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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쾌걸조로', 꼬마물떼새

올해 봄 처음 만난 여름철새, 꼬마물떼새의 생태 이야기

등록 2023.04.02 15:50수정 2023.04.03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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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은 자연 관찰만 놓고 생각하면 좀 아쉬운 계절이다. 풀이 없고 꽃도 거의 없고 그러다 보니 곤충도 보기 힘들다. 차가운 바람에 온몸이 얼어붙고 헐벗은 나무에 스산한 기분마저 든다.


그래도 경포호수에는 꽤 자주 나갔다. 겨울철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종류와 많은 수의 새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봄이 왔고 그들도 떠날 때가 됐다. 크고 작은 무리가 V자 대형을 이루며 날아간다. 원하는 곳으로 무사히 가고 다가올 겨울에 또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겨울손님들에게 손을 들어 작별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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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가는 겨울철새 봄이 오기 전에 떠나는 겨울철새들. v자를 만든다. ⓒ 김혜영


가는 새가 있다면 오는 새도 있다. 여름철새는 봄이 오면 남쪽에서 우리나라로 날아와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우며 여름을 보내고 가을이 되면 다시 남쪽으로 떠난다.

그중 꼬마물떼새는 다른 새들보다 비교적 일찍(3월 중순 무렵)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그리고 하천, 자갈밭, 매립지의 풀이 적고 모래와 자갈이 많은 곳에서 서식하며 곤충·지렁이 등을 먹는다. 종종걸음으로 또르르 달리듯 걸어 다니다 갑자기 멈추고 먹이를 잡아먹는데 그 모습이 무척 귀엽다. 그리고 노란 눈 테에 눈 주위가 검은 색이라 어릴 적 영화에서 보았던 검은 띠로 눈을 가린 조로의 모습이 연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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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물떼새 지인이 그림으로 그려 준 꼬마물떼새와 쌍안경에 스마트폰을 대고 찍어본 꼬마물떼새. 무척 닮았다. ⓒ 김혜영

 
그리고 따뜻해지는 4월께, 개울이나 하천가의 자갈밭이나 해안의 모래섬 등의 오목한 곳에 둥지를 만들고 엷은 회색 바탕에 갈색의 작은 반점이 흩어져 있는 알을 4개 정도 낳는다. 암수가 교대로 알을 품으면 새끼들이 알을 깨고 나온다.

새를 성숙하는 시기에 따라 올되기새, 늦되기새로 나누기도 한다. 올되기새는 일찍 성숙하는 새를 뜻한다. 알에서 깨어날 때 몸이 솜털로 덮여 있고 다리가 발달해 걸을 수 있다. 눈을 뜨고 경계를 하며 곧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상태다.

반면 늦되기새는 늦게 성숙하는 새를 말한다. 알에서 깨어날 때 몸에 깃털이 거의 없고 눈을 감고 있으며 두 다리로 서 있지 못한다. 부모는 새끼가 거의 부모와 크기가 비슷해질 때까지 먹이를 공급한다.

꼬마물떼새는 올되기새로서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걷고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알이 부화되기까지는 22~25일 정도 걸린다. 작은 산새들이 보통 이 주일쯤이면 깨어나는 것에 비해 꽤 긴 시간이다. 그 이유는 꼬마물떼새의 둥지가 나무 위보다 훨씬 위험한 땅바닥에 있어 알은 쉽게 깨지지 않게 단단해야 하고 갓 태어난 새끼들도 바로 걸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오려면 또 나오자마자 걸을 수 있으려면, 새끼는 알 속에서 충분히 자랄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늦되기새인 작은 산새들은 일찍 깨어나 꽤 오랜 시간 보호를 받고서 독립하게 된다. 정리하자면 꼬마물떼새는 짧은 돌봄 기간을 갖기에 알에서 긴 시간을 보내는 반면 산새들은 알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고 오랜 돌봄 기간을 갖는 것이다.

꼬마물떼새 이야기를 알아가며 주위와 견주던 나의 속도가 나만의 착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종종 뒤쳐졌다고 불안해하거나 빠르다고 거만해 하기도 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돌아보니 지금 늦거나 이른 것이 인생 전체에서는 한 부분일 뿐이며 도리어 크게 보면 각자의 때와 방식이 있었다. 올되기새와 늦되기새처럼 말이다.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라는 성경구절도 떠오른다.

해질 무렵 경포천변 모래밭에서 올해 돌아온 꼬마물떼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었다. 너무 멀어 맨눈으로는 모래밭을 돌아다니는 존재가 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는데 쌍안경으로 관찰해보니 그 또렷하고 노란 눈 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길게 이어지는 꼬마물떼새의 노랫소리 속에서 비교하지 않고 살아가는 생명 그 자체를 오롯이 느낄 수 있어 해질 무렵의 천변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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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물떼새 노랫소리 ⓒ 김혜영

#강릉 #꼬마물떼새 #여름철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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