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버스는 마을버스만의 문제일까?

등록 2023.04.25 15:40수정 2023.04.25 15:40
0
원고료로 응원
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다보니 로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섞어 커피를 내립니다. [편집자말]
집에서 제가 출근하는 카페 겸 로스터리까지의 거리는 6.4km 정도입니다. 승용차나 택시를 이용하면 12분 정도가 소요되는 가까운 거리인데,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고 코스가 직각으로 두 번 구부러져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환승이 잦아지는 구간입니다.

저는 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데 아무래도 시간 계산이 용이해 어지간하면 지하철을 가운데 두고 동선을 구성하는 편입니다. 장소를 확정했으니 평소처럼 지하철을 이용해 이동해봅니다. 다섯 정거장이지만 환승을 두 번 하고 마을버스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마을버스가 오지 않더군요. 제가 인내심이 없는 편은 아닌데 마을버스는 도무지 도착할 생각을 안했습니다. 그렇게 두 번 정도 더 같은 방법으로 다녀본 뒤, 출퇴근 동선에서 마을버스를 제외합니다. 지금은 버스를 중심으로 출퇴근을 하고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게 전조 현상이었습니다. 그즈음 마을버스의 운행 편수가 줄어들었었고 요즘은 플래카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a

마을버스 사진 ⓒ 이훈보


잠시 마을 버스 운송사업에 대해 알아볼까요?

마을 버스 운송사업은 "마을 등을 기점 또는 종점으로 하여 가장 가까운 철도역 또는 노선버스 정류소 사이를 운행하는 사업"이라고 합니다.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버스가 누비는 곳 모두,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금이라는 복잡한 균형을 제가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다른 시선에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사실 이는 도시의 확장에 대한 문제입니다.

도시에 사람이 몰리고 도시가 커지면서 중심지에서 외곽으로 사는 곳이 확장돼 갑니다. 사대문 안에서 밖으로, 서울에서 위성도시로 모두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도시가 확장되면 조금 먼 곳에도 사람이 살게 되고 접근을 위한 욕구와 필요가 닿아 마을버스와 같은 경제활동이 일어납니다.


확장되고 연결되는 것. 이것은 어찌 보면 필연입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동안 몸이 자라는 만큼 혈관도 함께 뻗어가 몸이 용이하게 움직여지는 이치입니다. 도시가 확장되는 만큼 연결망도 발달해야 하지요. 그 안에서 더 높은 연결 편의성을 쉼없이 고려하게 되고 그 결과 마을버스 사업이 탄생하고 다음 단계로 지금의 환승제도가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서 잠깐 과거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환승의 고리로 이어지기 전 마을버스는 개별 요금을 적용했습니다. 주요 이동망의 틈새시장인 만큼 별도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채택했습니다. 지역에는 지역에 맞는 물가가 있고 또 마을버스가 다니는 거리에 적합한 체감 물가가 있으니 그랬을 겁니다. 사람들은 각각의 필요에 맞게 납득하고 이용합니다. 일종의 지역 상권의 사업자로서 균형을 찾은 것이었죠.

하지만 도시의 확장은 여러 변화를 불러옵니다. 확장되는 거리만큼 원거리 참여자의 편의가 보장되어야 하고 이 당연한 복지 방향성 때문에 단순 마을버스 사업을 넘어서 환승의 고리를 필요로 합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이용자들에게는 좋은 일이었습니다. 저렴해지고 더 편해졌으니까요. 하지만 도시의 확장에 따른 연결에 마을버스가 편입되는 순간 마을버스는 기존의 마을버스 운송사업과 같은 사업일 수 있을까요?

같은 운송업이라도 어찌 보면 과거의 마을버스는 조금은 다른 노동을 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지역 친화적이고 미세한 부분을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환승 제도라는 큰 고리에 연결되면 더 이상 마을이라는 단어만으로 마을버스를 '마을버스 운송사업'으로 구분할 수 없게 되지 않을까요. 외부와 통합된 환승 연결로 인해 마을버스는 도시 주요 운송망의 일부가 되는 셈입니다.

단순히 자가용이 늘어나고 촘촘해진 지하철 노선으로 인해 이용자가 줄거나 노인과 아이가 줄어 승객이 감소하는 것, 임금과 비용이 상승해 이윤이 적어 사업운영이 어려워진다는 분절된 이야기가 아니라 '도시의 확장에 따른 연결의 관점으로 보면 마을버스 문제를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생소한 르완다 커피를 내리며 해보았습니다.
#커피 #마을버스 #도시 #운송ㅇ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단독] 대통령 온다고 축구장 면적 절반 시멘트 포장, 1시간 쓰고 철거
  2. 2 '김건희·윤석열 스트레스로 죽을 지경' 스님들의 경고
  3. 3 5년 만에 '문제 국가'로 강등된 한국... 성명서가 부끄럽다
  4. 4 '교통혁명'이라던 GTX의 처참한 성적표, 그 이유는
  5. 5 플라스틱 24만개가 '둥둥'... 생수병의 위험성, 왜 이제 밝혀졌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