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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계엄군 주인공 5.18기념 이미지, 보훈처 저작권 위반 소지

애초 흑백사진 컬러로 변형, 저작권자에 동의 안 받아... 보훈처 "왜곡 변조 아니다" 해명

등록 2023.05.18 15:00수정 2023.05.1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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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SNS에 5.18 민주화운동을 기념하며 올린 사진 ⓒ 국가보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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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5.18 홍보게시물을 만들면서 사전 동의 없이 컬러로 복원한 나경택 전 <전남매일> 사진기자의 사진 원본. 원본은 흑백사진이다. 5.18기념재단 사진아카이브 50-05번 사진이다. ⓒ 나경택/5.18기념재단

 
[기사 보강 : 18일 오후 7시 50분]

여론의 질타를 받고 결국 삭제한 국가보훈처(보훈처)의 계엄군 중심의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 이미지가 저작권자에게 변형 동의를 받지 않고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0시에 보훈처는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채널에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홍보 게시물을 올렸다. 홍보게시물에 사용된 사진은 금남로 전일빌딩 앞 대로에 있는 시민군을 향해 무장한 계엄군이 겹겹이 서 있는 현장을 담았다.

이 게시물이 올라간 이후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은 '계엄군이 주인공인 사진을 왜 사용했는지' 등을 문제 삼았다. 논란이 커지자 이날 오전 보훈처는 해당 홍보게시물을 삭제하고, 도청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있는 사진 등을 활용한 다른 홍보게시물을 올렸다. (관련 기사 : 국가보훈처, '계엄군 주인공 논란' 5.18 기념 사진 삭제 https://omn.kr/23zgv ).

보훈처는 최초 홍보게시물을 올리면서 "당시 흑백사진을 AI 기술을 활용해 컬러 복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진을 제공한 5.18기념재단(아래 재단)과 해당 사진을 직접 촬영한 원저작권자는 보훈처의 컬러 복원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훈처가 컬러 복원 전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밟지 않았던 것.

저작권자 "컬러 복원 몰랐다" 

논란의 홍보게시물에 사용된 5.18 광주 사진은 나경택 전 <전남매일신문> 기자가 직접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의 원본은 흑백이며, 5.18기념재단 홈페이지의 '5.18사진아카이브'에도 올라와 있다(나경택 컬렉션, 50-05번 사진). 재단에 따르면, 보훈처는 유선으로 5.18 기록 사진 제공을 요청했는데 보훈처로부터 협조 요청 메일을 17일에 받고 그날 디지털 사진 파일을 제공했다.


그런데 재단과 나경택 전 기자는 흑백사진이 컬러사진으로 변형된 것을 홍보게시물이 올라오고 난 뒤에야 알게 됐다.

재단 관계자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보훈처가 사전에 '컬러 복원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재단은 별도의 '사진아카이브 저작권 보호정책'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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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기념재단이 5.18사진아카이브에 올려 놓은 '저작권 보호정책'. "재단이 저작권을 갖지 않는 자료(또는 다른 저작자와 저작권을 공유한 자료 등)의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무단 변경, 복제나 배포, 개작 등의 이용은 금지"한다고 돼 있다. 문제의 홍보게시물 속 사진은 나경택 전 <전남매일신문> 기자가 저작권을 갖고 있고, 5.18기념재단이 권한을 위임받았다. ⓒ 5.18기념재단 누리집 갈무리

 
이에 따르면 "재단이 저작권을 갖지 않는 자료(또는 다른 저작자와 저작권을 공유한 자료 등)의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무단 변경, 복제나 배포, 개작 등의 이용은 금지"한다고 돼 있다. 문제의 홍보게시물 속 사진은 나경택 전 기자가 저작권을 갖고 있고, 5.18기념재단이 권한을 위임받았다. 재단은 보훈처에 사진을 제공하면서 이 내용에 대한 안내도 실시했다.

나경택 전 기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사진이 보훈처 홍보게시물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나 전 기자는 "사진의 사용 등과 관련해 단 한 통의 연락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보훈처 "악의적 합성 없이 색복원만 했다"... 특정 상표 색깔 오류 발견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18일 저녁 <오마이뉴스>에 "(홍보게시물) 제작시 원본 이미지의 악의적 합성·개작, 비율 왜곡 등 특별한 변조 없이 색복원 작업만을 진행했다"라고 알려왔다.

정교하지 않은 컬러 복원은 '사실 왜곡'을 낳을 가능성이 크다. 논란이 된 보훈처의 5.18 홍보게시물에도 왜곡으로 보이는 현상이 포착됐다. 컬러 복원된 홍보게시물 속에는 조미료 '미원' 광고 간판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미원 상표가 초록색으로 돼 있다.

미원을 만드는 종합식품회사 대상(주) 관계자는 "미원은 1956년 출시 이후 단 한 번도 초록색 상표를 사용한 적이 없다. 지금까지 빨간색이다"라고 말했다. 복원 과정에서 빨간색이 초록색으로 표현된 것이다. 5.18민주화운동기념일 전날 사진을 제공받아 하루 만에 컬러 복원이 이뤄진 터라 고증·검증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가보훈처의 5.18 사진 사용 관련 논란과 관련해 <오마이뉴스>가 추가 확인한 결과, 문재인 정부 청와대도 2019년 2월 18일에 같은 사진을 청와대 소셜미디어 홍보게시물에 사용했다. 당시 청와대는 금남로 사진을 일부분 자르고 어둡게 처리했는데, 저작권자 및 제공자 표기를 별도로 하지 않았다. 

보훈처 첫 홍보게시물에 사용된 사진을 촬영한 나경택 전 기자는 수천 장의 사진으로 5.18민주화운동을 기록해 광주의 참상을 세상에 알리는 데 주력한 언론인이다. 그는 1990년 '용기 있는 기자상' '한국기자상' 등을 수상했고, 그의 5.18 사진은 유네스코 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국가보훈처 #5.18 #홍보 #미원 #나경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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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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