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료안지 절 석정 정원의 매력

등록 2023.04.28 09:50수정 2023.04.2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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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교토 료안지(龍安寺) 절을 찾아갔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선사로 알려진 료안지 절은 석정이라는 정원이 유명합니다. 직사각형(25 ×10m)  마당에 흰 모래를 채우고 바위 몇 개가 세워져 있습니다. 보는 각도나 보는 사람에 따라서 바닥에 깔린 흰 모래가 물결로 보이거나, 세워진 바위가 섬처럼 보인다고도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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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안지 절 석정 돌 정원입니다. 비가 오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물끄러미 돌 정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 ⓒ 박현국

 
물은 물이고, 산이 산인 것처럼 사물은 각기 개성과 성격이 있어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물적 성질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런데 선사에서는 보이고, 보이지 않는 것, 물질과 빈 마음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달리 보이기도 한가 봅니다.

료안지 절은 비교적 오래 전 984년 일본 45대 에이칸(永觀, 983-985) 일왕이 주도해서 지었습니다.  처음 석정 정원이 유명하지 않았으나 역사가 흘러 1500년 무렵 석정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곳은 선사로 유명하니 선과 관련된 수행의 과정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료안지 절 석정은 동양 문화나 일본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화두가 되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세상이 무엇으로 되었고,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었고,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생각할 때 이 석정이 인용되기도 합니다. 그밖에 이곳에서 시작된 가레산스이(枯山水)라고 하는 정원 만들기는 일본 전체에 확산되어 가정집이나 여러 곳에서 비슷한 것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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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본 교토 절에 용 그림이 많은 것은 절을 세운 사람이 왕이나 왕 출신이 많아서 자신을 용과 동일시하고, 농경사회 물을 주관한다고 하는 용을 신성시하는 까닭으로 보입니다. ⓒ 박현국

료안지 절 석정을 관리하는 스님(오히라, 大平) 직원을 찾아서 몇 가지 질문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료안지 석정 정원이 유명한데 어떤 이념을 가지고 관리, 유지하는지 물었습니다.

직원 대답은 오래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대로 유지하고, 다음 세대에 전승하는 것이 가장 큰 관리 유지의 이념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이 관리하는 자리에서 선조 대대로 이어져 온 전통과 흔적이 손상을 입거나 훼손되는 것을 가장 큰 불행이라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손상이 발견되거나 손상을 입었을 때 가장 먼저 취하는 태도나 자세는 무엇이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관리자는 가장 먼저 문화재 관리 공무원에게 보고하고, 문화재 수리 전문가에게 연락하여 의견을 듣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관리자가 섣불리 손을 대서 손상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원인이나 책임 규명을 명확히 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였습니다.

세 번째 질문은 석정을 비롯한 둘레 자연 환경이나 정원을 관리하는 데 사용하는 도구를 자세히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이 질문은 거부되었습니다. 문화재를 비롯한 절 경내를 청소하고, 수리하고, 복구하는데 사용하는 도구가 너무 많아서 일일이 소개하거나 분류해서 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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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흰색 등나무 꽃이 만발했습니다. ⓒ 박현국

 
언뜻 보아 일본 사람들은 일처리가 늦고 굼떠 보이기도 합니다. 왜 이런 것들을 이렇게 해야 하지 하고 불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번 료안지 절 석정을 비롯한 둘레 환경을 보전하고 관리하는데 철저하고 꼼꼼함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늘 찾아갈 때마다 변함없이 이어지는 풍경과 섬세함은 보이지 않는 손질과 관리 덕택입니다.

26일 비 속에서도 많은 관광객들이 석정 앞 마루에 앉아서 석정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바닥에 깔린 흰 바위와 세워진 바위 돌은 말이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무슨 새로운 것이 보이고, 새로운 소리가 들리는 듯 석정 정원에 귀를 기울이고, 눈을 깜박이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핵심은 경제이고, 사람들은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체제에 얽매여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는가 봅니다. 무언가 새롭고, 무엇인가 어떤 다른 것을 찾아서 오늘도 돈이나 물건도 주지 않고, 말하지 않는 석정 돌정원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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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안지 절 마당 앞에는 호수(鏡容池)가 있습니다. 뒷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 관리하고, 경치를 즐기고, 물을 활용하여 자연재해 피해를 줄이려는 까닭입니다. ⓒ 박현국

 
참고 누리집> 료안지 절, http://www.ryoanji.jp/smph/, 2023.4.27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료안지 절 #석정 돌정원 #용 그림 #교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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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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