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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싸움할 때 이렇게 말하면 이깁니다

자신의 허물을 먼저 인정하고 시인... 부끄러움을 알게 하기

등록 2023.06.16 14:16수정 2023.06.1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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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남편과 아내가 팽팽하게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봤다. 아내가 차려놓은 진수성찬 앞에서 잠시 망설이던 남편은 주방 찬장에서 햄을 꺼내 굽기 시작했다. 아내는 당황했고 여성 토론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내를 무시하는 태도네, 말이 되네 안 되네. 당사자들보다 더 격렬하게 토론자끼리 다툼이 벌어졌다.


"종일 햄이 먹고 싶었거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아내의 눈치를 살피는 남편과 "반찬이 이렇게 많은데 그걸 꼭 지금 먹어야겠어?" 눈에서 레이저를 발사하는 아내. 서로 자신의 입장만 어필하는 다투기 일보 직전의 부부를 보며 옛 기억이 떠올랐다.

"내가 당신 같은 줄 알아?"
"당신이 먼저 기분 나쁘게 했잖아."
"그게 아니라니까."


돌이켜 보면 상처를 받았던 건 대부분 말 때문이었다. 같은 말도 기분 나쁘게 하는 말 습관 때문이었다. 싸우자고 덤벼드는 것 같은 특유의 강한 억양 때문이기도 했다. 목소리에도 인상이 있다고, 우리 부부는 그때 우리 목소리의 인상을 알지 못했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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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관계를 원한다면 먼저 힘을 다해 싸우되 지혜로운 다툼, 서로가 이기는 싸움을 권한다. ⓒ elements.envato

 
역지사지란 말을 일찍이 배웠어도 제대로 상대의 입장에 들어가 본 적이 없는 애송이들이었다. 늘 상대 입장보다 자신을 생각했다. 그저 기분이 나빴고, 상대가 그런 반응을 하고 그렇게 말하지 않으면 나도 안 그랬을 거라고 상대를 탓했다. 배우자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무시한다고만 생각했다.

우리는 젊고 혈기가 왕성해 내 탓보다 남 탓이 쉬운 사람이었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이기적으로 굴었다.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다툼은 많아졌고, 다툼이 시작되면 분위기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다툼은 승패도 없이 깊은 상처만 남겼고, 도저히 접점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을 때가 많았다. 이혼만이 살길이고 정답이라는 생각만 늘어갔다.


그런데도 수많은 상처를 딛고 결혼생활을 유지하며 처음보다 지금이 더 행복한 건 오랜 노력과 인고의 시간이 내어준 결과물이다. 당신이 만약 행복한 관계를 꿈꾸며 애쓰는 사람이라면 다소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특별히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대해.

행복한 관계를 원한다면 먼저 힘을 다해 싸우되 지혜로운 다툼, 서로가 이기는 싸움을 권한다. 다툼은 언제나 있을 수 있고 다툰다고 다 나쁜 것은 아니며 알아가는 과정으로써 필요한 부분이 많다. 그렇기에 다툼을 하되 지혜롭게 싸우라고 말하고 싶다. 싸운 이유를 들여다보면 대부분 "우리가 왜 싸웠지?" 반문하거나 하등 싸울 것이 아닌 하찮은 이유인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동료와 사이가 좋지 않아 매번 스트레스를 받는 아내가 퇴근 후 남편과 맥주잔을 기울이며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남편은 잘 듣고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잘못했네" 안타깝게도 내 얘기다. 좋게 시작한 대화의 자리는 아프게 끝났다. 기억나지 않지만, 남편은 구구절절 짚어 주며 판단해 주고, 해결책을 제시하려 했다.

이런 말을 들은 아내는 매우 다양한 반응을 할 수 있겠지만, 나의 경우 발끈했다. 그리고 대부분 아내는 화를 내리라 생각한다. 이런 말을 늘어놓을 땐 표현하지 않았지만, 위로받고 이해받고 남편만은 내 편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는 것인데. 상대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해결책만 제시하니 열 받은 냄비의 뚜껑 열리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러나 남편은 내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고 그것이 그가 나를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들어주라고 하고, 듣기만 해도 문제는 해결되며, 스스로 말하면서 해결점을 찾아간다고 말한다. 이쯤에서 잘 듣고 "그랬구나. 많이 힘들겠다. 괜찮아"라고 말하면 된다고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건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이지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서로가 이기는 싸움도 아니다.

