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은 달라도 우린 한동네 사람들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가전동'

등록 2023.02.26 15:43수정 2023.02.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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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동 주민들의 감사패 전달 가전동 추난옥 반장과 김순신 부녀회장이 장진용 어상천면 부면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 장진용


"행정 구역상 '리'는 달라도 우린 누구보다 가까운 이웃사촌입니다." 요즘 대부분 농촌마을은 고령화가 심한 데다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과 기존 살고 있는 분들의 다툼도 흔하다.


인구 3만 명이 붕괴된 충북 단양군도 예외는 아니다. 단양은 1987년 경 인구가 8만여 명을 넘었고 시멘트 회사가 있는 매포읍의 인구만 해도 당시 2만 5천 명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금은 군 전체를 따져봐도 2만 7천여 명에 불과하고 이마저 감소하는 추세다. 단양군은 단양·매포 2개 읍에 영춘 등 5개면으로 구성됐다. 요즘 면 지역에서 신생아가 나오면 플래카드를 내걸고 홍보할 정도로 떠들썩하다.

사람은 이렇게 줄어드는데 주민 간 갈등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최근 단양의 한 마을은 전입세대의 마을발전기금 납부 건으로 곤욕을 치렀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비단 이 마을 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이런 세태에 법적 동네는 다르지만 인접 마을끼리 화합한다는 소문에 귀가 번쩍 뜨였다.

충북 단양군 어상천면 '가전동 마을'. 가전동 마을은 행정구역도나 서류에는 나오지 않는 동네. 어상천면 석교2리 4반과 대전1리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강원도 영월군과 도계 마을인 이곳에는 30가구 60여 주민들이 집안 식구들처럼 오손도손 생활한다.

주민들은 지역자치를 모범적으로 실천한다. 15년 전 자신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석교2리 입구 터를 매입, 가전동 문화회관을 짓도록 했다. 최근에는 어상천면~영월군 남면 쌍용리로 넘어가는 519호 지방도 주변을 자연친화공간으로 조성했다. 충북과 강원도 경계마을로 자칫 소외될 수 있는 곳에 꽃밭, 정자, 주차장을 만들었다.


지난 2월 5일 대보름날 가전동 주민들은 음식을 나눠먹고 윷놀이도 함께 했다. 이들의 화기애애한 소식이 전해지자 엄태영 국회의원, 김문군 군수도 참석해 웃음꽃을 피웠다. 이어 17일에는 경로잔치를 겸한 마을화합행사를 했다. 이제 곧 농번기가 다가오니까 그 이전에 전력을 충전하는 시간이었다. 이날 추난옥 석교2리 4반 반장과 김순신 부녀회장은 마을 발전에 도움을 준 장진용 어상천면 부면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수시로 마을을 찾아와 어려움을 듣고 해결방안을 고민해준 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새마을지도자 등으로 마을 일에 앞장서온 권기윤(63·어상천면 주민자치위원)씨는 "왜 가전동인지는 몰라요. 제가 60년 이상 살았는데 줄곧 그렇게 들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마을에 필요한 것이 뭐냐는 질문에 권씨는 "회관이 15년 이상 되니까 빗물이 새고 외풍까지 심해요. 손을 좀 봐야 합니다. 또 정자 옆에 간단한 운동기구를 설치해주면 주민들이 짬나는대로 이용할 겁니다"라고 했다. 전화로 보충 취재하는 기자에게 "그만 물어보고 막걸리나 한 잔 하러 와" 하는 권씨의 목소리가 계속 귓전에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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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동 사람들 마을주민들이 문화회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제 곧 마을주민들은 고추와 수박농사로 분주하다. ⓒ 장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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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준비하는 주민들 대보름과 마을잔치를 앞두고 여성회원들이 음식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 권기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천단양뉴스(http://www.jdnews.kr/)에 실립니다
#제천단양뉴스 #이보환 #단양 #귀농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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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신문에서 25년 정도 근무했습니다. 2020년 12월부터 인터넷신문 '제천단양뉴스'를 운영합니다. 지역의 사랑방 역할을 다짐합니다. 언론-시민사회-의회가 함께 지역자치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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