여부가 주목되는데, 인터파크 측은 "인터넷은행 진출엔 관심이 없다"고 못박았다.

"메기 역할 맡긴다 했는데 고래가 돼 버려"

그러나 네 번째 인터넷은행 사업자를 들인다고 이미 과점 체제로 굳어진 현 시중은행간 구도를 깰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구심도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요즘 나오는 인터넷은행 설립, 기능별로 세분화된 스몰 라이선스 도입과 관련한 논의는 과거 인터넷은행이 처음 등장했던 때 나왔던 이슈들과 꽤 닮아있다"고 평가했다.

전 교수는 "당시 정부는 인터넷은행을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특화 은행으로 만들고, '메기 역할'을 하게 해 시중은행 간 경쟁을 촉진시키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현재 다시 '고래'가 돼 은행업계 과점 이익에 동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일컫는 메기효과를 내세웠지만 그런 효과는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법(인터넷전문은행설립및운영에관한특례법)을 만들어 IT기업을 대상으로 금산분리(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규제까지 완화해주면서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사 설립을 목적으로 내세웠다. 중저신용자들은 늘 1금융권에서 외면을 받은 채 2·3금융권 등으로 내몰렸기 때문이다. 차주들은 1금융권에서보다 더 높은 이자를 감당하면서도 낮은 안정성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토스뱅크가 1금융권으로 편입했다.

그러나 인터넷은행들은 출범 후 몇 년 동안이나 중저신용자보다 고신용자를 우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은 12.1%로 시중은행 평균 24.2%보다 낮았다. 인터넷은행은 또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하지도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30% 이상으로 높이라고 주문하고서야 목표 달성에 열을 올렸다.

금융업계의 한 전문가는 "인터넷은행이 진출한 지 몇 년의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5대 시중은행 중심 구도는 깨지지 않고 있다"며 "네 번째 인터넷은행으로 과점을 깨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 은행'은 5대 시중은행 정도의 규모를 갖출 수 있어야 과점체제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거란 지적도 나온다. 마침 금융위원회가 올 상반기 중 '금산분리 완화' 구체안을 낼 예정이어서, 과점체제 해소를 내세워 산업자본이 금융업에 진출하도록 문을 여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 수석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은행업계 과점 구도를 깨기 위해 금산분리 폐지까지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업 경쟁을 촉진하는 부분과 성격이 다르다"며 부인했다.

대통령이 단순히 시중은행의 '과도한 수익 추구'를 지적하는 것을 넘어 "과점체제의 폐해"로까지 전선을 넓히자, 새 인터넷은행 설립부터 금산분리 폐지까지 거론되며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 한 고위 관계자는 "최 수석이 든 예시는 아직 예시일 뿐이다. 그걸 넘어서는 다양한 경쟁촉진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은 금융위-금감원이 TF를 꾸려 고민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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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3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은행들이 경쟁하면 무조건 소비자 이익? "헛꿈 버려야"

하지만 금융 불안정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점적으로 관리돼 온 현재의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경쟁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적절한지에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은행업이 그동안 정부로부터 인·허가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는 '라이선스' 사업으로 운영돼 온 건, 개별 은행이 부실해질 경우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 정부의 엄격한 관리 감독으로 부실을 예방하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다.

전성인 교수는 "금융 당국은 은행업계 과점 구도를 깨고 그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하겠다는 헛꿈을 버려야 한다"며 "은행업계의 독과점적인 행동을 통제하려 한다면 시중은행들에 대한 감독과 건전성을 강화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 #시중은행 #금산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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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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