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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와 측천무후의 사랑을 받은 약재

여성에게 좋은 풀, 익모초

등록 2023.06.24 21:15수정 2023.06.2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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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있는 작품 속에서 한의학과의 연관성을 찾아봅니다. 인류의 역사와 문화, 생활 안에 숨어있는 건강 정보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편집자말]
예로부터 익모초는 왕실의 여인들을 위해 활용된 약재이다. 왕비의 출산 및 월경불순, 무월경 등에 두루 사용했는데, 조선 11대 왕인 중종의 비였던 문정왕후가 아들인 13대 명종을 얻기 위해 익모초를 먹었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전기의 이름난 기녀이자 시인인 황진이(1506?~1567?)도 익모초를 먹었다고 한다. 그녀는 시와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며 아름다운 외모로도 유명했다.
송도(개성)의 빼어난 존재인 송도삼절에 박연폭포, 서경덕(유학자)과 함께 황진이가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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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천무후 18세기, 영국국립도서관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중국 역사상 유일한 여성 황제인 측천무후(624~705)의 초상이다. 당나라 고종의 황후였지만 이후 국호를 주(周)로 고치고 스스로 황제가 되어 15년 동안 중국을 통치했다.


측천무후는 82세까지 살 만큼 장수했으며,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미모와 젊음을 유지했다고 전해진다. 그녀는 익모초를 늘 가까이했는데, 이 약재는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외용약으로 쓰인다. 익모초로 만든 연고 즉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면 피부가 촉촉하고 광택이 나며, 주름살이 없어지고 검은 반점이 옅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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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모초 Leonurus japonicus, Francisco Manuel Blanco, 1880~, Flora de Filipinas (좌) / Leonurus cardiaca L., Amedee Masclef, 2001년, Atlas des plantes de France. 1891 (우) ⓒ 위키미디어커먼스(퍼블릭 도메인)

 
왼쪽은 마누엘 블랑코(1779~1845)의 저서 <플로라 드 필리핀>의 익모초 그림이다. 그는 스페인의 수사(가톨릭 수도자)이자 식물 학자였다. 1837년과 1845년에 출간된 처음 두 판에는 그림이 없었고, 위 삽화는 그의 사후에 인쇄된 출판물에 실려 있다. 

오른쪽 그림은 사자귀 익모초(Leonurus cardiaca L.)로, 카르디아카 익모초 혹은 서양 익모초라고 불린다. 프랑스 식물 지도서(Atlas des plantes de France)에 있는 삽화로, 저자인 아메데 마스클레프(Amédée Masclef, 1858~1916)는 프랑스 수도원장이자 식물 학자이다. 

서양 익모초의 잎에서 추출된 스타키드린은 심혈관 질환, 암, 자궁 질환, 섬유증, 뇌 손상 및 염증 등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졌다. 서양 익모초는 피부가 발갛게 부어 오르거나 가려운 접촉성 피부염 등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여성에게 좋은 익모초

'어머니에게 유익하다'는 뜻의 익모초(益母草)는 영어로도 motherwort, 즉 '어머니 풀'이다. wort는 '초목, 풀'이란 뜻이다. 익모초는 7~8월에 자줏빛 꽃을 피우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단오 명절 때 익모초와 쑥을 뜯는 풍습이 있었다.


익모초는 여름에 잎과 줄기가 무성하고 꽃이 피기 전에 채취하여 말린 것을 사용한다. 뿌리를 제외한 줄기와 잎, 꽃이 약재로 쓰이는데, 특이한 냄새가 있고 맛은 쓰고 매우며 성질은 약간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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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모초 능강계곡금수산_00020 익모초, 박정병 ⓒ 공유마당(CC BY)

 
그 이름처럼 익모초는 월경이 불규칙할 때, 생리통, 산후 출혈(오로 부진 : 해산한 뒤 3주 이상 지나서 백대하도 없어야 할 시기에 피가 계속 나오는 병증) 등 다양한 부인과 질환에 좋다. 혈액 순환을 촉진하고 월경을 고르게 하며, 여성의 모든 어혈증을 치료한다.

어혈이 있는 부위는 쑤시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있고, 어혈이 오랫동안 쌓이면 자궁내막염, 난소낭종, 자궁근종 같은 질병이 생길 수 있다. 난임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궁 출혈, 혈뇨, 혈변 등 몸의 곳곳에서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익모초를 복용하여 어혈을 없애면 새로운 피가 생성되며 출혈이 스스로 그치게 되므로, 하혈할 때도 도움이 된다. 직접적으로 출혈을 멈추는 지혈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어혈이 없으면서 하혈이 있을 때는 적합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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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모초 ⓒ 윤소정

 
임신부도 먹지 말아야 하는데, 이 역시 어혈을 제거하는 익모초의 효능 때문이다. 어혈이란 체내의 혈액이 일정한 자리에 정체되어 있는 증세로, 임신 상태일 때 익모초 같은 어혈약을 잘못 복용하면 낙태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어혈은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는 여성들에게 생기기 쉬운 증상이므로, 어혈을 없애는 약은 일반적으로 여성들의 건강에 좋다. 하지만 어혈이 없는 여성이나 임신부에게는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익모초는 또한 소변이 잘 나오게 하고 몸이 붓는 부종을 치료한다. 다만 익모초만으로는 이뇨작용이 약하므로, 다른 이뇨약과 같이 응용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어머니에게 유익한 풀' 익모초는 임신을 위해 혹은 출산을 한 이후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임신 중에는 삼가야 하는 약재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윤소정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https://brunch.co.kr/@nurilton7 에도 실립니다.
#익모초 #MOTHERW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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