이기는 싸움은 이와는 다르다. 심지어 나는 "당신이 잘못했네"라는 남편의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여보 알아 나도. 내가 잘못한 거. 그런데 나는 지금 위로받고 싶어. 그러니까 그랬구나. 힘들지. 그 한마디가 듣고 싶은 거야" 그러나 남편은 끝내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지금도 그런 말을 하는 타입은 아니다. 남편을 생각하면 가끔 속이 바싹 타들어 가고 답답하다.

"사람들과 연결되려면 일단 나 자신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대화 능력을 갖추려면 먼저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김윤나의 책 <말 그릇>에 나오는 말이다. 이기는 싸움을 하려면 자신의 내면과 이야기하며 빠르게 알아차리는 것이 관건이다. '아 이 상태로 싸움을 계속하면 결국 감정만 다치겠구나. 어떻게 이 다툼을 끝낼까? 함께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생각해야 한다.

이기는 싸움 하는 법

나 혼자 이기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상대를 패배자로 만들면 언젠가 복수혈전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이기는 싸움은 상대가 피하려 하거나 계속 감정적으로 나올 때, 예를 들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잘 들어보니 당신 말이 맞네. 내가 잘못했군. 당신이 기분 나쁘게 말해도 내가 괜찮은 사람이면 이렇게 화내지 않았을 텐데. 미안해."

이렇게 말하면 일단, 상대가 이긴 것이다. 상대의 허물을 묻어두고 다 잘 되라고 조언하는 말에 귀 기울이지 못한 나의 옹졸함을 인정하는 말이니 상대도 더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한 발 나아가 이렇게 덧붙여라. "당신이 위로에 서툰 건 알겠는데, 이럴 땐 그냥 내 편이 되어주고 위로해 주면 좋겠어" 이 말을 덧붙이면 자연스럽게 다툼은 잦아들고 나도 진 게임은 아닌 것이 된다. 상대가 머쓱하니 미안해지기 때문이다.

햄이 먹고 싶은 남편에게 "그걸 꼭 지금 먹어야겠어?" 대신 "그랬구나. 먹고 싶은 거 먼저 물어볼 걸. 내 맘대로 차렸네, 미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를 반드시 붙일 필요는 없다. 요점은 인정하기다. 남편은 순간,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워질 수 있다. 아내가 정성껏 준비한 반찬이 이렇게 많은데 굳이 햄을 먹어야 했을까, 하고.  

성경에서는 용서에 대해 상대의 머리 위에 숯을 올려놓은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지는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사과 하면 내가 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이 부끄러워 하니 이긴 것이 된다.

사실 아내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지만 이렇게 말하는 습관이 있으면 매우 유리하다. 이 방법은 서로 힐난하며 상대 탓만 하는 티키타카 다툼을 좋게 마무리하는 데 특히 효과적이다. 단순히 "됐다. 그만하자, 말을 말자"라는 식으로 회피하고 말없이 각자의 일을 하는 것보다 각자 생각할 시간을 갖게 한다는 면에서 좋은 말이다.

핵심은 항상 자신의 허물을 인정하고 시인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아닌 말 같아도 감정이 격앙된 상태에서 이럴 수 있는 건, 자신을 낮추는 것이 비굴한 일이 아님을 아는 사람, 자존감이 높고 단단한 사람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받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때 주의 사항은 비아냥대거나 단지 상황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집중할 것은 내 작은 허물이다. 상대의 허물보다 내 허물을 크게 보는 관점.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바로 감정이 다 가라앉거나 대단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다툴 때마다 이런 식으로 잘 마무리하면 서로가 반성하게 되고 무엇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면 상대보다 내 감정이 가라앉는다. 어느 날인가는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도 당신과 같은 방식으로 말할 것이다. 나도 그랬으니까.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에 중복게재합니다
#부부 #인간관계 #말 #습관 #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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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상담 자원봉사를 합니다. 블로그에 북리뷰를 하고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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