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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토피서 시작된 관심... 나만 잘해서 될 일 아니었다

[기후범죄 집단을 법정에!③] 석탄발전 새로 짓는 일, 왜 위험하냐면

등록 2023.04.21 19:30수정 2023.04.2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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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활동가와 녹색당 활동가들은 2021년 10월 포스코 국제회의장에서 포스코를 비롯한 산업계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는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150만원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상현 활동가는 포스코의 기후위기 책임을 고발한 직접행동에 대한 유죄 판결에 불복하여 벌금 납부를 거부하고 4월 18일~5월 2일 15일 동안 노역을 수행합니다. 이에 기후재판 시민불복종에 연대하는 사람들이 기후정의와 시민불복종 직접행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이상현 활동가의 노역 기간동안 매일 연재합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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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겉표지 ⓒ 에코리브르

 
20세기 환경책의 고전, <침묵의 봄>. 이 책을 내가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둘째 아이의 심각한 아토피 때문이었다. 2002년 월드컵으로 나라가 들썩일 때 원인모를 병이라고 알려진 아토피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아이를 낫게 하기 위해 아토피가 무엇인지 알아야했다. 병원치료도 소용없었고 점점 심각해지는 아이의 피부와 밤마다 잠 못 이루며 울고 있는 아이를 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나도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그때 만난 책이 바로 <침묵의 봄>이다. 

원인 모를 다양한 병의 원인으로 지목된 독성물질, 그로 인한 생태계의 파괴와 교란, 그것에 그치지 않고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계속 발견되면서 환경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환경규제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지구의 날을 만드는 등 우리가 살아갈 터전인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들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환경보호 운동, 점점 나아지는 건가 생각했지만

환경보호 운동이 일면서 우리는 점점 나아진 세상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책이 출간된 지 60여년 만에 우리는 지구에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 환경이 아니라 기후가 변했다고 하더니 기후위기라고 한다.

내가 기후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 2018년이다. 그전까지는 학교 다니면서 들은 온실효과로 지구가 좀 더워지고 있구나. 온실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온을 맞추고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받는 이미지였다. 그러다보니 온실효과나 온실가스라는 말이 크게 거부감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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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모인 환경단체 회원들과 시민들이 지난 4월 14일 오후 세종 정부세종청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앞에서 ‘414 기후정의파업, 함께 살기 위해 멈춰’ 집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의 기후위기 가속화 정책에 반대하며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를 향해 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1994년 여름에 나는 첫애를 만났고 그해는 몇 십 년만의 여름 무더위라는 소식이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었다. 그 이후 나는 해마다 몇 십 년만의 더위, 열대야라는 뉴스를 매해 들으며 여름을 났던 것 같다.

2018년 한국 인천 송도에서 IPCC국제회의가 열린다는 뉴스를 접했다. 대규모 국제회의가 열렸는데 그 후 뉴스에서는 아무런 소식을 전해들을 수가 없었다. 우연히 'IPCC특별보고서'의 내용을 전해 듣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기후변화에 대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해 발간된 특별보고서에는 지구기온 상승을 2도씨가 아닌 1.5도씨에서 막아야한다고 쓰여있었다. 그렇게 기후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녹색당 당원인 나는 녹색당의 미세먼지기후변화 특별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녹색당에서 기후문제와 관련한 위원회 활동을 이어가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기후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IPCC보고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것이다. IPCC는 1988년에 설립된 국제기구이다. 전 지구적 환경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의 기상학자, 해양학자, 빙하전문가, 경제학자 등 3000여 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간 기후변화협의체이다.


IPCC는 1992년 제1차 보고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6개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2017년에 작성된 제 4차 보고서에는 기후변화의 책임이 인류에게 있음을 명확히 했고, 2018년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 채택한 특별보고서에서는 지구기온 상승 한계를 2도씨가 아닌 1.5도씨에서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2023년에 발표한 제6차 보고서의 핵심은 화석연료의 대규모 퇴출 없이는 기후변화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현재 제출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는 1.5도씨 상승 제한 목표에 실패할 것이니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NDC를 보다 강화하고 과감한 감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사회 일원인 한국, 탄소배출 '악당' 기업들

대한민국의 NDC 목표는 얼마일까? 문재인 정부는 P4G(녹생성장과 글로벌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세계 정상회의를 앞두고 NDC를 상향조정했다. 그러나 국제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향목표치에 당시 P4G에는 중요 나라들이 불참을 하는 등 반쪽짜리 국제회의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에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 위원장인 청연은 단식농성으로 국가의 NDC 상향과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게 되었다. 기후문제가 왜 석탄발전소와 깊은 관계가 있게 되었을까?

