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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수수' 이정근, 4년6개월 실형... 구형보다 센 이례적 판결

이정근 전 민주당 부총장 1심 유죄... 재판부 "혐의 사실에 부합, 엄벌 불가피"

등록 2023.04.12 13:21수정 2023.04.12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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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 연합뉴스


사업가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등 10억 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1심에서 징역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달 2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구형한 징역 3년을 크게 웃도는 형량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7부(김옥곤 부장판사, 배석판사 류의준 이종욱)는 12일 이 전 부총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징역 1년 6개월을,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 나머지 혐의에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이 전 부총장으로부터  9억 8680여만원을 추징하고 압수한 각종 명품도 몰수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검찰 구형보다 더 많은 형량을 선고한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집권여당이자 다수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서초갑 지역위원장, 사무부총장 등 고위당직자 지위를 이용해 10억 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했고, 일부는 피고인이 적극적으로 요구했다"라며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인멸을 시도하고 재판에선 객관적 증거에 반하는 주장을 하면서 범행을 부인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금품 공여자를 비난하면서,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보여주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이 전 부총장이) 금품수수 과정에서 정관계 인맥을 과시하면서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과 특수관계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알선을 특정해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일부 알선행위 실행에 나아가기까지 했다"면서 "피고인은 수차례 걸쳐 국회의원 등 공직선거 입후보해 공직자가 되고자 했던 정당인으로,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 측이 요구한 보석 청구도 기각했다.

이 전 부총장은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정부 에너지 기금 배정, 마스크 사업 관련 인허가와 공공기관 납품 등을 알선해 준다는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로부터 수십회에 걸쳐 9억 4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던 지난 2020년 2월부터 4월 사이엔 박씨로부터 선거 비용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3억 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수수한 돈 가운데 2억 7000만 원은 정치자금법 위반과 알선수재죄에 모두 적용되는 것으로 판단, 총 수수금액을 10억 원으로 산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3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부총장에게 징역 3년과 각종 명품 몰수, 추징금 9억 8000만 원을 구형했다.

"진술, 객관적 증거와 일치"... 혐의 조목조목 따진 재판부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의 혐의에 대해 하나하나 조목조목 따져가며 검찰이 제기한 혐의가 사실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현금 수수 여부 및 알선 여부' 등 혐의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과 사업가 박씨 사이의 수많은 대화 및 통화 녹음파일, 문자 메시지 내역, 카카오톡 메시지 내역, 텔레그램 메시지 내역, 금전 거래에 관한 계좌 내역 등 객관적 증거가 존재한다"며 "각종 알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이후 이 전 부총장이 각종 알선 요청의 일부를 실제로 실행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금품 공여자인 박씨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와 일치한다. 박씨가 자신의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허위로 진술을 하거나 수수한 금품의 액수를 과장해야 할 뚜렷한 동기도 없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박씨로부터 돈을 빌린 것이라는 이 전 부총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계좌 송금 전후로 이자를 합의한 사실이 없고 차용증도 작성하지 않았다"면서 "송금 전후 대화내역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박씨에게 반환한 돈은 알선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채무 변제를 가장한 자금 회수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또 박씨가 2020년 4월 포스코건설의 구룡마을 우선 수익권을 인수하는 데 도움을 요청하자 이 전 부총장이 당시 대통령비서실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2억 원을 받은 부분에 대해서도 유죄로 봤다. 

이정근 측 "매우 이례적인 결과, 실망... 없는 사실을 있다고 하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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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대가 명목으로 사업가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모습. ⓒ 연합뉴스


선고가 끝난 뒤 이 전 부총장은 재판정을 떠나지 않고 피고인석에 서서 변호인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전 부총장 측 정철승 변호사는 선고 후 취재진과 만나 "(결과가) 많이 실망스럽다"며 "검찰의 구형이 3년이었는데 법원의 판결이 4년 6월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아마 이 전 부총장이 (재판과정에서) 무죄를 주장하고 억울함을 호소한 것이 오히려 재판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 전 부총장은) '알선의 대가로 여러 차례에 걸쳐서 3억 원을 지급 받았다'는 공소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런 사실이 없기 때문"이라며 "판결이 이렇게 나왔다고, 없는 사실을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항소심에 가서 또 처음부터 다시 재판을 해야 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이날 검찰이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윤관석 민주당 의원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대해서는 "이 전 부총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거나 그런 적이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한편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윤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정황이 담긴 통화녹음 파일을 확보하고 이날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나섰다.
#이정근 #선고 #구형 #윤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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