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심각한 문제... 편의점 야간노동을 하기 전엔 몰랐다

등록 2023.05.31 11:08수정 2023.05.3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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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노동의 위험성 ⓒ ytn

 
"야근은 DNA 복구 능력을 손상해 신체의 항암 작용을 방해한다."

2007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야간노동을 살충제 성분인 DDT 등과 나란히 2군(Group 2A) 발암 물질에 등재했다.

야간노동은 수면의 질 저하나 피로와 같은 정신사회적 건강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 및 일부 암의 발생을 높인다고 보고되었다.

편의점 야간노동을 하기 전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막상 야간에 일하다 보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래서 무심코 찾아본 기사를 보고 충격에 빠졌다.

야간노동이 몸에 무리를 준다고는 생각했지만 살충제와 같은 수준의 발암물질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 2개월 간의 편의점 야간노동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납득되었다. 물류센터, 택배 등 다른 야간노동에 비하면 편의점 야간노동은 육체적인 노동강도가 높진 않다. 하지만 잠을 자야할 시간에 일하는 것 자체가 몸에 큰 무리를 준다.

필자의 편의점 야간노동시간은 밤 12시부터 아침 7시까지이다. 저녁에 잠들었다가 출근 전에 잠에서 깨지 못하면 낭패다. 그래서 꼬박 날을 새는 경우가 많고 아침이면 비몽사몽 녹초가 된다. 오전에 일이 없으면 잠을 자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시원하게 피로가 풀리진 않는다. 낮시간에는 숙면을 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발암물질로 지정된 것처럼 야간노동 자체가 건강을 해치는 노동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워낙 많은 곳에서 강도 높은 노동이 이루어지다보니 편의점 야간노동 정도는 야간노동수당을 안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야간노동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언론매체 등에서는 노동강도를 상향평준화하기 위해 노동은 힘든 게 당연하다는 논리를 유포한다. 전 산업분야에 걸쳐 야간노동은 점점 확대되고 사람이 쓰러질 때까지 강도는 높아진다. 그래서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편한 일만 찾는다는 식으로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노동강도가 약한 산업에서 단체행동 등을 하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는 사회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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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근로 건강진단 실시 실태조사 ⓒ 유선민

 
​2021년 정부가 야간노동을 많이 하는 유통업과 제조업 등 51곳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실태조사를 벌였다. 산업안전보건법에는 6개월간 월 평균 4차례 이상 야간노동을 할 경우 특수건강진단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1/3에 해당하는 17곳에서 특수건강진단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곳은 휴게 시간을 지키지 않았고, 3곳은 휴게 시설조차 없었다. 안전보건교육을 하지 않은 곳이 15곳, 야간노동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곳도 9곳 있었다. 법 자체가 유명무실한 상태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며 노동자의 건강권, 휴식권, 생존권은 더욱 극단적으로 후퇴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에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주휴수당 폐지, 최저임금 차등적용 등은 평균임금을 삭감하고, 주 69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완화 등은 산업재해 처벌 없는 연장·야간노동의 확대를 의미한다. 임금이 줄어든 노동자들은 연장·야간노동으로 부족한 임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어 건강권, 휴식권, 생존권을 더욱 위협받게 된다.

또한 공공일자리 감축, 청년일자리 지원 예산 삭감 등 일자리의 질과 양이 모두 줄어들고 있어 택배, 배달, 물류센터 등 야간노동으로 노동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금이라도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막고 야간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우선 법에서 야간노동수당을 규정한 것은 웬만하면 야간에는 일을 시키지 말라는 취지이다. 산업적으로 필수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야간노동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산업적 요구가 있더라도 현재 야간수당보다 충분한 임금이 보장되어야 다음 날 휴식 등이 보장될 수 있다.

또한 실태조사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듯이 현재 진행 중인 특수건강진단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처벌을 강화해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야간노동은 그 자체로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동일 사업장의 주간노동에 비해 업무량 자체를 줄이고 건강에 무리가 없도록 적정인력을 확실하게 보장해야 한다.

결국 야간노동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권의 노동철학이 중요하다. 모든 노동자가 단결하여 윤석열 정권 퇴진시키고 노동자의 건강권, 휴식권, 생존권을 지켜내자. 야간노동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니다. 발암물질에 노출된 노동자들이 더 이상 위험에 방치되지 않도록 다함께 바꿔나가자.
#야간근로 #건강 #발암물질 #알바노동 #알바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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