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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은 일본 핵쓰레기장이 아니다" 쓰러진 사람들

지구의날 앞둔 20일, 부산 시민 거리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규탄"

등록 2023.04.20 17:45수정 2023.04.2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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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날을 이틀 앞둔 20일, 부산역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결사 저지 방사능 없는 지구의날 선포 시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일본영사관 앞을 찾아 항의서한을 들고 있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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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날을 이틀 앞둔 20일 부산시 동구 부산역과 일본영사관 앞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결사 저지 방사능 없는 지구의날 선포 시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핵오염수가 가져올 생태계 파괴를 상징하는 다잉 퍼포먼스. ⓒ 김보성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 천 앞으로 방사성 물질을 담은 오염수가 쏟아지자 조개와 미역 등 해조류, 물고기 등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깨끗해 보이던 바다는 이내 검은색으로 변했다. 위기의 해양생물들을 나타내는 '다잉(dying)' 퍼포먼스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표정도 어두워졌다.

부산역과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사이 도로에는 수많은 펼침막이 등장했다. 180여 개에 달하는 단체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반대' 구호를 내걸고 거리로 나왔다. 해녀들은 "태평양은 핵쓰레기장이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고, 소비자들은 "핵오염수 생선을 먹고 싶지 않다"라고 호응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가 담긴 항의서한은 더 나아가지 못하고 바닥에 내팽개쳐졌다. 경찰이 집시법을 이유로 일본의 외교공관 주변을 봉쇄하면서 행진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경찰이 소수의 이동만 허용하자, 이들은 일본영사관 앞에서 서한이 담긴 전달함을 부수는 것으로 분노를 대신했다.

지구의날 이틀 전, 분노 쏟아진 이유

'녹색별' 환경오염 문제를 알리기 위해 제정한 지구의날을 이틀 앞둔 20일, 일본과 인접한 부산의 여론은 어느 때보다 날카로웠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1000여 개의 탱크에 저장한 후쿠시마 핵오염수의 방류를 밀어붙이고 있는 데다, 이를 저지해야 할 우리 정부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단 이유에서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앞 바다에 1㎞ 길이의 해저터널 공사가 마무리한 뒤 이르면 올여름부터 130만t에 달하는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낼 예정이다. 방출은 30년간 지속된다. 생태계 파괴 비판이 쏟아지지만, 일본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기준치 이하로 희석한 처리수여서 문제가 될 게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의 시민들은 이를 신뢰할 수도, 절대 용납할 수도 없단 태도다. 이날 상징 행동과 거리행진 전 진행한 부산역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결사저지' 집회에선 '반인류적 범죄행위'란 비난이 나올 정도로 일본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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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날을 이틀 앞둔 20일 부산시 동구 부산역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결사 저지 방사능 없는 지구의날 선포 시민대회' 무대에 올라 발언 중인 기장 해녀들. ⓒ 김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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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날을 이틀 앞둔 20일, 부산시 동구 부산역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결사 저지 방사능 없는 지구의날 선포 시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김보성


"(희석한 오염수가) 그렇게 괜찮으면 일본이 먼저 다 먹고, 미국 대통령도 한 삼 년 먹고, 미국 국민도 삼 년 먹은 뒤에 남는 걸 방류하는 게 맞다. 일본 경제면 몇백 미터 지하를 파서 저장하면 된다. 총칼만 안 들었지, 세계에 전쟁을 거는 것과 뭐가 다르냐."


평생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부산의 해녀들은 일본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정자(75) 기장군 연화리 해녀회장은 "방류를 하면 7개월 후면 부산, 여수 앞바다로 온다"라며 오염수가 미칠 파장을 걱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은 반성하고, 우리 국민 전체가 합심해서 이를 막아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발끈한 기장 해녀들 "일본, 핵오염수가 괜찮다니...."

후쿠시마 원전 설계에 관여한 전문가도 무대에 올라 일본 정부가 오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을 찾은 고토 마사시 공학박사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알 수 없다"라며 10만m³ 크기의 대형 탱크를 여러 개 만들거나 오염수 고체화 등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반감기를 고려한 장기적 보관이 최선의 해법이란 지적이다.

일본의 향한 외침이 전부가 아니었다. 상공인들은 윤석열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정식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장은 "수산업은 물론 국민 생존을 위협하는 오염수 해양투기가 목전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신뢰할 수 없는 일본 주장만 대변하고 있다"라며 "국제사회와 협력해 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날 이들의 집회는 두 시간 만에 끝났지만, 다음 바통은 정치권이 넘겨받는다. 지난주 관련 성명을 냈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은 다음 날인 21일 대마도가 보이는 오륙도에서 '오염수 방류저지, 일본 수산물 수입 반대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부산 민주당의 이번 행사는 18개 지역위의 사무국장으로 꾸려진 협의회가 주관한다.

이런 지역사회 날 선 반응에 부산시도 우선 불안감 해소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시는 하루 전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체계 정보공유 회의를 연 데 이어 이날은 기초단체, 경찰, 군까지 참여하는 광역단위 방사선 탐지 행동화 훈련에 들어갔다. 시는 오염수 방류를 막기 위한 독자적 행동보다는 대비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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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날을 이틀 앞둔 20일 부산역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결사 저지 방사능 없는 지구의날 선포 시민대회'를 끝낸 참가자들이 항의서한을 일본영사관에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 김보성

#핵오염수 #후쿠시마 #지구의날 #부산 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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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보성 기자입니다. kimbsv1@gmail.com/ kimbsv1@ohmynews.com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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