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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뒤늦게 전동킥보드 '빨간불'... "예방교육" 긴급공문도

안전모 미착용은 기본, 중앙선 넘나들며 역주행까지… '무법천지'에 안전문제 우려 나와

등록 2023.04.13 17:55수정 2023.04.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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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킥보드를 타는 초등학생 전동킥보드는 원동기 이상 운전면허가 필요하지만 초등학생들이 학교 인근 도로에서 공유킥보드를 타고 하교하고 있다. ⓒ 이성엽

 
최근 개인형이동수단(PM), 일명 공유 전동킥보드가 충남 태안지역에서도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청년 및 학생들이 전동킥보드를 타고 태안 읍내를 누비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도시지역에서는 몇 해 전부터 여러 업체에서 영업을 시작했으나, 태안에서는 지난 7일부터 생겨나며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공유 전동킥보드는 휴대폰 앱만 깔면 내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킥보드를 찾아 탈 수 있으며 목적지까지 이동해 세워놓으면 또 다른 사람이 타는 방식으로 휴대전화만 있으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쉬운 접근성에 비해, 아직은 부족한 관련 법 인지 및 낮은 안전의식 때문에 안전상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더욱이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태안에서는 이용자들이 안전수칙이나 법규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보인다.

2021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 뒤 이용시 안전모 착용, 운전면허증 소지가 의무화됐다. 전동킥보드는 이륜차와 마찬가지로 원동기 또는 1종 보통이나 2종 보통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어야 하고, 인도 주행을 금하며 자전거전용도로 혹은 도로 우측으로 주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면허가 없이 운전하거나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2인 이상 탑승, 음주운전, 인도 주행 등이 사실상 모두 적발 대상이다.

하지만, 전동킥보드가 보급되면서 얼핏 봐도 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이 이를 타고 다니고 있다. 더구나 이용자들 중 안전모를 착용한 사람은 찾아보기도 힘든 실정이다.

도로 역주행, 인도로도 주행... "군에서 법적으로 제재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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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킥보드 운행자 공유킥보드를 이용하는 주민이 안전모도 착용하지 않은 채 경찰서 앞을 버젓이 지나가고 있다. ⓒ 이성엽

 
교통법규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다. 도로 중앙선을 넘나들며 역주행을 하는가 하면, 아무 곳에서나 유턴을 하고 인도로도 주행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대해 군청 관계자는 "이러한 부분 때문에 해당업체 태안지역 관리자와 연결을 시도했다. 앱을 이용해 메시지를 보냈지만 아직 회신이 없는 상황"이라며 "전동킥보드 자체가 자유업으로 군에 따로 허가를 맡지 않아도 돼, 군에서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 다만, 갑자기 전동킥보드 공유를 시작하며 많은 사람들이 법규를 어기고 있어 태안경찰서와 이야기해 이를 단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전동킥보드가 늘어나며 인도나 도로를 가로막는 일도 생기고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업체 태안지역 담당자 연락처를 수배하고 있고 카톡상담 등을 통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이메일로 연락하라는 등 신속성이 떨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우리 지역의 경우 주말에 갑자기 깔리다 보니 전례가 없어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태안경찰서 관계자 또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전동킥보드가 갑자기 늘어나 단속을 하고 있다. 단속을 하고 있지만, 갑자기 (숫자가) 늘어난 데다 관할구역이 넓다 보니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인원이 적긴 하지만, 문제는 인식하고 있어 최대한 단속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과 관련해서는 "결재를 할 때 카드와 함께 운전면허증을 등록해야만 QR코드가 찍혀 공유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걸로 안다"면서 "너무 어려 보이는 운전자들은 저희도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단속 여건이 되면 바로 단속을 하는데 교통 여건상 불가할 경우 인근 지구대에 협조를 구해 함께 단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운전면허 필수? 이용해 보니 면허인증 없이도 가능... '킥라니' 신조어까지

도로교통법상 원동기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나이는 16세 이상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1학년인 필자의 아들 휴대폰을 이용해 어플을 깔고 이용해봤더니, 경찰의 설명과는 달리 운전면허인증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다만 안내 문구에 면허가 있어야 함을 인지하였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만 하면 될 뿐이었다. 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 인증하는 항목은 이름과 생년월일이 고작이어서, 나이가 어려도 어렵지 않게 공유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었다.
  
또 이용 가이드에는 이용 가능 지역 밖에서 주행을 완료할 경우 별도의 수거비용이 발생한다는 점과 이용 후에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주차해달라는 안내, 기기 조작 방법 등만 안내돼 있을 뿐 안전모 착용 등 안전 수칙에 대한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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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도 탈 수 있는 공유킥보드 전동킥보드는 원동기 이상 운전면허가 필요하지만, 실제로 시도해보니 초등학생의 휴대폰으로도 쉽게 QR코드를 찍고 이용할 수 있었다. ⓒ 이성엽

 
이에 따라 최근 무면허 미성년자가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월 4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 5월 도로교통법 개정 이후 3482건에 불가했던 적발건수는 지난해 8월 7482건으로 두 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전동킥보드 사고 건수는 지난 2017년 12건에서 2020년에는 186건, 2021년에는 549건으로 45배가량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태안의 경우 전동킥보드가 보급된 기간이 얼마 안 돼 아직 큰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비교적 늦게 들어오다 보니 다른 도시가 겪었던 혼란을 이제서야 겪고 있는 모습이다.

태안 군청과 경찰, 교육지원청 등 관련 관공서가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참고해 보다 많은 군민이 안전수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알리고, 불법 사항에 대해서는 단속을 강화해 안타까운 사고를 예방해 주길 바라는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택시를 운행하는 한 주민은 "하루 종일 운전하다 보면 전동킥보드 때문에 위험한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것은 다반사고 음주 후 킥보드를 타고 가는 것도 많이 목격한다. 한번은 위험해 보여 경적을 울렸더니 욕을 하고 달아나 황당했다"고 경험담을 털어놨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한 주민은 "중학교가 끝나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킥라니'들이 등장한다"며 "학생들이 안전장비도 없이 다녀, 차량과 사고가 발생할 경우 큰 부상이 염려된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주의를 시켜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한 태안 주민 또한 "얼마 전부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들이 킥보드를 위험천만하게 타고 다닌다. 아이들에게 너희는 아직 타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소용이 없다"고 설명한 뒤 "아이들의 안전을 돈 때문에 묵인하는 사업자에게 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한편, '킥라니'는 전동킥보드와 고라니의 합성어로, 야생의 고라니처럼 불쑥 튀어나와 다른 차량을 위협하는 전동킥보드 운행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대전과 천안을 비롯한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는 지정된 장소 외에 전동킥보드를 인도나 도로에 주정차할 경우 견인 조치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달 초 언론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파리에서는 여러 문제를 일으키는 전동킥보드를 시민 투표에 부쳐 찬반을 물었고 개인용을 제외하곤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태안 지역에 전동킥보드가 대중화 되면서, 태안교육지원청에서는 지난 13일 긴급공문을 통해 각 학교에 예방교육을 진행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안경찰서에서도 킥보드 업자를 만나 무면허 운전에 대한 주의를 당부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공유킥보드 #태안 #교통안전 #초등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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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을 대표하는 정론지 태안신문 기자 이성엽 입니다. 항상 지역의 발전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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