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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막아라

추진 반대 결의안 발의부터 본회의 통과까지 초고속으로 진행... 3.1절에 일본서 기자회견

등록 2023.03.03 15:14수정 2023.03.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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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의 한 맺힌 역사가 서려 있는 섬으로 일본이 2015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유네스코는 '강제 동원 역사를 정확히 기록하라'는 조건을 내걸며 군함도 등재를 승인했지만, 일본은 아직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한 달 전, 한신대에서 역사를 강의하는 김준혁 교수에게 연락이 왔다.

"일본이 군함도에 이어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어요. 의원님이 앞장서서 막아 주세요."

뜻밖의 제안이었다. 제안이기보다 간곡한 요청이었다. 지난 10년간 해외 약탈 문화재 환수 운동을 함께하며 역사 멘토로서 나의 빈곤한 역사의식을 채워준 김준혁 교수의 절박한 요청을 뿌리칠 수 없었다. 이렇게 나는 사도광산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런데 시간이 촉박했다. 사도광산 등재 추진 반대 국회 촉구 결의안을 2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고, 3·1절에 맞추어 일본을 항의 방문하려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지난 1월에 일본이 유네스코 등재를 신청한지라 우리도 신속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어서 디데이(D-Day)를 3·1절로 잡고 일본을 항의 방문하기로 계획하였다.

촉구 결의안을 번개처럼 발의하고 2월 27일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초고속으로 추진하였다. 홍익표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의 도움에 감사드린다. 일본 가기 직전 국회 토론회와 강제 동원 사진전까지 개최했으니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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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3일 진행한 사도광산 관련 국회 토론회 ⓒ 안민석


2월 27일 본회의에서 여야의원 만장일치로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었다. 단 한 표의 기권이나 반대표가 나오지 않은 놀라운 결과였다. 대한민국 국회라는 든든한 우군을 얻은 셈이었다.

다음날 국회의원들과 함께 동경으로 날아갔다. 나눔의 집이 있는 경기도 광주 출신 임종성 의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기억연대에서 활동했던 윤미향 의원, 강제 동원 관련 대표적 변호사인 양정숙 의원 등 이번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저지를 위해 뜻을 모은 의원들이 동행했다.


동경 도착 후 윤덕민 주일대사를 면담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 사도광산 등재를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와 국회가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적극적인 반면 우리 정부와 국회는 등재를 막는데 미온적인 현실이 안타깝다.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지만 누군가 해야 할 일을 이번에도 내가 총대를 메게 된 것은 운명일지 모르겠다.

일제 말기 강제로 끌려간 수백만 명의 조선인들과 사도광산으로 끌려온 1500여 명의 조선인들의 한을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정치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강제 징용의 현장이 또다시 일본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둔갑하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막는 일은 역사 바로 세우기 차원의 뜻깊은 일이기에 주저 없이 나서게 되었다. 

3월 1일 기자회견 장소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가 있었다. 애초에 당당하게 문부성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으나 최종 단계에서 일본 정부가 불허하였다. 문부성 건물 밖에서 할 것을 검토했지만 외교적 문제로 비화될 듯해서 다른 장소를 찾기로 했다. 김준혁 교수가 2·8 독립선언 장소인 YMCA를 제안했고 결국 독립운동의 현장인 일본 동경 한국YMCA에서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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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일본 동경 한국YMCA에서 진행한 사도광산 등재 반대 기자회견 ⓒ KBS

 
KBS, MBC, SBS 등 국내 주요 방송과 언론이 사도광산 기자회견을 메인으로 다루었다. 강제 동원 문제를 회피한 채 일본과의 협력만 강조하여 국민적 공분를 자아낸 윤석열 대통령의 3·1절 기념사와 역사를 알리고 사도광산 등재를 막기 위해 동경에 간 의원들의 주장이 대조된 언론보도라서 더욱 흥미로웠다.

우리는 이번 방문으로 그치지 않고 동경에서 5시간 거리에 있는 사도섬을 광복절에 방문할 것과 유네스코 파리본부도 항의 방문하기로 약속하였다. 또 유네스코의 이행지시를 지키지 않는 군함도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로 뜻을 모았다.

기자회견 후 재일교포 댁으로 초대받았다. 미술컬렉터이자 광주시립미술관 명예관장 하정웅 선생님댁이다. 10년 전 오쿠라 호텔 정원에 있는 이천 5층 석탑 환수를 위해 도움을 주신 것이 인연이 되어 하정웅 선생님과 각별한 친분을 이어오고 있다.

1조에 이르는 미술 소장품을 조국에 기증하실 만큼 애국을 실천하신 하정웅 선생님은 민족주의자이며 평화주의자이시다. 40년 전 강제 동원 희생자들의 위령비 건립운동을 하셨던 하정웅 선생님은 사도광산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를 막으려 일본에 온 국회의원들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셨다.

사도광산 등재를 막을 때까지 하정웅 선생님의 건강을 빌며 동경의 숙소로 돌아왔다. 3·1운동 104주년을 맞아 진행한 일본 동경 한국 YMCA 기자회견과 하정웅 선생님과의 재회는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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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민족주의자 하정웅 선생님 댁에서 ⓒ 안민석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입니다.
#3.1절 #임종성 #윤미향 #양정숙 #사도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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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안민석입니다. 제 꿈은 국민에게는 즐거움이 되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는 삶의 모델이 되는 정치인이 되는 것입니다. 오마이에 글쓰기도 정치를 개혁하고 대한민국을 건강하게 만드는 지름길 중에 하나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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