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경력의 도공 "아직도 도자기 빚는 게 어려워"

정성수 도공, 65세에 첫 개인전 '탄생'에서 결정유 선보여

등록 2023.06.13 15:43수정 2023.06.1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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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에 처음으로 흙과 인연을 맺었다. 그가 처음으로 가진 직업은 흙을 빚어 도자기를 만드는 일로 모든 것이 배움의 연속이었던 날들이 어느덧 47년.

남들은 수없이 열었을 전시회를 이제 65세의 노년기에 들어선 그가 생애 처음으로 경기 여주시 천송동 여주도자문화센터 2층에서 6월 9일부터 7월 9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흙으로 도자기를 빚어내는 것이 아직도 어렵기만 하다"는 그는 도공 정성수(65)다. 어떤 도예가는 그를 '선생님'이라고 부르지만 호칭이 아직도 낮선 그의 첫 개인전의 이름은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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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공 정성수(65)가 완성된 도자기에 다시 결정유를 입힌 도자기 접시를 들고 있다 ⓒ 이장호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기도 여주시에서는 한 해에 수많은 개인전시회와 단체전시회가 열리고 있기에 정성수 도공의 첫 개인 전시회가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그가 연 개인전은 유별나다. 정성수 도공의 개인전 '탄생'에는 그가 직접 빚은 도자기가 한 점도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전시된 작품들이 그의 것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 이번 전시회의 유별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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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도자기로 만들어져 다시 결정유를 입고 탄생한 도자기 접시 작품들 ⓒ 이장호


그의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은 이미 도자기로 완성된 접시에 다루기 힘들고 귀한 유약기법인 결정유(結晶釉)로 다시 장식한 접시들이다. 일반적으로 도자기는 흙을 반죽해 원하는 모양을 만들고 말린 후 700~900℃에서 초벌구이를 한 다음 그림을 그리는 등 문양을 만들어 유약을 바르고, 도자기의 종류나 유약의 특성에 따라 도자기가마 안의 산소 공급을 억제하거나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1100~1300℃까지의 온도에서 재벌구이를 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자기는 식기나, 차도구 또는 수집용 예술도자기로 세상에 나오게 된다. 그런데 그는 이미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도자기에 다시 결정유를 입혀 장식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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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품으로 표면에 상호를 인쇄한 도자기 컵에 결정유를 입혔다 ⓒ 정성수 도공 제공


정성수 도공은 "도자기를 쓸 때 처음에는 예뻐서 써요. 그런데 그것도 몇 년이 지나면 지루하다고 버리거든요. 심지어는 벽에 도자기로 모자이크 장식을 하기 위해 깨서 쓰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예쁜 결정유로 도자기를 다시 탄생시키면 어떨까하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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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유의 화려한 꽃무늬 장식1 ⓒ 이장호


그가 초벌된 도자기에 결정유를 적용해도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음에도 굳이 완성된 도자기에 결정유를 바르고 다시 탄생시키는 과정까지 연구하게 된 것은 버려지는 도자기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40년 넘게 도자기 물레를 돌리며 도자기에 천착해 온 그는 오른손을 다쳤을 때 왼손으로 물레를 다시 돌리기 위해 노력해 성과를 이룰 정도로 실력있는 물레대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결정유 연구에 빠지면서 연구 비용을 감당 못해 중단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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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유의 화려한 꽃무늬 장식을 품은 도자기 접시 ⓒ 이장호


나이 60이 넘어 지역의 한 기업에 일자리를 구했지만 도자기에 대한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야간근무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여주시가 운영하는 유약연구실에서 결정유 연구에 매달렸다고 한다.

정성수 도공은 "여주시에서 유약연구실을 운영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그전에는 다른 도예업체에서 도자기를 구울 때 한 구석에 시제품을 넣어 구워도 봤지만, 원하는 온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데이터도 못 만들었는데, 유약연구실을 이용하면서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거든요"라며, 여주시가 유약연구실을 운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의 연구과정을 지켜 본 굴암리공방 김상범 작가는 "선생님의 결정유에 대한 연구와 도자기에 대한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며 "더욱이 결정유를 재벌도자기에 다시 입혀 만들어 낸 노력과 성과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결정유(結晶釉)'는 도자기의 유약재료 중 산화티타늄, 금홍석, 아연화 등의 원료가 작용하여 도자기 표면에 꽃무늬 같은 결정이 생성되는 유약이다. 결정유를 바르는 방법과 도자기를 굽는 과정에 따라 도자기 표면에 침상(針狀, 가시), 성상(星狀, 별), 화상(花狀, 꽃)과 같은 문양의 결정이 만들어져 화려한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결정유약은 중국에서 발생하여 유럽으로 전파되어 독일이나 영국 등지에서 많이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는 현대도예에 이르러 서구로부터 도입된 결정유약이 사용되어 왔다. 유약을 바르고 결정을 만들기 위해 가마 온도를 조절하는 등의 과정이 어려워 다루기 힘든 것으로 알려져 있는 기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여주신문에도 송고됐습니다.
#여주시 #도자기 #결정유 #정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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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여주에서 지역신문 일을 하는 시골기자 입니다. 지역의 사람과 역사, 문화에 대해 탐구하는 것에 관심이 많으며, 이런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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