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KBS를 다시 권력과 자본의 도구로 만들 수 없다"

각계 원로와 언론단체들, KBS 본관 앞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 중단 촉구' 기자회견

등록 2023.06.14 10:12수정 2023.06.14 10:14
2
원고료로 응원
a

구호 외치는 원로들 KBS 수신료 분리징수 중단을 촉구하는 사회 각계 원로들이 "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작동을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강승혁


13일 오전 10시 반, KBS 본관 앞 계단에서 'KBS 수신료 분리징수 중단을 촉구'하는 사회 각계 원로와 언론단체 긴급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은 엄주웅 팀장(언론비상시국회의 대협팀)의 사회로 각계 원로의 발언과 구호 제창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로 발언에 나선 김상근 전 KBS 이사장은 "저는 1986년 KBS 시청료 거부 운동을 했던 장본인이었다"면서 "KBS 시청료 거부 운동을 왜 했는지 기억하실 거다. 그때야말로 전두환 정권이 완전히 언론을 장악하고 있을 때였다"라고 말했다.

그는 "KBS는 물론, 저녁 9시 '땡' 하면 메인 뉴스 시간에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는'을 하던 KBS에 시청료를 낼 수 없다고 시청률 거부 운동을 전국적으로 벌였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언론이 정치적 중립, 재정으로부터의 중립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저와 운동하던 사람들의 소망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바로 직전 KBS 이사회에 제가 이사장을 역임했다. 제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안 KBS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서 특별히 정권으로부터 독립을 위해서 애쓰고자 했으나 애쓸 이유가 없었다. 제가 재임하고 있는 동안 청와대, 문화체육부, 문화관광부 어디서도 단 한 건의 압력이 없었다. 우리나라의 언론노동자 여러분께서 투쟁하시고 임원 여러분께서 투쟁하시고 지원하여 이만큼 발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윤)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는 음모, 노골적인 시도가 자행되고 있다. 이른바 원로들이 나서지 않을 수가 없는 이유다.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정치적 중립, 재정적 중립, 반드시 지켜낼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합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읍소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김중배 전 문화방송 사장은 세계 어느 나라든지 쿠데타가 일어나면 가장 먼저 장악하는 곳이 언론·방송사라면서 공영방송 KBS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노조의 탄압 유린 파괴, 그다음에 우리 시민사회 운동을 짓밟기 시작하고, 마침내 수신료라는 하나의 고리를 빌미로 KBS를 장악, 땡윤 뉴스의 부활을 노리는 쿠데타적 음모가 실천 진행 중에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이 문제는 KBS만의 문제가 아니고 언론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공동체 전반의 근본적인 문제다. 우리 국민이 각성하고, 지식인들이 냉정하게 분석하고 여기에 대한 대응책을 실천적으로 강구해서, 전 국민적인 저항과 새로운 창조 운동을 전개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는 윤석열 정권의 노리개가 아니라 국가 재산"
 
a

발언하는 함세웅 함세웅 신부가 "오늘 KBS 언론을 장악하려는 윤석열 정권의 음모,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 강승혁

 
함세웅 신부는 성경을 인용해 "예수님께서 2천년 전에 법조인들, 종교인들, 또 그 당시 사회의 지도자들을 꾸짖으실 때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라' 이렇게 얘기했다. 거룩한 것은 말씀이다. 이 거룩한 것을 개가 물고 가면 그 사회 공동체는 멸망한다. 성경 말씀을 이렇게 사회신학적으로 해석하면서 오늘 KBS 언론을 장악하려는 윤석열 정권의 음모,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초대 위원장을 역임한 권영길 전 의원은 격려사에서 "KBS의 노동자, 성원들은 권력이 KBS를 다시 움켜쥐고자 기도할 때마다 이곳에 모여서 투쟁의 불길을 지켜서 KBS를 지켜냈다. 방송 민주화 투쟁의 숨결이 흐르고 있는 이곳에서 오늘 사회 원로들이 다시 KBS를 지켜내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라고 말했다.

이어 "KBS는 윤석열 정권의 노리개가 아니라 국가 재산이다. 요즘 기후 위기로 재난이 가장 심각한 문제이다. KBS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고 보호하기 위한 재난방송이다. 윤석열 정권은 입만 열면 안보를 이야기하고 있다. KBS야말로 진정한 안보를 국민의 가슴 속에 심어주고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한 안보 방송"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윤석열 정권이 KBS 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겠다고 하는 것은 KBS를 권력의 도구로 만드는 길, 자본의 도구로 만드는 길"이라며 "KBS를 다시 권력의 도구, 자본의 도구로 만들 수 없다. 권력의 노예로부터 막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며 "오늘 사회 원로들이 이곳에서 여러분께 투쟁 의지를 밝히고 호소하는 것은 KBS의 성원들과 함께 반드시 KBS를 지켜내겠다는 의지와 투쟁의 표시"라면서 KBS 성원들에게 함께하기를 간곡히 호소했다.

KBS 종사자들을 대표해서 강성훈 본부장(언론노조 KBS 본부)이 발언에 나섰다. 그는 "지금의 윤석열 정권의 언론 정책이라는 것은 말 듣지 않는 혀를 순치시켜 그 앞에 굴복시키려는 처사와 같다는 걸 여기 계신 모든 분이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이번 수신료 분리 징수 졸속 처리 역시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제1조 목적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다. 방송통신위원들은 누구보다 전면에서 방송 독립과 방송 자유를 수호해야 할 이들이다. 하지만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면직 처리돼 있는 상황, 어제 그 면직에 불복해 가처분 신청의 심문이 있는 날 공교롭게도 완전체이지도 못한 방송통신위원회는 3인 체제로 이 중차대한 수신료 분리징수 안을 밀어붙였다"고 분노했다.