석탄화력발전소가 많은 지역에서 제기된 문제는 미세먼지와 까맣게 가라않는 분진 등이었다. 그러다 기후문제가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관계가 깊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가장 많은 에너지원이며 근대 산업화의 중심이었던 석탄발전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국제사회는 꾸준히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 발전에 의지한 에너지 생산에서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석탄발전을 새로 짓는 일은 전 인류의 삶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기후위기 문제는 나만, 혹은 우리나라만 잘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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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경남환경운동연합은 지난해 6월 13일 하동화력발전소 앞에서 “대가뭄의 또 다른 이름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조기폐쇄 기우제”를 열었다. ⓒ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모두가 기후 걱정을 하고 있지만 정부나 기업들의 대응은 참 더디고 실질적인 대책들이 나오지 않고 있어, 기후운동을 하는 사람들 마음은 점점 다급해졌다.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 있게 기후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릴 수 있을지, 국제사회에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인식 수준이 어디까지 인지 알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때마침 들린 것은, 2021년 10월 6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수소환원제철국제포럼이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한국 이산화탄소 배출 1위로 알려져있는 철강산업, 그 중 선두주자인 포스코에서 여는 국제행사였다. 이 자리에 산업통상부 장관이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장관을 만나 우리나라의 NDC 목표 상향과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해야함을 알릴 기회라 보고, 그곳으로 향했다.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에서 기획하고 당원들이 함께 직접행동을 하기 위해 모였다. 나를 비롯해 청연, 영준, 한사, 상현이 행사장으로 향했다.

당시 산업통상부 장관이 축사를 하기 위해 단상에 올랐을 때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며 연설과 유인물을 배포했고, 이후 포스코로부터 제소를 당해 법원에서 약식명령으로 1인당 300만원 총 12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에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재판부로부터 직접행동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그렇지만 재판부는 직접행동의 수단은 주거침입에 해당한다며, 벌금 선고는 거두어 지지 않았다. 다만 '500만원으로 감형'이라는 판결을 이끌어 냈고, 이는 유의미한 판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벌금은 기후문제를 걱정하는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준 덕에 납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후재판 당사자 중 상현은 포스코 국제회의장에서의 연설에 대해 주거 침입 등 '폭력'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판결에 불복하고 벌금으로 직접행동을 위축시키는 법 제도에 문제제기하기 위해서 노역을 선택했다. 지난 18일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노역을 살기 위해 서울구치소로 발걸음을 옮기는 상현의 뒷모습은 가벼워보였지만, 남아있는 우리의 마음은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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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기후정의 활동가 이상현씨의 포스코 기후재판 벌금 불복종 노역 입소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포스코 기후재판 시민불복종 연대모임

 
산업혁명 이후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우리의 삶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문명의 발전은 기술의 발달과 함께 인류의 삶에 많은 풍요를 가져왔다. 이 풍요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석탄이다. 석탄을 기반으로 이룬 풍요는 채 100년도 안 되는 시간동안 자연에는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더 많이, 더 멀리 자원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인류는 자연을 아무렇게나 다루었다. 그 결과 환경의 재앙이 아닌 지구의 기후 재앙을 불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지 고민해야 한다. 아니 지금은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 지난 IPCC 6차 보고서에서 말했듯이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와 이를 배출하는 발전원인 석탄 발전과 헤어질 결심을 빠르게 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시민 개개인의 생활 속 실천 또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열쇠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후문제를 걱정하는 우리는 나부터 텀블러쓰기, 장바구니 가지고 다니기, 비닐 안 쓰기, 대중교통이용하기, 비행기 안타기, 가까운 거리 걸어다니기 등 다양한 실천들을 해오고 있다.

'침묵의 봄' 이후 21세기를 대표할 환경 책으로 선정된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는 기후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개인의 실천과 함께 시민들이 함께 움직이는 집단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개인의 실천을 넘어서 정부와 기업의 역할을 요구하기 위해 시민들이 집단행동이 필요해졌다.

우리는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 5만명의 청원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법을 만들어야 할 국회는 아직도 이 법에 대해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고 있다. 지금 국회 앞에서 탈석탁법 제정을 위한 1인 시위가 이어지고 마지막 석탄발전소를 짓고 있는 삼척이 맹방해변에서는 매주 미사와 시민들이 석탄발전소 반대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IPCC 제6차 보고서에서는 그간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있었으나 많은 한계가 있었음을 인정했고 앞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 증가하여 2040년에는 1.5도 상승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설사 지구 온도 상승을 제한하더라도 해수면 상승, 빙상 붕괴, 생물 다양성 피해 등의 변화는 불가피하거나 돌이킬 수 없고 기온 상승이 심화될수록 급격한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1962년에 나온 책이니 지금부터 약 60년 전이다. 6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지구가 아닌 인류의 대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상현이라는 한 개인의 저항이 아닌 우리의 저항으로 이 재앙을 막아보고 싶다. 그래서 나는 국회 앞으로 간다.

탈석탄법 제정하고 석탄 발전소 건설을 백지화하고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행동을 벌인 많은 활동가들에게 처해진 벌금형은 모두 잘못되었다고 말하기 위해 말이다.

*NDC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이르는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녹색당에서 활동하는 성미선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
#시민불복종 #녹색당 #포스코 #탈석탄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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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판 시민불복종 연대모임’(이하 연대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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