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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취재해!"... YTN 기자들이 지키고 싶은 이 말

[인터뷰] 기자 4인이 보는 '사영화'... "외압없는 보도 가장 큰 자산인데"

등록 2023.04.04 21:06수정 2023.04.04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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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김도원, 김현미, 이준엽 기자가 <오마이뉴스>와 만나 YTN 사영화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YTN 기자, 사영화에 반대하는 이유 ⓒ 유성호

 
"가스비가 비싸지 않다고 하는 언론만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YTN의 대주주인 한전KDN을 비롯해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들이 YTN 지분 매각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 공기업들이 YTN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면 20여 년간 이어져 온 YTN의 공적 소유 구조는 막을 내리게 된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한국경제> 등 보수, 경제 언론들이 YTN 지분 인수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YTN이 이 언론들의 손에 넘어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YTN 기자들이 우려하는 지점은 같았다. 'YTN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것. <오마이뉴스>는 YTN 기자들을 만나 재벌대기업이나 사주가 있는 대형 언론사들이 YTN을 소유하게 되는 '사영화'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준엽 기자] "취재에 어떤 외압 없었다" MZ 기자가 꼽은 최대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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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엽 YTN 기자 ⓒ 유성호

 
YTN 사회부 이준엽 기자는 2021년 3월 입사한 새내기 기자다. 현재 마포와 영등포, 인천 일대 경찰서를 돌면서 사건 기자로 활약하고 있다. 매일 챙겨야 할 사건과 논란들이 많아 근무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육체적으로 피로할 때도 있지만, 이 기자는 "YTN은 최고의 취재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는 "감히 최고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윗선의 취재 개입이나 압력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기자가 YTN의 외압 방지 제도를 체감했던 때는 지난해 YTN 대주주와 관련된 갑질 논란을 취재할 당시였다. 그가 민감한 내용까지 취재를 하자 대주주 소속 직원들 수십 명이 YTN 사옥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 기자는 어떤 제약도 받지 않고 취재를 계속할 수 있었다. 직속 부장이나 국장으로부터는 사옥 방문과 관련해 어떤 말도 듣지 않았다.

민감한 이슈를 취재할 때마다 그가 부장에게 들었던 말은 "그냥 취재해"라는 한 마디뿐이었다. 취재기자인 그에게는 큰 힘이 되는 말이었다. 이 기자는 "YTN 입사를 하기 위해 면접을 볼 때도 그런 얘기를 했다. 당시에도 YTN이 주요 주주 회사의 갑질을 보도했는데, 그런 보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의 언론사라서 좋다고 했다"면서 "보도에 있어서 외부 개입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회사라는 부분은 확실히 기대했던 만큼 충족되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 기자는 YTN 사영화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재벌이나 족벌 언론사들이 YTN 대주주가 된다면, 현재 YTN의 민주적 보도 시스템이 망가질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사영화가 된다면 지금까지 YTN이 보여왔던 공정성을 잃기가 훨씬 더 쉬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만을 전문적으로 내보내는 언론사가 공정성을 잃게 되면 그만큼 사회적인 손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YTN이 재벌방송이나 극단적 정치색을 띠게 되면 '안 보면 되지'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24시간 뉴스를 내보내는 언론사가 대한민국에 딱 2개거든요. 그중 하나가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는 채널이 된다는 것은 손해고, 사회 여론을 극단적으로 형성하도록 하는 것도 손해라고 생각해요."
 

[김도원·김현미 기자] 2008년 낙하산 사태 때 입사... "사영화, 해고보다 더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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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원 YTN 기자 ⓒ 유성호


서울경찰청을 출입하는 김도원 기자, 대통령실 출입 김현미 기자는 2008년 YTN 입사 동기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 2월 입사한 이들은 당시 낙하산 사장이 부임하면서 YTN 내홍이 한창이던 상황을 고스란히 겪었다. 김현미 기자는 2008년 10월 당시 YTN 선배들이 해직을 통보받은 후 "당시 사무실의 가라앉은 분위기, 선배들의 표정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수습 시절부터 YTN의 어려움을 경험했던 두 기자는 그간 YTN 구성원으로서 회사 정상화에 힘을 보태왔다. 그러면서 YTN에는 사장추천위원회, 보도국장임면동의제, 공정방송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부당한 외부 개입을 차단하는 제도 장치가 마련됐다. 제도가 정비된 이후 취재를 하면서 '외풍'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게 두 기자의 공통된 경험이다.

