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제주 제2공항 주민투표, 원희룡 손에 달렸다

제2공항 반대 도민들, '주민투표' 요구... 주민투표법에 따라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결정

등록 2023.03.08 09:38수정 2023.03.08 09:38
1
원고료로 응원
a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두고 제주 도민 사회에서는 찬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 임병도


제주가 제2공항 건설 찬반 문제로 다시금 갈등과 혼란에 휩싸였다. 

지난 6일 환경부는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협의 의견을 냈다. 제2공항 건설을 추진할 수 있다고 동의한 셈이다. 

제2공항 찬성 측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반대 측은 달라진 것이 없는데도 환경부가 동의했다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아래 비상도민회의)는 7일 민주노총 제주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민 결정 없는 제2공항 추진은 있을 수 없다"며 "주민투표를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비상도민회의는 지난 3일에도 오영훈 제주도지사에게 '도민 결정권 실현을 위한 제2공항 주민투표 촉구 건의안'을 전달했었다.

오영훈 지사는 주민투표 실시 가능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이나 행정절차 등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도민들이 요구하고 제주지시가 검토하겠다는 '제2공항 주민투표'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민투표는 제주도민이나 오영훈 제주지사의 뜻과 상관없이 오로지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손에 달렸다.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①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치는 경우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을 변경하거나 주요시설을 설치하는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미리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②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받은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공표하여야 하며, 공표일부터 30일 이내에 그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③제2항의 규정에 의하여 지방의회의 의견을 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그 결과를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주민투표법 제8조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를 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주요시설을 설치하는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 의견들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원희룡 국토부장관이고,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오영훈 제주도지사를 말한다. 

주민투표는 오영훈 지사가 요구한다고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원할 때 할 수 있다. 원 장관이 하지 않겠다면 주민투표는 불가능하다. 

원희룡 '제2공항 찬성론자'... 주민투표 실시 할까?
 
a

2021년 한국기자협회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원희룡 지사는 제2공항을 다음 정부, 다음 대통령이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임병도


원희룡 장관은 제주도지사 시절부터 강력하게 제2공항 건설을 추진했던 찬성론자이다.  

2021년 대선 예비후보로 한국기자협회 토론회에 나선 원희룡 지사는 "제2공항은 필요해서 진행된 사업"이라며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에 대해 "아쉬운 점이 있지만, 다음 정부, 다음 대통령이 전혀 새로운 추진력과 조정 능력을 갖추고 정상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2공항 반대 측은 원 지사가 국토부장관이 된 뒤에 환경부가 조건부 동의를 했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 장관이 제2공항 건설을 찬성해 왔기 때문에, 제주도민이 요구한다고 해도 과연 주민투표를 실시할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2011년에도 제주해군기지를 놓고 주민투표를 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무산됐다. 

'제주도의 시간'이 온다... 환경영향평가는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a

3일 제주 도지사 집무실에서 열린 제주 제2공항 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와의 면담. 비상도민회의는 오 지사에게 주민투표 촉구 건의안을 전달했다. ⓒ 제주도청


주민투표를 하지 않는다고 제주도가 아무런 힘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환경영향평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부 관할이지만, 환경영향평가는 제주특별법상 제주도 지사가 관여한다. 이런 절차가 남아 있어 오 지사도 "제주도의 시간이 다가온다"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제주도지사는 '제주특별자치도 환경영향평가 조례'에 따라 평가서를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도의회에 제출해야 한다. 

도의회는 본회의에서 동의안 처리를 결정해야 하지만 찬반 여론이 나뉘어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2009년 제주해군기지 건설 당시에도 환경영향평가 처리를 두고 도의회에서 난투극에 가까운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제주 도의회를 통과하면 더는 제주도가 관여하기는 어렵다. 토지보상을 거쳐 제2공항 건설이 시작되는 것이다. 

오영훈 지사는 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과정에서 그 어떠한 정보 제공이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이뤄졌다"며 환경부에 매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앞서 3일 비상도민회의와 만난 자리에선 "특히 제주도지사를 지내서 지역갈등의 골이 깊은 것 또한 잘 알고 계신 분께서 갈등 해소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며 원희룡 장관을 질타하기도 했다. 

오 지사가 도민 결정권을 요구하는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제주도의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제주 제2공항 #원희룡 #오영훈 #주민투표 #환경영향평가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금반지 찾아준 사람이 뽑힐 줄이야, 500분의 1 기적
  2. 2 검찰의 돌변... 특수활동비가 아킬레스건인 이유
  3. 3 '윤석열 안방' 무너지나... 박근혜보다 안 좋은 징후
  4. 4 '조중동 논리' 읊어대던 민주당 의원들, 왜 반성 안 하나
  5. 5 "미국·일본에게 '호구' 된 윤 정부... 3년 진짜 길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