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맞아 민주노총 대전·세종충남·충북지역본부와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충청권운동본부는 1월 27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1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 시간 동안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정책들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은 제대로 시행조차 못 해보고 개악될 위기다. 고용노동부는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를 꾸려 산재사고 처벌 대상과 수위 등 제재 방식 개선 등을 논의한다고 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고용노동부와 검찰, 법원도 윤석열 정부의 눈치를 보며 보조를 맞추고 있다. 2022년 230건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례 중에 기소 의견 송치는 34건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검찰 기소는 11건이라고 한다(24일 한국제강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 편집자 말).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의무를 이행하도록 처벌을 강화해 강제하자고 했던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이미 실종된 상태다.
윤석열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도 개악하겠다고 한다. 2022년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는데, 이 안에는 노동계가 요구해온 노동자의 위험작업 중지권 보장, 하청노동자 중대재해 대책 수립,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 보장이 반영돼지 않았다.
역으로 기업에 대한 처벌과 감독을 약화시키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기업의 자율에 맡기겠다고 한다. 심지어 노동자 제재 규정을 만들어 보급하고, 취업규칙에도 반영하겠다고 하며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윤석열 정부는 주 최대 69시간 근로시간 개편안 등 장시간 노동을 확대 시도를 하며 모든 노동자를 과로사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절반을 차지하는 건설현장의 사고를 줄이기 위해 국민의힘도 합의 하에 추진했던 건설안전특별법은 제정되기는커녕 아예 사라졌고, 화물노동자의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방지해왔던 안전운임제는 이미 폐지됐다.
헌법에도 보장된 재해 예방과 위험으로부터의 국민에 대한 보호라는 국가의 책무는 굳이 헌법까지 소환할 필요가 없는 당연한 원칙이지만, 기업의 편에 서서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희생시키는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참담할 뿐이다.
충남 노동자들의 일터는 안전한가
충남의 현실은 어떤가. 2021년 상반기 충남지역 산재사고 사망자는 19명, 2022년 상반기 충남지역 산재사고 사망자는 39명이다. 또한 2023년 1월부터 현재까지 파악된 충남지역 산재사고 사망자는 12명이다. 단기간의 통계를 일반화시켜 말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충남지역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잘 지켜지고 있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인다.
사고원인을 살펴보면, 중량물에 깔려서 사망한 경우가 7명,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사망한 경우가 3명, 기계와 구조물에 끼여서 사망한 경우가 2명이다. 이는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기초적인 조치만 지켜졌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들이며, 12명의 고인 중 대부분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작은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라는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충남지역의 산재사망사고 만인율(근로자 1만 명 당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이 전국에서 수위권이라는 현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으며, 충남지역의 많은 이들이 고용노동부와 충청남도를 비롯한 지자체에 작은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수립과 행정력 투여가 필요하다는 제기를 이미 여러 차례 해왔다. 하지만 결론은 어떠한가.
고용노동부에 산재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해 사고조사결과를 공개하라는 요구를 했지만, 불가하다는 답변이다. 고용노동부는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 수사 중인 사안을 공표할 수 없다고 한다. 개인정보가 아닌 사고조사 결과를 공개하라는 것이며, 기소, 불기소 등 수사결과가 아닌 사고의 진상을 밝히라는 것이라고 수차례 설명했지만 묵묵부답이다. 고인의 유족 분들에게 위로와 법률적 도움 등을 드릴 수 있도록 안내해달라는 것조차 어렵다고 한다.
충청남도에도 작은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인 정책을 수림하고 사업을 펼쳐나갈 것을 계속 요구했다. 하지만 충청남도가 예산까지 배정했던 노동안전보건센터와 노동안전보건회관은 김태흠 도정 출범 이후 일방적으로 백지화됐다.
충청남도에서 거의 유일하게 진행하는 산업안전지킴이의 현장안전점검 사업도 지자체 발주공사에 한정돼 진행된다. 충청남도가 지자체로서 책임있게 작은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담당자의 교체로 사업의 연속성조차 확보되지 않는다.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인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