이어서 "내일이면 아마 방통위에서 보고 안건으로 올라갈 것이다. 앞으로 모든 법적인 졸속 처리에서 드러난 약점, 허점들 하나하나 기록하고 법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라면서 "오래된 관행이고 낡은 제도이고 국민들께서 불만이 있다면 그 아래로부터의 회초리 KBS 충분히 맞겠다. 하지만 권력의 정점에서부터 온 알 수 없는 근거의 언론 장악에 대해서는 단호히 맞서서 싸워나가겠다"고 다짐했다.
 
a

구호 외치는 원로들 사회 각계 원로들이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윤 정권의 KBS 장악 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하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앞줄 좌로부터 김중배, 김상근,권영길, 최정순, 뒷줄 맨 우측 조성우 순이다. ⓒ 강승혁

 
사회 각계 원로 및 언론단체는 이부영 명예이사장(자유언론실천재단)과 최정순 위원장(전 민청련 여성위원장) 그리고 전영일 전 이사(KBS)가 순차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고 길들이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검은 속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실이 그동안 전기료와 합산되어 징수해오던 KBS 수신료를 분리하여 징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일사천리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돌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심으로 권고한다. 수신료 분리징수와 같은 협잡으로 KBS를 길들일 생각일랑은 접고, 정정당당하게 언론을 대하라. 시행령 꼼수로 당장은 목적을 이룬 것 같이 보이겠지만, 대통령 임기는 영원하지 않다. 법의 심판대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법률과 헌법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전문>

공영방송의 위기를 우려하는 사회 각계 원로 긴급기자회견
'KBS 장악 음모, 수신료 분리징수 책동 중단하라!'

언론을 장악하고 길들이겠다는 윤석열 정권의 검은 속내가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실이 그동안 전기료와 합산되어 징수해 오던 KBS 수신료를 분리하여 징수하겠다고 발표하고 일사천리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돌입하고 있다.

우선 방송법에 근거해서 시행하고 있는 수신료 통합징수를, 시행령으로 폐지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이미 헌법재판소는 2008년 수신료 통합징수를 허용한 방송법이 합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원도 2015년 "수신료를 전기요금과 결합하여 징수할 경우 그 징수 비용이 현격히 줄어들고, 수신료의 수납률도 높은 수치로 증가하여 공영방송 시행을 위한 경비 조달이라는 공익 달성에 큰 기여가 이루어진다"며 통합징수의 적법을 인정했다. 그러함에도 법 개정을 통하지 않고 하위 시행령으로 법률과 헌법 판례를 뒤집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시행령 개정 과정 자체도 문제다.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할 방송통신위원회는 대통령실이 주도해서 한상혁 위원장을 해임하고, 야당 추천 상임위원 최민희를 대통령이 아무 이유 없이 임명하지 않고 있어 5명인 정원인 상임위원이 현재 3인밖에 되지 않는 비정상상태에 있다. 이러한 하자 있는 상태에서 중차대한 수신료 분리징수 사안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이렇게 무리한 일을 벌이는 이유를 헤아리기는 어렵지 않다. 광고가 없는 공영방송 KBS의 생명줄인 수신료를 옥죄어 정권에 충성하는 언론으로 길들이겠다는 것이다. 즉 내년 총선에서 언론 환경을 집권 여당에 유리한 지형으로 인위적으로 변경시키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것이다.

도대체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에서 무엇을 배우는가. 동아일보의 광고주들에게 광고를 싣지 말라는 압력을 넣어 언론을 길들이려 한 박정희 말로는 어떠했는가. 군사작전 하듯 언론인들을 대량 해직하고 언론사를 통폐합한 뒤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쥐락펴락한 전두환은 어떻게 됐는가. 윤석열 대통령은 정녕 박정희와 전두환의 길을 가려고 하는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충심으로 권고한다. 수신료 분리징수와 같은 협잡으로 KBS를 길들일 생각일랑은 접고, 정정당당하게 언론을 대하라. 시행령 꼼수로 당장은 목적을 이룬 것 같이 보이겠지만, 대통령 임기는 영원하지 않다. 법의 심판대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법률과 헌법을 준수하라.

법보다 더 무서운 국민의 심판, 역사의 심판은 어찌 감당할 셈인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투쟁을 통해 쟁취되었듯이, 대한민국의 언론자유 또한 수많은 언론인과 국민의 피와 땀으로 이루어낸 결과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역사 앞에 겸허하기를 진정으로 충고한다.

함세웅(신부, 전 평화방송 사장)
김상근(목사, 전 KBS 이사장)
김중배(전 문화방송 사장)
권영길(전 민주노동당 대표)
이부영(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
신홍범(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 전위원장)
장임원(전 민교협 의장)
이명순(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 전위원장)
성한표(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전진우(전 동아일보 논설위원)
현이섭(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전영일(전 KBS 이사)
임진택(판소리 명창)
최정순(전 민청련 여성위원장)
조성우(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이사장)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피아>에도 실립니다.
#KBS수신료 #수신료 분리징수 중단 #함세웅 #김상근 #권영길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평화통일활동가로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터넷 매체에 노동·통일 관련 기사를 올리고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3. 3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4. 4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5. 5 용산에 끌려가고 이승만에게 박해받은 이순신 종손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