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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범벅인 곳에 어린이정원? 아동학대"... 대통령 옆 항의

[현장] 용산 어린이정원 근처에서 상반된 목소리 낸 윤석열 대통령과 시민단체들

등록 2023.05.04 13:24수정 2023.05.04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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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용산어린이정원 임시 개방에 대해 오염정화 과정 없이 졸속 개방을 한 것이라며 개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어린이들이 건강하고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 되도록 (어린이정원을) 계속 가꿔 나가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이 오염된 용산 미군기지 터에 어린이정원을 만들고 어린이들을 부르는 것은 아동학대입니다." (시민단체)


"발암물질 범벅" 쇠파이프 울타리 속 외침
 

환경단체 “오염물질 범벅인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중단하라” ⓒ 유성호

 
4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어린이정원(미군기지 터) 앞. 어린이날을 하루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과 시민단체들이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관련 기사: '용산어린이정원'이 감춘 것, 이거 알면 못 간다 https://omn.kr/23ru0)

윤 대통령은 '어린이정원 개방행사'에 어린이 74명과 함께 참석해 "우리나라에는 미래 꿈나무인 어린이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그런 넓은 잔디밭 하나 제대로 없다. 그래서 이곳을 어린이들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하게 됐다"면서 이 같이 말했고, 시민단체들은 어린이정원 개방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관련 기사: 윤 대통령 "'집무실 앞마당 어린이에 내주겠다' 약속 지켜" https://omn.kr/23st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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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용산어린이정원 임시 개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경찰이 펜스를 설치해 통제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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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용산어린이정원 임시 개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자, 경찰이 펜스를 설치해 통제하고 있다. ⓒ 유성호

 
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해물질로 오염된 땅에 어린이정원이 웬 말이냐"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윤 대통령 참석 행사장에서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교실 절반만한 크기로 쇠파이프 울타리를 만든 뒤 이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도록 했다. 60여 명의 경찰이 울타리를 에워싸기도 했다. 근처에서 윤 대통령 참석행사가 열리고 있기 때문에 경비를 강화한 것으로 보였다.

이날 두 단체는 기자회견문에서 "문제는 반환된 (미군기지) 부지가 발암, 독성 물질로 범벅되어 있다는 점"이라면서 "외국 군대는 120년 동안 그 땅을 각종 유해물질로 더럽혔고, 정부는 그 군대에게 오염 책임을 묻지도 않고 반환받은 채, 정화조차 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개방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린이날 선물로 오염된 어린이정원을? 정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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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용산어린이정원 임시 개방에 대해 오염정화 과정 없이 졸속 개방을 한 것이라며 개방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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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과 온전한 생태평화공원 조성을 위한 용산시민회의 관계자들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어린이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산어린이정원 임시 개방을 반대하며 윤석열 대통령이 위험한 공간으로 국민을 초대한다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유성호

 
이어 두 단체는 "환경부는 이미 수년 전 조사를 통해 해당 부지들이 토양환경보전법상 공원이 들어설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라면서 "용산 어린이정원이 생기는 장군숙소 단지, 야구장 부지, 스포츠필드 모두 인체에 치명적인 석유계총탄화수소를 비롯해 크실렌, 납, 비소, 수은 등 중금속과 발암물질로 범벅되어 있어 공원 조성 기준치를 많게는 30배 이상 초과하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단체는 "오염물질을 방치한 졸속 개방, 위험한 곳으로 시민들을 안내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20여 명의 참석자들은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어린이날 선물로 오염된 어린이정원을?"
"오염된 땅 위에서 놀아도 괜찮은가요?"
"용산공원 오염정화가 먼저다."


주변 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김종곤 학부모는 마이크를 잡고 "윤석열이 어린이들을 오염된 어린이공원에 부르는 것은 아동학대를 저지르는 것이다. 대한민국 미래를 망가뜨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은희 용산시민회의 대표도 "발암물질로 범벅된 땅에 흙을 깔면 정원이 되는 것이냐"면서 "작년 시범개방이 흥행하지 못하니까, 이제는 '초등학생에게 축구장 신청하라'고 학교마다 공문을 내려 보내고 있다. 오염된 땅에 왜 아이들을 동원하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용산 어린이정원 주변 초등학교 측에서는 '어린이정원 내 축구장 활용' 등을 안내하는 가정통신문 등을 보내 일부 학부모들로부터 "오염 부지에 어린이들을 보내는 게 학교가 할 짓이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관련 기사: "학교가 오염 용산기지에 학생 초대? 위험" 학부모 민원 https://omn.kr/23pll)

서울교육청 '어린이정원 안내' 논란에 "상황 파악 중"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초등학교의 어린이정원 안내 관련) 민원이 들어와서 상황을 파악 중"이라면서 "어린이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후 2시 한국초등교장협의회는 등은 장상윤 교육부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힌 '어린이 안전 헌장'을 선포할 예정이다.

"어린이는 안전하게 성장할 권리가 있으며, 국가는 어린이의 안전을 위해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용산 어린이정원 #발암물질 오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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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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