김도원 기자는 "예전에는 돌발영상을 보도국장이 내지 말라고 지시하거나, 대통령 공약을 비판하는 기사에서 대통령이 나오는 영상을 빼라고 요구하는 등 윗선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면서 "지금은 그런 개입은 상상할 수 없고, 취재 현업에서 일하면서도 단 한 번도 그런 부당한 압력을 받은 적이 없다. 보도국장 불신임 투표 등 다양한 장치들도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김도원 기자는 YTN의 장점이자 단점으로 '무색무취'한 보도 논조를 꼽았다. 뉴스 보도에서 정치적 색채가 다른 언론사에 비해 짙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YTN 시청자 성향을 조사해보면 보수·진보·중도 모두 비슷하게 분포돼 있다"면서 "한쪽에서, 또다른 한쪽에서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비판에도 균형을 잡아왔고 그 결과 뉴스 신뢰도도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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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미 YTN 기자 ⓒ 유성호

 
김현미 기자는 "YTN이 잘하는 것 중 하나가 라이브 방송인데, 다른 방송사에 비해 현장 기자의 의견이 비교적 잘 받아들여지면서 현장 분위기를 더 생생하게 보도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YTN 시청자들도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있을 때, YTN에서 라이브로 방송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보시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자를 시작해 박근혜 정부, 윤석열 정부를 경험하는 두 기자는 지금이 가장 걱정된다. 김도원 기자는 "YTN 해직 사태 등을 겪으면서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서 "그런데 정말 YTN이 재벌이나 족벌 언론들에게 매각이 된다면 그것은 해고보다 더한 충격이 될 것이고,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미 기자는 "만약 재벌이 대주주가 된다면 당연히 보도에 대한 외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정부 외압의 경우 YTN 구성원들이 많이 싸워봤고, 국민들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사기업에서 들어오는 외압은 가려지기 쉽고, 싸우기도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YTN의 문제가 일반 국민들에게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죠. 하지만 정치적·사회적 이슈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무색무취'한 지금의 YTN은 필요한 정보를 알아갈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벌이나 족벌 언론에 매각되면 YTN이 지금과 같은 위치에 있을 거라고 장담하긴 어렵습니다."(김도원 기자)

"언론은 국민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요. 물가가 올랐는데, 언론에서 물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떠들면 국민들은 정부가 잘해서 물가를 잘 잡고 있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렇게 세뇌될 수 있죠. '물가는 원래 그런 거다', '가스비도 오르니까 그대로 내야 한다'고만 생각하면서 여론이 모이지 않으면 정부도 움직이지 않겠죠. 그러면 국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질 거라고 생각해요."(김현미 기자)


[신웅진 기자] 30년 YTN과 함께한 시니어... "사주 회사는 공정성 확보 못해"

YTN 출범 초창기인 지난 1994년 입사한 신웅진 기자는 YTN 30여 년 역사를 함께 해왔다. IMF 때 회사 경영난으로 몇 달간 월급을 제때 받지 못했고, 지난 2008년에는 동기인 노종면 기자 등이 해직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YTN을 지켰다. 신 기자는 "동료들이 해고되고 파업을 했던 시기가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고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런 어려움을 거쳐 일궈낸 YTN 보도의 공정성은 그의 자부심과 같다. 신 기자는 "YTN 보도는 공정성과 관련된 여러 지표나 설문조사에서도 늘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팩트 위주로 전달한다는 믿음이 시청자들에게 있는 것이고, 중립적이면서 정확하고 24시간 깨어있는 뉴스라는 믿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렵게 일궈낸 성과지만, 최근 YTN 사영화가 추진되면서 그는 또다시 근심하고 있다. 그는 "2008년 싸움이 끝나지 않은 것 같다, YTN이 사영화 되면 언론계의 중요한 자산을 잃게 될 수 있다"면서 "언론지형이 보수 쪽으로 훨씬 기울어져 있고, 그 와중에 균형감을 갖고 버티는 언론사들이 많이 없는데 YTN이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 권력이 바뀌면서 낙하산 사장이 오는 것은 바로잡을 수 있겠지만 민간 사주가 온다는 것은 거의 반 영구적"이라며 "이른바 사주의 이익이 관련되는 기사는 공정성을 확보할 수 없고 사주 관점에서만 쓸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후배들이 많이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이제 퇴직을 앞둔 그는 YTN 기자들이 기자정신, 자부심을 갖고 계속 일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기자라는 직업은 돈보다는 일종의 명예, 자존심이 중요한 직종입니다. 지금도 게시판에는 구성원들의 여러 의견들이 올라오고 보도와 관련해 여러 토론이 이뤄지고 있는데, 사주가 있는 회사에서 이런 것들이 가능할까요? 앞으로 후배들이 선배들이 남겨온 그런 유산을 더욱 좋게 발젼시켜가길 바라고, 자존심을 세울 수 있는 YTN이 되길 바랍니다."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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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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