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아름다운 팔공산, 국립공원이 된다고 해도 두렵습니다

[주장] 설악산 케이블카 개발 빗장을 풀어버린 환경부... 무색해져버린 '국립공원'의 의미

등록 2023.03.07 10:28수정 2023.03.07 10:39
0
원고료로 응원
a

아찔한 능선길 바위 절벽에 선 사람들. 다소 위험해보이는 능선길을 타고 정상에도 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a

아찔한 아름다움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봉오리마다 한 가득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5일(일) 팔공산 동봉을 올랐습니다. 동화사 입구 탑골에서 염불암을 지나 염불봉에 오르고 염불봉 봉오리를 넘어 동봉에 다다르는 3.4㎞ 코스를 택했습니다. 염불봉에서 동봉에 이르는 능선길이 '아찔한 아름다움'을 선사해주기 때문입니다.

정상의 바위를 타고 오르며 마치 절벽 위에 선 느낌이랄까요? 그런 '아찔한 아름다움'이 있는 구간이 바로 염불봉에서 동봉에 이르는 700미터 능선길입니다. 산양이 있었다면 아주 좋아할 능선길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산양 똥으로 보이는 배설물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가웠던지요. 1000미터가 넘는 이 능선길을 탈 수 있는 동물은 산양밖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반가운 똥을 보고 내려와 산양 전문가인 설악산 박그림 선생께 문의했더니, 노루 똥이라고 확인해 주었습니다.
 
a

데크길에 놓인 산양의 배설물로 착각하게 만든 산 짐승의 배설물. 1000미터가 넘는 능선길에서 만났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아쉬웠습니다. 산양이라는 멸종위기종 야생동물이 존재해주면 그 존재 자체로 여러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데 더욱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되겠지요. 멸종위기종 산양도 살 정도로 상태 환경이 수려한 팔공산이란 수식어도 달릴 것이고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오매불망 팔공산 국립공원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립공원에 위기의 빨간불이 켜지는 사건이 발생했지요. 지난달 27일, 환경부 소속 원주지방환경청은 양양군에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삭도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조건부 협의' 의견을 보냈습니다.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허가 판정을 내린 겁니다.

이 땅에 설악산만큼 수려하고, 생물다양성이 풍부하고, 산림 유전자가 풍성한 산이 있을까요? 아무리 난다긴다하는 산도 살악산만큼은 아닙니다. 설악산 앞에 서면 너무 작아지는 산일 뿐입니다.

설악산마저 개발의 빗장을 풀어준 환경부

그런데 이런 국립공원 설악산에 개발의 빗장을 풀어줬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환경부가 이런 결정을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요? 설악산 케이블카가 허용되는 순간 다른 산에도 케이블카 건설이 허용될 수 있단 얘깁니다.


제아무리 아름다운 산일지라도,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산이라 해도 설악산을 따라올 산이 국내에 없기 때문입니다.
 
a

정상의 능선길에서 바로본 팔공산 능선의 아름다움. 팔공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산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런 형국이니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을 오매불망하는 대구의 입장이 뻘쭘해지지 않았을까 생각도 듭니다. 국립공원 설악산도 개발의 빗장을 풀어주는 마당에, 팔공산이 국립공원이 된들 개발의 파고를 비껴갈 수 없을 테니까요.

설악산 케이블카는 마치 도미노처럼 모든 산의 빗장을 열어재낄 것입니다. 실로 두렵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팔공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시도를 벌인 바 있습니다. 동화사의 반대에 부딪혀 일단 사업을 접는다고 했지만, 설악산 케이블카 빗장이 열리는 것을 보고 과연 보고만 있을지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a

팔공산 초입 곳곳에 내걸린 팔공산 국립공원 반대 현수막. 국립공원이 되면 개발 제한을 받게 될 것을 염려한 일부 지주들이 일제히 내걸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환경부는 팔공산을 23번째 국립공원으로 승격시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정말 하나도 반갑지 않습니다. 국립공원이 되면 무얼 한단 말인가요? 국립공원을 지정하는 건 국가가 나서서 자연을 보호하고 보존해서 후세에 물려주기 위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환경부가 나서서 개발의 빗장을 풀어주는데 국립공원이 된들 무슨 소용이 있냐는 겁니다
 
a

염불암의 마애부처님. 팔공산에는 갓바위 말고도 이런 마애불도 있어서 다양한 불교유적 또한 향유할 수 있다. 자연과 문화재가 어우러진 산이란 이야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환경부가 이래서 되는 겁니까? 환경부의 존재 이유는 이 땅의 산하와 그곳의 뭇 생명들을 지키고 보호하는 일입니다. 환경부는 두고두고 비난과 비아냥을 받을 일을 자초해버렸습니다. 이 땅의 어느 곳을 자신 있게 지킬 수 있단 말인가요? 그래서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이 하나도 반갑지가 않습니다. 국립공원 팔공산에 목을 맬 이유도 사라졌습니다.

우리 팔공산을 사랑하는 대구시민은 팔공산과 그 안의 뭇 생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제 누구를 믿고 의지해야 한단 말인가요? 실로 두렵습니다.
   
그래서입니다. 환경부는 지금이라도 통렬한 반성을 하고 다시 되돌아와야 합니다. 국립공원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웬 말입니까? 제발 재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야 팔공산 국립공원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난에 불과합니다.

환경부가 제발 제 위치를 찾아주길 바랍니다. 그렇게 못한다면 한화진 장관은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그것이 '환경'에 몸담았던 사람이 보일 최소한의 양심입니다. 한화진 장관의 결단을 촉구해봅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팔공산 국립공원 #설악산 #케이블카 #팔공산 동봉 #염불암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2. 2 "아이 어휘력이 떨어져요"... 예상치 못한 교사의 말
  3. 3 그가 입을 열까 불안? 황당한 윤석열표 장성 인사
  4. 4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5. 5 MBC가 위험합니다... 이 글을 널리 알려 주세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