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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산재 사망한 이주노동자 교훈... "사업장 이동 자유 보장돼야"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6주기 추모 맞아 최근 상담 사례 통해 제시

등록 2023.06.16 10:14수정 2023.06.1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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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조선소에서 일하다 사망했던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의 카카오톡 메시지. ⓒ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사람의 정체성은 피부색이 아니라 마음과 생각으로 정의된다"는 글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남겨 놓았던 이주노동자가 조선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지 6년이 지났다. 16일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은 그의 6주기를 추모하며 "이주노동자는 쓰다가 버리는 일회용품이 아니다"라고 했다.

활동가모임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제 폐지를 하고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모임이 추모한 이주노동자는 네팔 출신으로, 2017년 6월 14일 오후 거제에 있는 한 대형 조선소에서 일하다 7~8미터 아래로 추락했고, 다음 날 새벽 이국땅에서 삶을 마감했다.

'랄'이라고 불리었던 그는 2009년에 최대 4년 10개월 체류가 가능한 비자(E-9)를 받고 한국에 와서 도장작업 하는 '파워공'으로 일했다. 추락 당시 목격자가 없었고, 고용노동부와 회사는 페인트 작업을 위해 이동하다 개인 부주의로 떨어진 것으로 결론지었다.

고인은 우리 정부가 인정한 '성실외국인노동자(근로자)'였다. '성실근로'를 인정 받으면 체류 기간이 끝나 본국으로 갔다가 3개월 후 재입국이 가능하다. 그렇게 랄은 6년간 파워공으로 '성실하게' 일했다.

활동가모임은 입장을 통해 '성실근로'라는 말부터 지적했다. 이들은 "어휘에서도 착취와 탄압이 물씬 풍기듯, 랄은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조선소 파워공으로 일하며 고강도 장시간 노동에 몸이 망가져 갔다"고 했다.

이어 "한 달 정도 고국에서 치료받고 돌아올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조선소보다 노동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직을 원했지만 사업주는 이를 거부했다"며 "대신 파워공에서 터치업(도장페인트)으로 직종변경을 허락했으나 어깨가 아픈 랄에게 사다리를 타고 오르내려야 하는 고소작업으로 위험에 내몰았다. 이처럼 랄의 죽음은 예견된 인재였다"고 덧붙였다.

이주노동자의 실상에 대해 이 모임은 "노동환경이 열악하면 작업을 거부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권리는커녕, 사업주 허락 없이 사직서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고용허가제는 이주노동자를 기계로 취급했다. 최소한 사업장 변경의 자유가 보장되었더라면 랄은 죽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팔이 컨베이어에 빨려 들어갔는데... 권리 보장 못 받아"

이 모임은 최근 거제지역 한 조선소 사내하청 이주노동자가 사업장 변경 상담을 해왔다고 소개했다. 활동가모임에 따르면, 네팔 출신인 이 이주노동자는 2022년 11월에 E-9비자로 재입국해서 파워공으로 일을 하던 중, 한 달 전부터 어깨와 팔에 심한 통증을 느껴 회사에 사업장 변경 의사를 밝혔다.

병원 검진결과, 그는 우측 어깨 회전근개 파열(확진), 우측 삼각섬유골 복합체 파열(의증), 손목 기존 수술(척골 내고정술) 부위의 내고정물 제거술 요함의 진단을 받았다.

이 모임은 "더 이상 파워 작업을 할 수 없어 조선소를 떠나고 싶다는 말은 꾀병이 아니었다"며 "이상한 점은 '손목 기존 수술 부위의 내고정물 제거' 소견이었는데 그는 2013년 9월, 처음 한국에 와서 부직포 만드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팔이 컨베이어에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명확한 산업재해임에도 고정물 제거 수술 시 산재보험으로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3년 동안 권리를 청구하지 않으면 시효의 소멸로 말미암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악법이다"라고 비판했다.

활동가모임은 "실제로 몸이 아파서 사업장 변경을 요구한 근태사용에도 사측은 무단결근을 통지했다"며 "상담을 하고 우리 단체가 진단서와 휴직계를 대리하여 제출하자 사측은 곧바로 사업장 변경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는 부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통해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거짓말로 노동자를 기만할 것이 아니라,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이 곧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임을 직시하기 바란다"고 했다.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은 "정부는 고용허가제 폐지하고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보장하라", "산재소멸시효 폐지하고, 이주노동자 직업병 인정절차 간소화하라",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네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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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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